
혜화동 대학로에서 사는 젊은 친구 덕분에 서울문화재단을 방문하게 되었다. 11시에 공연이 있다 해서 무조건 간다고 했다. 어떤 가수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사람들이 많을까 앉아서 보려고 10시에 만나서 걸어가다가 근사한 문화재단 건물을 만났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다녀봐야 자꾸 정보를 알게 된다. 매달 첫째 주 목요일마다 공연을 해왔다는데 오전 11시에 하니까 '스테이지 11' 인가 보았다. 가까이 오자 연습을 하는지 조금은 재즈풍의 연주가 들려와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얼른 마주하고 싶었다. [서울 스테이지 11]의 오늘 공연 가수는 백현진이었다. 노래를 들어본 적 없고 배우이기도 하다는데 제목이 사자티셔츠, 빛, 노루, 고속도로 등 독특하였다. 미리 공연장소를 엿보고, 등장인물들을 보며 2층으로 올라..

모감주 열매는 염주나 목걸이가 될 수 있다고 해서 몇 년 전 만들어놓은 게 있었다. 가장 질긴 실을 생각한 것이 치실이어서...ㅎㅎ 치실로 묶어만 놓고 활용도가 없었는데... 그동안 열매가 더 마르긴 했어도 봐줄 만해서 며칠 전 주얼리 공방을 지나며 재료상을 만나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여쭈었더니... 그분들도 금속이나 보석만 접했지 이런 자연적인 보석(?)은 처음이고 소량이라 선뜻 재료를 권하지 못해서 낚싯줄만 사 갖고 왔다. 치실로 꿰맨 열매를 하나씩 빼서 낚싯줄로 엮었는데 애초에 바늘이 들어간 구멍은 크고 바늘이 나온 곳은 거의 흔적이 없어 한 알씩 바늘로 낚싯줄이 들어갈 수 있게 통로를 만들어야만 했다 이 게 뭐라고 하면서 눈이 엄청 피로했지만... ㅎㅎ 끝을 보고자 쓸모 없어진 알맹이 몇 개..

이따금 이름이 뭐였는지 생각하다... 며칠 전 우진이라는 이름이 떠올려졌다. 오래전 일이라 가물거리지만 맞을 듯싶다. 공부방을 하면서 연필을 한 아름 깎아놓고 지낸 시절이 있었다. 필통이 가지런한 아이는 드물어 부러진 채로 오면 깎아주었고, 춥고 더운 날에는 돌려보내기가 뭐해 빌려주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날은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성의 없이 공부하러 온 것이며... 이것도 나름 공부라 생각했다. 하루는 우진이가 연필을 가져오지 않아 집에 다녀오너라 했더니 돌아오자마자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이 시간 이후로 오지 않겠다는 뜻이고 내 마음과는 달리 화가 나셨던 것이다.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들이 둘러앉아 공부를 하던 중이라 뜻을 전할 새도 없이 헤어졌는데, 끝나고 나서라도 전화로 풀었으면 좋았겠지만 대화..

가죽공예가 있다고 해서 밖에 나갔다가 점심시간이 지나 전화해보니... 오전반은 벌써 마감이 되었단다. 오후반도 좋다고 했다. 각각 20명 모집인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차질 않아 홍보방송을 하는 형편이었으나 지금은 몇 동에 사는 누구인지 확인하는 경쟁력이 생겼다. 10개 남은 것으로 보아 열 번째 도착했었나 보다. 구청에서 협조해주고 아파트 관리실과 부녀회인 푸른봉사회에서 주관했는데... 이런 교실을 열어 주민들과의 화합을 추구한다니 우리나라가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할까! 여러 색 앞에서 잠시나마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하나밖에 없던 노란색을 골랐다. 지금까지 우중충한 옷들과 가방을 들었으니 조그만 백이라도 바꿔보자며... ㅎㅎ 들고 와서 꺼내보니 가방 안쪽은 자줏빛이라.. 모두 노란색인 경우보다..

같은 곳으로 산책을 다니다 보면 식생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는데 올해는 붉나무의 성장이 눈에 뜨였고 뽕나무 싹이 여러 곳에서 올라와 잎을 채취하여 수증기를 올려서 찌고 말려 물 끓이는 데 몇 번 사용하기도 했다. 붉나무는 처음에 옻나무인 줄 알았으나... 잎자루에 날개가 있어 찾아보다 붉나무인 것을 알았다. 가을이면 단풍이 빨갛게 들어 아름다운데... 이파리에 변형이 와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붉나무에 기생하는 '이부자진딧물'이 주머니처럼 벌레집을 만드는 것이라 한다. 잎의 즙액을 진딧물이 빨아먹으면... 그 자극으로 주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진딧물이 다 자라서 구멍을 뚫고 나오기 전에 벌레집을 모아 삶고 건조하면 오배자(五培子)라 하여 한방에서 이질이나 설사 치료에 쓰이고, 머리 염색약의 원료나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