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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부터 바지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하나만 길어졌으면 모르지만 모조리 길어져서 웬일일까?

길어졌으니 접히는 부분이 많아져 불편하고,

허리에 고무줄을 두르면 좋겠는 옷도 있어서...

                                                                                               

 "어머니, 재봉틀 돌아가요?"

 "그럼, 그러잖아도 쓰는 법을 알려줘야 하니 오너라!" 

 배우는 것이라 외출복보다는 집에서 입는 바지 두개와 윗도리 그리고 고무줄을 준비해서 아파트 한 단지를 건너 어머니께 향하는데...

저절로 이야기꽃이 필 것이라 발걸음이 가벼웠다. 

 

 도착해보니 이사 오실 때 재봉틀 상자가 고장 났다며...

어머니 혼자서는 무거워 꺼내지도 못하셔서 내가 번쩍 들어 임시로

만드신 상자 위에 올려놓고 실 잇는 순서부터 알려주시는데...

이거 한번 연습해서 기억할 수 있겠나?

북인지 복인지 넣는 법도 가르쳐주시고...

밑실을 올려서 언제든지 뒤로 10cm즘 뺀 다음 시작하라는 당부까지!

 

 "어머니, 키가 작아졌나 봐요. 바지가 다 길어요."

 "그래? 맞아, 시간이 가면 줄더라,"

 "나는 요전번에 바지통이 죄다 넓어서 줄이느라고 실을 꿰는데?

안 보여서 5시간 만에 성공했지 뭐니! 답답해서 혼났다."

"5시간 만에요? 대단하시네요, 저라면....."

더군다나 여든이 넘으셨는데 유행을 생각하시다니 놀라우셔라!

 

 "그러실 때는 저를 부르시잖고요."

 말씀은 이렇게 드렸으나 실거는 연습을 두어 번한다음,

본격적인 박음질에 들어가기 위해서 바늘에 실을 꿰는데...

쉬울 것 같았지만 한참을 허우적허우적...

 '아니, 바늘구멍이 대체 어디래?'

이불 꿰매는 커다란 바늘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금방 꿸 줄 알았는데 그게? 그러니까...

 

 보다 못한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도리어 미안하신 듯...

날도 더운데다가 갑자기 당황이 되어 얼굴은 벌개 지고

실 끝에 침만 자꾸 묻히다가 열 번쯤 시도 끝에 들어갔나?

얼마 전 남편 단추 달 때는 쉽더니만...

재봉틀 바늘은 낮게 수그리고 해야 하니 난이도가 높긴 했다.

바느질하기 전에 준비사항이 이렇게 많구나!

 

 '드르럭 드드드드드르르......'

 먼저, 어머니께서 헝겊에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허리가 구부셨지만 부드럽게 이어지며 전공이다시피 한 재봉질을

며느리에게 가르치시게 되어 기뻐하시는 모습이 보이고...

 

 집에서 입는 바지라 고운 바느질이 아니어도 되니,

적당히 잘라서 초보인 내가 해도 될 바느질인 듯싶었지만

시침을 해야 실수가 없다며 굵은 바늘로 듬성듬성 꿰매거라!

 "네..."

 

 

 

 

  

 

 

 

 

 그리고는...

조금만 시범 보이다 건네주신다 했는데...

순식간에 한 바퀴를 훌쩍 돌아가시는 게

아닌가? 첫 시간이지만 앞으로 가기라도

확실히 배워가야 하는데...?

솜씨 발휘를 하시고 싶어 휘리릭~~~ㅎ

금세하셨지만 아무래도 눈이 어두우시니

빗나가기도 해서 어머니와 이마를 맞대고

다시 뜯기도 하고...

 

 다음은 블라우스 허리에 고무줄 돌리기로

옷을 늘리며 가느다란 고무줄을 이어 박아야 했으니 균형잡기도 쉽지 않아서...

간간이 붙잡아드리다 끝이 났다.

과연, 바람직한 학생이었나?...ㅎㅎ

 

 실 잇는 순서와 북 끼우기,

다시해보면 성공할지 의심스럽고...

노루발(?)과 바늘땀 조절하기도 있었지!

마지막 부분에서는 몇 번을 왔다갔다 해야

풀리지 않는단 말씀까지 귓가에 머무는데,

바늘 가까이에 손을 둔다는 것조차 어설프며, 바늘이 행여 손톱 위로 올라올까봐

무섭기도 하였다만...

 

 스스로의 체험시간이 부족했을까!

어둠은 내려앉았는데 무엇인가가 섭섭하여,

시범보여주시던 헝겊으로 앞으로 가기, 둥글게 이어가기등 더듬더듬 연습하다 돌아왔다.

 다음에는 어머니 쉬시라하고...

혼자서 쉬운 것부터 해봐야지!

 '어머니, 저에게 기회를 많이 주심이

이럴 땐 며느리 사랑이 아닐까 하옵니다!'

 

 

 

   2014년   7월   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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