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의 정자
날이 더워서 그런가 아침 일찍 가지 않아서 그런가?
오후에 들러보면 꼭 배추 궁뎅이가 진 물러서 날 파리가 윙윙 맴돌고 있었으니,
한겹 벗겨내면 괜찮을 것 같지만 엉딩이가 그런 배추는 몸도 녹아 있어서 흐느적거리기에 그냥 돌아왔었다.
금요일에는 직장인들이 김치를 담글 것이라 많을 듯싶어 다시 갔는데,
어제 팔던 배추 두 뭉치만이 바짝 마르기까지해서 이제 날 파리도 흥미를 잃었는지 쓸쓸한 모습이었다.
장마가 올 것이고...
배추 값도 슬슬 올라가는 듯한데......
토요일에 운동을 하고 돌아오다 아파트에서 작게 열리는 장터를 지나며 배추를 발견했다.
길이가 짧고 뒤태가 건조하며 산뜻한 모습에 홀딱 반해서...
"아저씨, 얼마에요?"
강원도 출신이라 그런가 값은 더 나갔지만 일단 점 찍어두고 친구랑 한참을 놀다가...
배웅 나가는 김에 배추가 아직 남아있으면 운명이라 여긴다며...가보니...고스란히 남아있어서...?
고맙기도 하고... 일할 생각을 하니 웬수 같기도 했다...ㅎㅎ...
배추 두 뭉치 6포기, 양파, 쪽파 커다란 다발, 무...
그리고 덤으로 주신 날 파리가 날기 시작한 부추 두 단.....
부추와 쪽파는 오늘 밤을 넘기면 간당간당한 상황이라....
제일 급한 부추부터 다듬고 씻어서 물 빼고, 배추 절이고, 쪽파 한 다발을 까기 시작했는데 매운 냄새가 퍼지며,
날은 덥지, 운동 다녀와서 씻지 않은 꿉꿉함에 얼마나 열이 발생하는지 얼굴이 화끈화끈했다.
사이에 빨래 널고 옆을 보니 마루에 다듬다만 마늘은 언제할거냐 멀뚱멀뚱...
차례를 지켜다오!
내가 먼저 씻고, 이것저것 다듬느라 불어난 음식물쓰레기 버리고, 쪽파 목욕시키고,
물 빠지는 동안에 마루 한번 닦고, 밀가루 풀 쑤고, 김치 통 씻어서 부추와 쪽파가 상할까봐 자르기 시작했는데,
둘 다 양념으로는 많아 김치로도 해야겠다며 길이를 달리하여 정리, 다음은 양파 자르기.
그리고 무 채 썰어 고춧가루 양념에 먼저 무쳐야하니 마지막으로 얹어서 김치 냉장고에 넣고는 깔끔했다.
'오늘은 그만 일하고 이제 자야지!'
앉아서 쉰다며 '포도따먹기게임' 내리 3판 하고는 양치질을 하려는데...
까다만 마늘에 날 파리가 잠도 안 자고 왔다갔다 거슬렸으니 이대로 눈을 감을까 말까...ㅎㅎ...
찧어놓은 마늘이 있어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오늘 일을 내일로 넘기지 말자!
1시쯤 끝내고 배추 한번 뒤집어주고는 드디어 쿨쿨했다.
점심 무렵에 김치담그기를 마치고...
아니지, 배추 씻어놓고 그 사이에 지어질 집이 몇 동 몇 호에 당첨되었나 검색했었지.
'1202호라고? 와우~~~마음에 드는데~~어디 어디...ㅎㅎ...'
책자 찾아서 위치와 방향 점검해보고 풍경이 어떨지 공원의 위치는 가까울지 어느 역이 빠를지 들여다보다,
출근할 시간이 되어 점심 차려주고... 치우고...애썼으니 낮잠 한숨 자자며 누웠다 언뜻 눈을 떴는데...
생각은 잠시였으나 무려 3시간이나 떠내려가 있었다. 그리고 다리가 ...다리가......?
탄산수 기포들이 위로 올라가듯 종아리에서 물방울들이 연이어 달리기하며 뚜루르르...♬ 뚜뚜르르 .....♪
몇 년 전 중국에 갔을 때만해도 간지럽고 느낌이 이상해서 발마사지를 제대로 못 받았는데...
지금이라면 온몸 마사지 해준다 해도 냉큼 맡기겠네!
'아줌마 다 됐어! ...99%'
2014년 6월 29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