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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일찍 먹고 출출하다 해서 밀가루 반죽을 하였다.
박력분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플레인 요구르트, 버터, 설탕, 소금, 건포도, 우유를 넣고...
대충 섞어 비닐에 30분 정도 넣었다가 프라이팬을 달구고 밀가루를 넓게 펼친다.
작게 만들면 손이 더 가고, 시간이 걸리고, 맛은 똑같기 때문에 모양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만들자마자 몽땅 없어짐으로...ㅎㅎㅎ...
손에 물을 묻혀서 꾹꾹 누르다보면 중간에 구멍이 나기도 하는데...
골고루 익히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라 일부러 틈을 내주기도 하며 위에 달걀 물을 발라주었다.
버터가 많이 들어갈수록 고소하며 프라이팬은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되니 맛이 담백하다.
얇은 부분은 바삭한 과자와 같고 두툼한 부분은 빵처럼 폭신함이 느껴져서 식감 또한 좋다.
밀가루 500g을 반죽하면 이런 모양이 4개 정도 나오는데...
두 개는 해서 즉시 먹었고 세 개째 만들 때 주말이니까 윗집에 하나 올려주자 하였다.
"지금 시각이 밤 10시 45분이야, 먹으라고 주는 것도 미안한 시간입니다.""
"늦었으면 어때, 추억이 될지도 모르잖아?"
"주고 싶지만, 너무 늦었지!"
고소할 때 먹으라고 얼른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인기척이 나나 들어봐도 아무런 소리가 없어 귀를 쫑긋 세우고 4개째 만들며 안타까웠다.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데 어쩌나! 시간은 자꾸 흘러 흘러 이제 11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식기 전에 얼른 전화해 봐, 늦었지만 맛있으니 좋아할 거야!"
"자다가 받으면 무슨 실례야, 아이코~~~ㅎㅎ"
"토요일이라 마음에 여유가 있어 괜찮을 겁니다. 해보세요!"
마음속으로... 해볼까... 말까... 해볼까?... 과자를 뒤집으며 용기를 못 내고 있는데...
11시 15분쯤에 위층 꼬마가 후다닥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어라? 아직 안 자나 봐!...ㅎㅎㅎ..."
"거봐, 더 늦기 전에 얼른 전화하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할 것을, 세 번째 만든 것이 크고 모양도 예뻤는데 말이야."
안 자는 것이 확실했지만 그래도 어려워 뜸 들이다 나라면 이럴 때 어떨까 생각해보니,
답이 얼른 나와서 손가락을 움직였는데 마음 편하게 꼬마가 받았다.
"늦었지만 과자를 만들었거든, 하나 주고 싶어서 전화했어! 내려올 수 있겠니?"
"과자요? 알겠습니다!"
대답 끝이 올라가는 것으로 짐작하자면 새로운 일이 생겨 재밌어하는 모양이었다.
4번째 과자는 남은 반죽을 모두 모아 만들었으나 둥글지도 않고 작아서 섭섭했는데...
따뜻하니까 그것으로 포장을 하고 내려오기 전 일찍 전해준다며 밖으로 나가 계단을 올랐다.
열 계단 오르면 꼬마네 집이라 아주 천천히 굼벵이가 기다시피 발을 들어 옮겼는데도,
보통 무엇을 전해줄 때보다 꿈지럭거려서 혹시 엄마한테 한 소리 듣고 있나?
'이거 괜한 일 한 것은 아닐까... 우리나 맛있지... 밀가루 빵 갖고서... 이 밤중에 뭘?.. ㅉㅉ...'
소심함에 손이라도 들고 있으라면 그러고 싶은 심정인데 5분이 한 시간 인양 밖으로 나온 꼬마는...
빈손이 아닌 비닐봉지 2개를 나에게 건넸다.
"엄마가 이거 드리래요."
"아휴, 별 것도 아닌데... 안 자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네, 잘 자고...?"
집에 와서 풀어보니 하나는 고구마요, 다른 하나는 귤이었다.
"망설이다 인기척이 나서 전화했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잘 먹겠습니다!" 문자로 소식을 전하니...
"네 식구가 머리 맞대고 게눈 감추듯 먹었습니다...ㅎㅎ... 혹시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연락 주세요?"
'아이코~~~ 인기척이란 말에 민감했구나! 오히려 그 반대인데...ㅎㅎ...'
사내아이가 둘이니 평소에 조심스럽겠지만 오늘따라 '후다닥' 소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마 모르실 걸요?'
2015년 12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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