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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목욕

평산 2016. 1. 6. 00:05

 

 몇 주일 전 어머니와 목욕탕에 갔었다.

자그마한 동네목욕탕이 문을 닫았으니 갈 때 같이 가자는 어머님이셨다. 자유로운 시간이 적어서 그렇지 어려운 점이야 있을 라 구?

 

 연세가 있으시니 붙잡고 다니시는 점이 달라지셨는데 따뜻한 물속으로 이끌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다리운동을 하셔서 나도 어머니 옆에 바짝 앉아 다리를 구르며 막내며느리 아니랄까봐 물장난을 통통거렸다. 난 이런 시간이 길어도 편안해하시며 별일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10분쯤 지나자 현기증이 나신다며 나가자시네...

 

 젊으실 적에도 사우나에는 들어가시지 못하고 짧게 목욕을 하셨는데 나야 그 정도 갖고는 시시했지만 밖으로 나와서 자리를 잡아드리니 이제 네 볼일 보라 하셔서 사우나에 잠깐 다녀왔는데...힘 드시는지 때 미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으시단다.

 "어머니, 제가 해드릴게요!"

 

 목욕비누로 거품을 일으켜 온 몸을 칠해드리고 타올로 등과 다리를 문질렀는데 처음에는 부끄러워하시는 듯했지만 가만히 계셔서 이때다 싶어 더욱 공격적으로 낭군이 먹었을 쭈쭈도 번쩍 들고서 닦아 드리고 배의 접혀진 부분도 주름을 피면서 닦아드렸다. 어머님은 이제 아기가 되셔서 내 손이 움직이는 곳마다 이리저리 움직이실 뿐, 너 힘들어서 어쩌니! 하셨다.

 

 머리는 당신이 감으시겠다며 다시 네 볼일 보라고 하셔서 찬물 탕에 가서도 사우나에 가서도 어머님 쪽을 연신 바라보았다. 두리번두리번 하시기에 이제 나가시려나?

물 한 바가지 퍼서 발걸음에 부어드리고 체중계 앞으로 가서 몸무게를 재보았는데 어머니와 내가 거의 일치해서 웃음이 나왔다. 

 

 옷장으로 모셔다 드리니 혼자서 입으시고 누워계시겠단다. 남탕에 들어간 사람들과의 약속이 한 시간 남아있었기에 자유로운 시간을 두루두루 보내고 어머님과 함께 했지만 만족스럽게 나오며 혹시나 때 미는 비용이 얼마인가 훑어봤더니 17000원이었네!

와아~~~ㅎㅎ

 

 몸살이나 나셨을까 다음날 전화를 드렸는데 개운하고 너무나 좋으셨다며 다음에 목욕 갈 때는 저녁을 어머님이 사실 테니 꼭 부르라 하셔서... 아이쿠! 어쩌다 가시는 것이 아니고 갈 때마다 가시겠다는 말씀이신가?

 

 

 목욕 도와드리는 일이 힘들진 않았는데 슬며시 부담감이 느껴졌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목욕탕에 가면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리며 뒷산에 못 간 대신 체조도 하고 물 대포 마사지에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 찬물에 들어갔다 보석사우나에 갔다가 쑥탕에도 들렀다 물 한잔 마시고 다시...돌고...돌고...해야 하는데...^^

 

 "등이 가렵구나! 목욕 가자!"

 "어머니, 곧 연락드릴게요!" 

                      

 

 "어머니께서 목욕 가시자고 하네?"

 "좋으셨던 모양이야 "

 "어렵지는 않지만 거동을 못 하시고...긴장이..."

 

 남자들과 같이 할 수도 없으니까 말끝이 흐려질 수밖에!

그리하여 신정연휴가 끝나자마자 날 잡았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여인들이 저녁 할 때쯤 이면 다소 빠지는데 그런 기미도 보이질 않아 복잡했지만 어머님은 두 번째시라 익숙해지신 듯 씩씩하시며 의욕이 넘치셔서 요번에는 온탕 한가운데 뽀글뽀글 방울이 올라오는 곳으로 모시고 갔다. 물방울에 엎드려 마사지를 받아보시라 했더니 아주 재밌어하셔서 나도 따라 막내둥이처럼 첨벙거리며 애교를 떨었는데...

 

 밖으로 나가자마자 급 마무리단계에 들어가시는 모습이라 이제 겨우 30분 지났는데 왜 이리 급하실까...힘드셨나봐...? 비누질을 하고 저번처럼 접혀진 쭈쭈나 뱃살에 신경 쓰며 닦아 드리고는 찬물 탕 물대포를 맞으며 어머님을 바라보았는데 나를 찾는 모습 같아 바로 앞에 있다고 여러 번 어머니를 부르고 물을 끼얹어보기도 했으나 전혀 모르셔서 얼른 나가보니 정신이 멍하시다며 이제 나가시잖다. 마음은 더 계시고 싶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으시는 모양이었다.

 

 목욕을 마치고 어머니께 다가갔더니 어떤 여인이 말을 시피고 있었다. 누워 계시니까 어디가 편찮으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왔다고 반가워하시며, 혼자서 옷을 입으셨겠지만 이제 서야 정신이 나셨을까 바르게 입지 않은 당신 모습에 다소 놀라며... 

 "뜨거운 물에는 잠깐 있어야겠더라, 현기증이 나서..."

 "네, 어머니!"

 

 

 

 

  2016년  1월  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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