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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애와 나랑은 비가 오긴 했지만 후덥지근한 날에...

무겁게 느껴지는 부채와 빵 몇 개를 들고 공원으로 향했다.

배낭에는 오이지와 깻잎김치, 양파장아찌 몇 조각과...

꽃님이가 전해주라는 마늘 몇 통도 들어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방울토마토와 풋고추 딴 것을 전해준다기에 나도 고마워서 이것저것 싸갔던 것인데,

공원으로 올라가기 전 아는 가게의 냉장고에 맡겼다 준다고 해서 같이 맡기려 했더니만

날 만나기 전에 벌써 넣고 나온 후여서 다시 가기가 어렵다니 그대로 매고 다니게 되어 마음이 불편했다.

주려고만 했지 내가 무엇을 싸온다는 생각을 그 아이는 못한 것이다.

 '이왕 매고 올라왔으니 뭐 어쩌겠나!'

 

 

 

 

 자외선이 따갑게 내리쬐는 연못이라 얼른 자리를 뜸이 현명하겠으나...

싱그런 식물이 가득한 곳은 그냥 못 지나간다는 듯 한참을 감상했다.

반찬이 익거나 말거나...^^

 

 

 

 

 반팔을 입고 왔더니 팔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생각해서 사온 부채를 뭐 하러 사왔냐 했다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이따금 모기도 물리쳤지만 탱크 벌이 별안간 달려들어 소리를 지르며 날아가게도 했으니...

나이 두어 살 더 먹어 친구하자는 그 아이가 역시 잘한 일이었다.

 

 

 

 

 부들을 앞에 두고는 이상한 생각이 스치기도 했는데...

분위기 우스울까 봐 입 다물고 우아한 척 꺾꽂이할 때 많이 쓰더라는 말을 건넸다.

그러는 사이사이에 등에 붙은 오이지와 깻잎이 얌전히 있을까 염려스러워지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그대로 줘야 하는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서울 한복판에 생각지도 못한 칡꽃이 나타나 놀라고 있을 때 쯤엔...

무슨 꽃이냐고 묻길래 산골에선 茶로도 마신다는 칡꽃입니다...^^

 

 2시간쯤 걷다 공원을 내려와 길 건너 가게에서 나에게 줄 방울토마토를 가져온다며 나서길래,

나도 줄 것들을 챙기려고 가방을 열어보니 오이지는 짜서 그런가 그대로 있었지만

가방이 기울었나 깻잎은 국물이 새어 나오고 몇 조각 넣은 양파장아찌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초라한 모습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둥 마는 둥 깨끗한 비닐을 얻어와 말끔하게 건네주고 싶었으나 냄새를 피우기도 그러는 사이,

방울토마토 외에 가져온 것들을 일일이 설명해주며 그 아이는 자랑 아닌 자랑을 했는데...

 

 멋쩍어 반찬에 대한 이야기는 못한 채 쇼핑봉투를 쥐어주며 헤어졌었다.

상하지 않았나 묻지도 못하고 괜히 가져갔다며 궁금해하던 하루가 지나자...

더운 날씨에 지고 다닌 덕분에 숙성이 잘 되어 오히려 맛이 좋다는 소식이 왔다.

아이구,  예쁘게 표현해줬지만 그럴 수도 있을까?

먹고 있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2017년  7월  2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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