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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양평역에 도착했을 때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물소리길 지도를 여러 개 들고 나왔는데 그중 집에 와서
펼쳐 보니 두물머리가 포함된 물래길이 있어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1주일 만에 다시 경의중앙선을 탔었다.
물소리길 1- 1이라고 쓰여 있음을 이제야 알았고
양수역에서 내려 세미원은 다녀온지 얼마 안되어
들리지 않고는 다리를 건너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이루어진
파란선의 섬 한 바퀴 돌아 운길산역까지 걸었다.
세미원 앞쪽에서 다리를 건너면 두물머리가 있는 섬으로
이어져 호수 같기도 한 이곳은 용늪이란 곳으로
일종의 남한강물 한쪽이 가둬진 형국이었다.
거의 평지인 물래길은 어렵지 않았으며 관광지여서
나물 캐는 것 없이 경치나 음미하며 천천히 걸었는데
연신 두 번의 양평 나들이에 가슴이 펑 뚫리고 지하철비용만
들여 이렇게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니 시간 내서 자주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리수꽃을 대하고...
잔잔한 애기똥풀도 아름다움을 더해주었으며
용늪을 따라 걷는 길이 아름답지 않은가!
물이 점점 맑아지는 것은 가둬진 곳에서 차차 남한강의
흐르는 물줄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섬의 남쪽 부분에 가까워지자 세미원과 연결된
신양수대교가 멀리서 보였고 일부러 놓은 듯한
한 척의 배가 운치를 더해주었다.
나무그늘에 얼굴 탈 염려 없이 모자 하나면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어서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으며...
함께 한 그녀와 고목이 싱그러운 모습이다.
2km쯤 걸었을까?
배를 이어 다리를 만든 배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러 갈 때
한강에 설치했다던 다리를 복원해 놓은 곳으로 물 위에
배들이 죽 연결되어 있음이 보이질 않나! 깃발과 강물과
주위의 자연이 어우러져 근사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보이는 물은 흐르는 남한강이다.
석등과 낮은 기와담도 보기 좋았고...
두물머리 앞을 지키고 있는 400년이나 됐다는
도당할배 느티나무에 도착하였다. 뱃길로 다니던
시절에는 이 나무 아래서 뱃사람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도당제를 지냈다 하며...
고인돌 여러 기가 주변에서 발견되어 청동기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었고 이 고인돌 덮개의
바위구멍들은 모두 32개로, 해석이 다양하지만
북두칠성을 의미하는 성혈(性穴)이란 견해가 유력하단다.
성혈이 무엇인지 검색해 보니 선사시대 예술의 일종으로
돌 표면을 깎거나 파내어 도형을 만든 것을 뜻했다.
느티나무 앞에 있었던 황포돛배에...
알려진 곳이니 만큼 소풍 온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도시락을 먹고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나무와 사람이
어울려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다.
강원도와 충청북도로부터 땔감과 식량 등을 배에 실어
한양으로 나를 때 마지막으로 쉬어갔던 이 마을은 나루터
근처에 40여 개의 주막과 마방들이 있었단다.
두물경이란 팻말이 있었던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좋은 풍경을 보며 밥을 먹자니 행복할 수밖에... ㅎㅎ
바로 앞에 보이는 족자섬은 새들의 휴식처로
이제 북한강 방향으로 돌아섰다.
앞서간 사람들을 보고 오른쪽 풀밭에서는 미나리가
있어 한 줌 했는데 물이 가까워 습지처럼 보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미나리가 보였다.
섬의 남쪽을 돌자 신양수대교와 예봉산 예빈산
운길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보였다. 10년 전쯤
일까? 이 산들을 7시간에 걸쳐 넘었던 기억이 지났다.
간간이 보이는 쑥을 뜯으며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자
예쁜 양수대교를 만나고...
쓰러진 버드나무와 어울리는 배 한 척이 있어
그녀가 배에 올라가 사진 한 장 찍으려다 깜짝 놀란
곳으로 발 한쪽을 디디려니 배가 급하게 뒤로 물러서며
빠질 뻔했단다. 나무에 배가 사슬로 묶여있었는데도...
항상 조심조심해야 한다.
일제가 경부선에 이어 자원수탈과 대륙침략을
목적으로 2번째로 시도한 중앙선의 주요 교량 중 하나인
북한강철도는 6.25 전쟁 때 두 차례 파괴되었으나
1952년 2월에 복구된 일본인이 설계한 다리였는데...
양평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지나자면 자전거와 사람이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이 보여 언젠가 꼭 걸어보고 싶은
다리로 남아 있다가 건너기를 앞두고 두근거렸었다.
다리에 오르자 마음이 급했나 자전거길만 보이고 사람
지나는 길은 보이지 않아 길손에게 물었더니, 길이 있다고
잘 보라고 해서 다시 왔는데 정말 세 개의 길이 있었다.
오른쪽 두 길은 자전거길, 맨 왼쪽이 인도... ㅎㅎ
나름 멋을 부린 철교를 지나며 이제 다 왔구나!!!
북한강철교 바로 옆으로는 우리가 지하철을 타고
양수역에서 내린, 2008년에 시작된 '신양수철교'가 있다.
이 철교가 생기면서 능내역은 폐역이 되었고 대신
신설된 역이 운길산역이며 중앙선은 이 철로를 지나고
있었다. 마침 지하철이 지나서 찰칵!^^
늦지 않게 운길산역에 도착하였다.
물래길은 양수역에서 다시 양수역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였지만 운길산역으로 움직여보았으며 다시
양수역으로 돌아가자면 비슷한 풍경이어도 빠진 곳이
있어서 조만간 다시 걸어봐도 좋겠다 싶었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그녀가 물소리길을 걸어보고
말하길, 이런 걷기 여행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단다. 하긴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일어나지 않음을 나도 실감하고 있다.
'멋진 여행이었다!'
2025년 5월 1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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