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먹었던 빵이 수북하게 모였다. 이미 네 봉지 먹은 후인데도 많다. 아무렇게나 쏟았는데 상표가 적나라하게 보이네...ㅎㅎ 보름달, 크림빵, 단팥빵, 식빵이었다. 일터의 단골인 스님께서 행사가 끝났다며 바나나, 포도와 함께 한 보따리 주신 것이다. 직접 배달까지 오셨다는데... 소리 없이 나가더니 들고 와서 놀랬다.^^ 빵을 받아 오며 꼬마가 자꾸 바라보았단다. 주고 싶은 마음이나 제과점 빵도 아니고, 아이 부모가 싫어할까 봐 조심스러워 그냥 왔다는 이야기다. 먹보인 나는 웃음꽃이 피었다. 제과점 빵이 아니면 어떠리? 허리에 살 붙을 것은 확실하지만 뭐...ㅎㅎ 참을 인(忍) 자 떠올리며 길게 가자 해놓고 이틀 동안 점심과 간식을 빙자해 세 봉지씩 꿀꺽하였다. 단팥빵이 제일 정겹고 마음에 들었다. ..
비가 잠시 멈추어 나갔다. 잘 먹으며 산책 가는 일이 적었으니 살이 쪄서 둔하고 민첩하지 못했다. 동네 한 바퀴 돌려다 할 수 있을까 산으로 향했다. 나에게는 일종의 재활운동인 셈이다. 낮은 계단만 조심스럽게 두 발을 사용하였다. 나머지는 한 칸씩 올라갔다. 오랜만에 흙을 밟아 부드러웠다. 일기예보에 2시간의 여유가 있다 했으나 얼마 못 가 가랑비가 왔다. 양산이라도 가져갔으니 다행 다행...^^ 산에 가려했으면 긴팔을 입었을 텐데 갑자기 발길을 돌려 모기에 여러 번 물렸지만 혼자서 한적한 산길이 좋았고... 기대하지 못한 꽃구경을 많이 했다. 글쓰기에서 처음으로 표 만들기를 이용하여 꽃을 넣어봤더니 아기자기하며 예쁘다. 용기를 갖고 산에 다녀온 것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2021년 8월 27일 평산.
광릉 숲길을 걸은 후 봉선사에 들렀다. 세조 광릉의 원찰로 정희왕후가 남편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삼아 '선왕을 받든다'라는 뜻의 봉선사(奉先寺)라 이름 지었단다. 절을 둘러볼 여유는 없어 연꽃이 남았으면 다행스럽다 했더니 끝 무렵이지만 행운이었다. 예전에는 연밭이 하나였는데 여러 곳으로 연등을 매달아 절을 알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절 앞에 숲길이 생겨 사람들 왕래가 잦고 주차장을 무료로 빌려주어 잘한다 싶었다. 햐~~~ 수정 같은 물방울에 절정이 지났어도 아름다워라! 어쩜 색이 저리 다채로울까! 빗방울 떨어지면 후드득 소리가 정겨웠지. 귀여운 생이가래도 보이고... ^^ 연꽃이 필 무렵이면 가보고 싶었다. 그리움의 몇 해가 흘렀는데... 별안간 보게 되어 그야말로 별일이 되었다. 노랗게 뜬 연..
비 온 후 상쾌함에 망설이다 9시쯤 산책 갈 것이냐 물으니 11시에나 연락이 왔다. "갈까? 가자...ㅎㅎ" 그야말로 번개팅으로 만나... 광릉숲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25분이었다. 지난번 국립수목원에 와서 숲길을 발견했는데 시간 날 때마다 이곳에 온다는 친구가 안내해주었다. 주말에 숲길 걷기는 제일 잘한 일이다. 출발~~~! 봉선사 입구에서 수목원까지는 약 3km였다. 가는 길에 화장실이 없어서 꼬마들이 참지 못하면 난감할 것 같았다. 왼쪽은 물길과 난간이 있지, 오른쪽은 車道라 으슥한 곳이 없어서이다.^^ 봉선사천 옆으로 숲길이 이어지는데... 이곳은 세계 최고의 온대림 지역이어서 차도가 옆에 있어도 가는 내내 상쾌하였다. 쨍하고 햇빛이 나왔다. 요즘 나의 최고의 스승은 나무와 풀이라 한다. ..
박물관 예약은 3시 30분이라 했다. 사람들이 많으면 뒤로 밀리는 법! 소나기가 온다는 시간이라 오히려 잘 됐다며 그 시간까지 정원을 돌기로 했다. 중앙 건물로 올라가는 길에 화분이 탐스러웠다. 시절이 달라 올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대나무가 이곳에도 있었구나! 커다란 사각형 액자에 남산 타워가 서있고 올라가 보면 예전의 용산 미군기지가 내려다보였다. 이곳 이름은 '열린마당'으로 거대하며... 자랑스러움이 저절로 느껴지는 곳이다. 건물 오른쪽에 선사시대부터 조선까지의 역사가 담겨있는데 넓어서 한꺼번에 보려면 시대별 특징 없이 바쁘게 돌다 지치기 마련이어서 한 공간만 느림으로 보고 정원 산책을 즐긴다. 소나무 그늘에 앉아 간식을 먹고 석조물공원에 들어섰는데 이곳부터는 새롭게 구경하게 된 곳이다.^^ 구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