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수목원에서 왼쪽 전나무 숲을 구경했으니 요번에는 오른쪽을 돌아보자며 들어섰다. 미리 예약하는데 머리가 빠질 뻔했으나...ㅎㅎ 명절 이후 친구들도 만나고 기름내에서 벗어나고 싶어 어디든 가고 싶던 차에 선택한 곳이었다. 말로만 듣던 보라 솔체꽃을 만났다.^^ '우리 꽃 전시회가'가 있다고 하여 먼저 들리고 덩굴식물과 수국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여름에는 꽃과 식물이 무성했을 텐데 벌써 고개를 숙이고 가지가 누웠지만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식물이 올라가게 만든 구조물이 근사하게 들어왔으며 덩굴식물은 정원용과 식용 약용 등 다양하게 활용된단다. 내가 사진 찍는다고 뒤처졌을 때 친구들은... 유유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씨앗의 생김새에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지나가던 관리 아저씨가 봄에 핀 '큰꽃으아..
줍지 말래도 요즘 도토리 모으는 사람들이 많다. 은행은 냄새난다고 그냥 들 지나간다. 알맹이가 작으면 모르겠는데 제법 실해서 플라타너스 잎을 몇 장 겹치고 조심스럽게 돌아와 쫄깃한 에메랄드 빛 보석으로 몸보신 했다. 금방 수확한 은행은 정말 맛있다.^^ 저녁에서 밤으로 바람이 제법 불었다. "보나 마나 많이 떨어졌겠는 걸?" 산책 나가며 지퍼 달린 비닐과 장갑을 준비하였다. 은행나무 밑 두 평 정도의 넓이에서 낙엽이 수북한 바닥을 들여다보며 왔다 갔다 했는데... 봉지 하나 가득 채웠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더 움직여볼까 하다 무거워 어깨에 메고 조심스럽게 산을 내려왔다. 집에 도착할 즈음 기별 없이 손님이 와 있었다. 땀 흘렸는데 씻을 새도 없이 된장찌개 끓이고 고기 굽고 김치 썰어서 저..
올여름 처음으로 에어컨을 들였다. 사자는 말에 적극 호응해주었다. '아끼고 산 편이었으니 누리기도 해야지!' 무엇보다 잠을 시원하게 잤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누가 오면 모를까 낮에는 틀지 않았다. 견딜만했거니와... 얼굴과 팔에 자주 물을 적시고 선풍기와 커다란 한지 부채를 애용하였다.^^ 빠르면 저녁 7시에 틀기 시작하여 바깥 온도와 비슷하면 새벽녘에 끄기도 했지만 아침까지 그대로 두기는 보름 정도였을까? 처음 써봤으니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지... 겨울 난방비만큼 예상하고 기다렸는데 마치 학생 때 성적표 받는 날처럼 두근거렸다. 대부분 7월 말에 틀었던 기억이어서 8월이면 엄청 나올 거야 했다가 관리비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9월에 나오려나 했는데 요번 달 전기세는 8월보다 오히려 8000원 정도 적..
"커피 두 잔 준비하고... 가서 김밥으로 점심 먹자!" 복잡한 상업지구라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북적여 만나는 것이 꺼려지던 중 은행나무 옆에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했더니 안될 것 없단다. 그런데 손에 든 것은 커피밖에 없어서 산책부터 하고 점심시간이 좀 느슨해지면 김밥이라도 먹자는 줄 알았다.^^ 은행나무 옆에는 긴 의자가 하나 있었다. 앉으라더니 안주머니에서 김밥 두 줄을 꺼냈다.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아 몰랐던 것이다...ㅎㅎ 단순히 공원이 아니라 조심스러워 보이지 않게 놓고 오물오물했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지, 햇살 따스하지, 사람 걱정 없이 점심을 해결했으니 그럴듯한 곳에서 먹는 점심보다... 흙길에 발 딛고 떨어진 은행 구경하며 좋았다. 학교 다닐 때는 짓궂어서 나쁜 O이라고 (여학생들을 비..
복잡한 거리를 지나지 않고 평지를 걸어보려니 학교의 쪽문이 열렸을까 궁금해집니다. 닫혔으면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향하는데 담장에 청미래덩굴이 싱그럽게 늘어져있네요? 노린재도 함께했고요. 다행스럽게 쪽문은 열려있었습니다. 쉬기 위하여, 넓은 곳을 내려다보는 기분에 젊은이들의 정기를 좀 얻을까, 이른 봄 햇볕 쬘 겸 이따금 오는 곳입니다. 쪽문으로 들어서서 올 때마다 앉는... 단골 의자에 가려면 문과대를 지나갑니다. 날이 참 좋습니다. 문과대 앞에 손병희 선생의 흉상이 보입니다. 왜일까 찾아보니, 한때 학교를 운영하셨던 분이라 합니다. 1934년에 지어진 대학 본관입니다. 중앙은 5층으로 탑을 쌓고 좌우로 3층 건물로 당시에는 이곳에서도 강의를 했으나 지금은 사무행정 공간으로 쓰인다네요. 마침 하계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