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모습을 보여준 가을에게 감동하며 집으로 돌아왔더니 알 수 없는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누구누구지?" 목소리가 청명하여 학교 때 친구일 것 같아 누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선희 엄마라 하셨다. 여러 학교를 지나는 동안 선희란 이름이 많았지만 "엄마가 너랑 만나고, 전화하고 싶어 하신다.'며 몇 번 언질은 있었으나 전화하실 줄은 몰랐다. 선희는 중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고 여고는 달랐어도 여전히 초등학교 주변에 살아 간혹 소식이 오고 갔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데 반하여 어머니는 적극적이셔서 선희 아버지께서 은행지점장으로 계실 때 은행원 중 한 분과 누구를 소개(?) 해줬으면 하는 소식이 와서 어쩌다 동생 시누이를 소개하여 결혼에 성공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끼리 만났기 때문에 선희..
문광저수지는 풍경이 좋다며 잠시 들렀던 곳이고 오늘의 목적지는 대청호 오백리길을 걸어보는 것이었다. 굽이굽이 물길이 많지만 '로하스 캠핑장'에서 출발하였다. 호수에 오니 물이 많아 바다처럼 보였다.^^ 오백리길은 일종의 대청호 둘레길일 텐데 호수를 끼고 작은 산을 하나 넘었으니 여느 둘레길보다 달랐다. 높이가 약 300m쯤 되었을까! 다들 새벽에 나와 제법 두툼하게 옷을 입어서 땀을 흘렸다. 올라가며 동기들과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들 나누며 오랜만에 위를 비우는 시간이 내게는 좋았다. 낙엽이 수북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정겨웠고 간혹 미끄러웠지만 푹신해서 덜 피로한 것 같았다. 고도가 높아지자 물길도 깊어졌는데... 팻말에는 200리 로하스길 3코스라 쓰여있었다. (조금 가니 또 1코스라고... 1코스가 ..
동기들과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전체적인 소통 없이 몇몇 친구만 만나니까 여행 계획을 자세히 몰랐는데 같이 가자는 친구가 고마워 신청하게 되었다. 새벽 4시 15분에 눈이 떠져 그 후로 조각 잠을 잤다. 설렘은 아니었는데 그랬다... ㅎㅎ 7시 10분쯤 종로 3가에서 내려 파고다공원을 돌자 멀리 버스가 보였으며 족히 100m가 되어 보이는 거리임에도 손을 흔들어 알아봐 줘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꼬마적 친구들인가 보다.^^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10시쯤 충청북도 괴산의 문광저수지에 도착하였다. 요번 여행은 미리 답사를 다녀오기가 번거로워서 아예 도보 여행사에 맡긴 듯했는데 안내하시는 분과 사진 찍어주시는 분이 따라오셔서 새로웠다. 우등고속을 탔으며 18명이 널찍하게 앉았다. (남학생 10명, 여학생 8명..
창경궁에 물품보관소가 있는 줄 이제야 알았다. 무거운 걸 들고 어찌 한 바퀴를 돌 수 있을까! 밤을 주려고 들고 갔으니 참 잘 된 일이었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었으며 바로 옆에는 햇볕이 잘 드는 평상이 있어 잠깐 앉았다 움직였다. 귤과 삶은 밤을 먹으며...^^ 오늘 산책은 창경궁이다. 가까우며 멋진 정원을 볼 수 있어 가끔 찾는데 입구는 잎들이 떨어져 늦가을을 연상케 하였다. 건축물 위주가 아닌 주변을 넓게 둘러보았다. 구름이 끼고 먼지가 있어 선명함이 덜했다. 햐~~~ 참나무인 듯한데 여린 노랑이 진노랑과 조화를 이루며 파란 하늘에 황홀경으로 서있었다 운동하면서 단풍도 실컷 보는 것이다. 같은 나뭇가지에 초록과 노랑 빨강이 함께 있어 신기했던 참빗살나무! 왕과 왕비의 침소인 통명전 왼쪽의..
7시 30분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쑥 질감이 느껴지는 떡이 무척 맛있었다.) 국화 전시회를 갈까 뒷산에 올라 밤을 주울까 하다 손맛을 느껴보자 밤을 줍기로 하여 햇볕 따스한 낮은 산을 올랐다. 수확철이 늦어 사람들 손길이 다 지나간 다음이었지만 밤송이를 까서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밤이 굴러서 풀밭에 누워있는 것들을 줍는 게 실했다. 풀숲을 헤치거나 밤송이가 뭉쳐있는 곳을 들추면 썩고 벌레 먹은 것도 있으나 건강한 밤들이 똬리를 튼 것처럼 숨어 반짝이니 반가웠다. 그리 숨었다 발견되어 서울까지 올 줄 어찌 알았을까!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싶었는데 나만 반가웠나. 두 시간 가까이 수확하는 기쁨에 정신없이... 흙이 묻은 것을 그대로 넣기도 했다. 오후에도 주웠으면 많이 했겠지만... 2시에 5일장이 열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