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버터'라 불리는 아보카도다. 씨가 워낙에 커서 호기심에 심어보았는데 약 15cm 자랄 때까지 나뭇가지를 꽂아 놓은 듯 잎 소식이 없다가 노루귀처럼 말쑥하게 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은 8월에 들어서였다. 그 후로 45일이 지난 9월 18일의 모습이다. 화분에는 바위취가 자라고 있었으나 전혀 미안해하거나 낯설어하지 않고 쑥쑥 자랐다. 잎이 6장 정도 나온 후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옆에서 또 다른 씨앗 하나가 발아되어 키가 비슷하게 자랐다. 멈칫할 때는 가만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잎을 6장 정도 만든 후 어느 정도 길러낸 다음에야 다시 힘을 모아 잎 6장을 내미는 방법으로 커갔다. 그 모습은 마치 몸을 잔뜩 움츠렸다가 폴짝 뛰는 개구리를 연상케 했으며 잎이 크고 넓어 밑으로 처지기도 했다. 먼저 나온..
오랜만에 치과에 다녀왔다. 그다지 불편함이 없어 그냥 지내도 되었지만 치석이 생겨 제거하지 않았다가 일이 커질까 봐 덜컹 예약을 해버려 잘했다 싶었다. 넉넉한 오전 시간인데도 예전에 살던 곳이라 서둘러 집을 나섰다. 너무 오랫동안 살아서 한동안 지루해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입안을 둥글게 사진 찍어 상태를 파악하더니 잘못된 곳이 없다고 해서 안심이었다. 바짝 긴장해 스케일링을 하고 잇몸치료가 필요하다 시간을 잡고 치과를 나섰다. 온 김에 머리를 자르고 갈까, 요즘 보는 만화에서 등장인물 중 여인들은 모두 뒤로 짧게 묶은 모습이라 나름 예뻐서 따라 하고 싶으나 그 머리도 묶어져야 하니 어느 정도 길러야 하므로 그럴 정성이 부족해 바짝 잘랐다. 자르면 또 삶의 무게가 덜어진 양 가벼워서 좋다. ..
일주일 전 오빠와 약속을 해서 아버지께 간다고 여쭈니 요즘 바쁘니까 연장하시잖다. 자식들이 오지 않아 궁금해하시는 부모님들이신데 오히려 튕기(?) 신다며 일주일이 지났다. "언제 날 정해서 오너라!" 오라버니는 당장 다음날이 좋단다. 나도 별일 없어서 약속을 하고 몇 시간이 흘렀을까! '아버지께서 밭에 계실 때 내일 간다고 말씀드려야 무엇을 챙기시려면 천천히 준비하시지.' 하지만 벌써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신 후였다. "아버지 내일 가기로 했어요!" "그래? 점심은 어떻게 할까?" "추어탕 사갖고 갈 테니 걱정하시지 마세요!" 오빠가 재난지원금을 못 받았다고 해서...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기도 했는데 나는 받았으니 이럴 때 한턱내야겠어서...ㅎㅎ 간식과 과일 추어탕 5인분을 준비해 떠났다. 막히기도 하..
작년에 비해 20일 정도 앞서갔는데 잔디가 파랬다. 고구려성이 너무 궁금해서 나들이 나선 김에 연천으로 가자고 친구를 이끌었었는데 임진강 주변으로 안 가본 곳이 많아 요번에는 다른 곳으로 갔으면 했지만 서울로 향하는 길이라니 따라갈 수밖에... ^^ 나무 한 그루가 멋진 고구려 당포성이다. 당포성과 호로고루성은 자리 잡은 지형이 똑 닮았다. 옆으로 임진강을 끼고 있으며 양쪽의 수직 절벽이 약 3m의 낭떠러지로 자연 방어가 된다는 점이다. 당포성에 올라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았다.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시점에서 온전하게 바라본 호로고루성이다. 성 앞에 해바라기들이 피었으면 분위기가 한층 밝았을 테지만 꽃구경을 실컷 해 미련 없을 즘이라 코스모스만으로도 충분히 빛나고 있었다. 성으로 오르는 여러 갈림길에서 시..
임진강과 아래쪽 한탄강이 만나는 곳에서 북쪽으로 수 km가 수직 주상절리로 이루어져... 풍경이 아름다우며 노란색이 지나는 다리 밑으로 새롭게 카약을 탈 수 있는 장소가 생겨서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천에 간 주목적은 카약을 타보는 것이었다. 물에 젖을까 옷 보따리를 들고 잔뜩 기대했지만 전날 북한에서 느닷없이 황강댐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임진강 수위가 1m 넘게 상승하여 위험해짐에 따라 가까운 곳에서만 진행하기로 하였다. 파랗게 보이는 다리가 동이대교이며 다리 밑으로 붉게 보이는 수직 절벽이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주상절리다. 담쟁이덩굴이나 돌단풍이 물드는 이 가을에 특히나 오후 시간(3시~ 5시) 햇살을 등지며 두리둥실 카약을 타보게 되면 남부러울 게 없다는데... 아쉬운 마음에 똑같은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