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고장 난지 한 달은 됐을 것이다. 밥은 먹어야 하니 얼른 사 오면 되지만... 서비스를 다시 한번 받아야 할까, 당장 실행하기가 뭐 해서 예전처럼 옹기에 해 먹었더니 소꿉놀이하듯 재밌고... 뜨끈하니 그 자리서 퍼먹는 맛에 아직 살 생각을 못 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성가실 것 같지만 느긋하게 약한 불에 올려놓고 이불 개고 세수하고 나오면 우렁각시가 몰래 해놓은 것처럼 압력솥과 양은 냄비 중간쯤으로 찰진 밥이 감쪽같이 되어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누룽지가 살짝 앉아 물 넣고 밥풀 다독이면 보글보글 숭늉이 되어 설거지도 어렵지 않게 시원하고 고소한 입가심이 되었다. 갑자기 목돈 들어갈까 망설이는 줄 아는데 쇠뚜껑 운전수는 나니까 불편함이 없어 당분간은 이렇게 살아볼까 한다. 다만 뚝배기 뚜껑이 유리라..
멸치 다듬기를 끝으로 겨울준비는 다했다 싶다. 화분들 안으로 들일 것은 들이고 창가에 있는 화분은 신문지로 돌려 싸주었고 그 위로 김장거리 사 오며 커다란 비닐이 생길 때마다 적당히 잘라 덮어주었다. 물방울이 맺히는 모습에 낮에는 비닐을 열어주기도 하는데 파란 비닐과 하얀 비닐, 분홍 쓰레기봉투까지 합세하여 보기에는 좀 심란하지만 기습 추위로 잎이 까매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에 단단히 준비한 편이다. 두 번에 나누어 배추김치도 담갔다. 한꺼번에 절이면 힘들기도 하거니와 할 때마다 배추가 다르고 양념이 비슷한 듯 차이가 있어 꺼내 먹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한 달 간격으로 백신을 맞았으니 무리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다 이틀 전 다발무 2단을 사서 배달시키려고 멸치는 덤으로 얹어 깍두기..
넓은 길로 계속 가니 소나무숲 탐방로가 보여 접어들고 싶었지만 오늘은 성곽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어서 앞으로 향했었다. 중간에 이태원으로 내려가는 길과 다른 샛길이 많았다. 위로는 남산타워가 보이고 곳곳에 전망대가 있어 잠시 쉴 겸 내려다보는 기쁨을 주었는데... 발아래 보이는 동네는 용산 같았다. 오른쪽으로 숲이 끝나는 지점에 한강 다리가 보이며 물 건너로 보이는 녹지는 국립현충원이 아닐까! 중앙의 높은 산은 관악산으로 보인다.^^ 대형 순환버스와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다. 올라갈 때 힘겨운 자전거들인데 내리막길에서는 보는 사람이 짜릿할 정도로 달렸다. 인도가 시멘트 길로 공사 중이어서 흙길이 그리웠다. 성곽이 나타났다.^^ 없어진지 거의 한 시간 만이었다. 돌이 자잘하게 보이지만 새로 단장한 곳이 아닐까!..
버스를 타고 장충동에 내리면 오래된 빵집이 있다. 그곳에 들러 얼마나 맛있을지 빵을 몇 개 골랐다. 다녀오는 김에 들르면 좋았겠지만 시작 지점을 이곳으로 해야 성곽으로 오르는 길을 쉽게 찾을 것 같아 그녀와의 약속을 빵집으로 정했는데... 집을 떠나 버스가 달리고 있을 때 몸이 안 좋아 이제야 일어났다며 못 온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미리 전해졌으면 혼자서 가지 않았을 것을 이왕 향하고 있으니 가보자 했다. 왼쪽으로 보이는 장충체육관을 돌아서자 성곽으로 오르는 이정표가 보였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몇 년 사이에 길이 정비되어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성곽을 오르는 느낌이 예전과 달라 왜 그럴까? 이유는 성 안쪽 길과 바깥쪽을 걷는 차이에 있었다. 성 바깥쪽을 걸었을 때는 5~ 8m 되..
씨앗 뿌려 새싹이 나온 다음에는 해마다 잘 자란다. 야생이라 생명력이 강해 뿌리도 실할 것이다. 원래 화분에 있던 식물이 시름시름 앓다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에어컨 실외기 위에 얹어놓았는데 날 추워지자 창문을 꽁꽁 닫으니 멋스러운 향기를 맡을 수 없고 단풍 든 잎들이 지저분하게 떨어져 늘어진 가지를 모조리 잘라 꽃병에 꽂아주었다. 밖에 있으면 이렇게 예쁜 꽃을 볼 사람도 없어서이다.^^ 잘라준 가지 밑에는 벌써 파란 새싹이 돋았다. 내년 봄에 자랄 국화지만... 추운 겨울을 이렇게 지낼 것이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도 집안에 들이지 않고 가끔 물만 준다. 조상이 뒷산에 있는 山菊이다.^^ 2021년 11월 19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