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라버니와 함께 출발하여 다른 날보다 1시간 일찍일터에 도착했더니 벌써 감나무 아래 감들이 이곳저곳흩어져 있으며 감 따는 일을 하시다 가지치기를 곁들이고계셔서 사방팔방 붉게 물든 잎과 가지들이 늘어져대단지의 감나무를 수확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이 감나무는 사실 우리 감나무가 아니다.강화도에 사시는 분이 땅임자신데 연세가 있으셔서 밭에는 일 년 내내 오시질 않고 밭을 이용하라는 허락하에 몇 년을 아버지께서 사용하시다 허리가 편찮으시며주위의 다른 아주머니께 농사를 이어가시라 한 곳으로땅이 제법 넓고 배나무와 감나무 2그루가 있어서 작년에는 수확이 없다시피 했으나 올해는 제법 열려(아주머니께 한 그루는 수확하시라 함)집집마다 나눠갖자며 수확하는 날이 되었다. 감나무도 그렇지만 배나무도 아기 나무여서 열매가..

동생이 온다니 요번에는 아버지 일터와 텃밭으로 가 아닌 친정집으로 향했다.지난번 아버지께서 손톱이 하얘지며 다리가 멍들고붓는다 하셨는데 청소하고 돌아서기 바빠서살펴드리지 못하고 온 점이 생각나 도토리묵무침과양배추찜으로 점심을 먹고는 대충 청소해 드리고... "아버지, 손톱 좀 보여주세요!" 계란을 한 알씩 드셔야 좋다고 말씀드려도채소를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는 목에서 넘어가지 않는다며 한사코 드시질 않았는데 어느 날 손톱이 하얗게 변한다고말씀하셔서 병원에 가자 하시면 뭐 이러다....말씀을 흐리시고... 무좀일까요? 영양이 부족하셔서?잘 드셔야 한다고 말씀드리자 그다음부터는하루에 한 알씩 챙겨 드시는 편이다. "정말 손톱이 변하셨네!"몇 개가 하얗게 변하셨고 손톱이 자라기도 하셔서 "손톱 깎아드릴까요..

성난 빗물이 아버지 텃밭으로 흘러들어 가분지형 작은 밭에 커다란 구멍이 듬성듬성 생겼다.바로 옆 도랑으로 합류하기 위해 물길이 휘몰아치며우리가 못 본 사이에 사납게 흘러갔음이 드러났다. 준비된 우비가 두 개여서 행여 비가 오면 어쩌나!(오는 동안 비가 쏟아졌다가 그치길 여러 번했음) 허리가 아프셔서 옥상은 올라가지 않으시는데비옷이 그곳에 있다 하시더니 우리가 도착했을 때 황톳빛 비옷을 입으시고 물길을 내고 계셨다. 일주일 전 제초제를 뿌린 건물 주변으로 시커멓게풀들이 죽어 물길을 방해하고 있어서 메워진 하수도길을 다시 정비하실 때 난 비옷을 입고 밭으로 내려갔다.몇 개 익은 토마토를 까치가 쪼아서 보기 흉한 데다가 나머지는 날파리들이 왕창 달려들어 먹고 있어서얼른 떼어내 거름이 될까 흙에 파묻거나 멀..

일주일 후 아버지 일터에서 다시 모였다.건물 주변에 풀이 많이 자라 제초제를 뿌려보자고하셨으나 장마철의 시작인 비가 와서 대신 다른 일들을 했다.우비가 두 개 밖에 없어 오라버니는 비닐을 쓰고 아버지와 내가 우비를 입었지만 빤쮸까지 몽땅 젖으며 신발은 찌걱찌걱 발이 수영하고 있었다. 물이 흘러가는 하수도를 찾아 흙으로 메워진 곳을 여러 개 뚫어서 제초제 작업보다 큰일을 했다 하셨다.비 철철 맞으며 주변의 물꼬를 튼 것인데 나야 막대기 두 개로 요령을 부렸지만 맨손으로 일한 오라버니가 애 많이 썼다. 새롭게 건물을 짓으려는지 높아진 기반공사에옆집으로 근방의 물이 모두 흘러가 집주인에게얼른 오시라 전화를 걸고 사진도 보내주었다. 일주일 만에 왔는데 몇 개의 자두가 푹 익어 떨어지고상추와 근대가 성큼성..

일터에서 아버지를 도운 것은 처음일 듯싶다.어쩌다 친정에 가면 채소들을 얻어만 왔지, 호미 들고 풀 뽑은 것은 처음이었다. 부지런하셔서 기회를 주시지 않는 점도 있고근래에는 허리 때문에 텃밭을 가꾸지 않는다 하셨는데일찍이 심어놓으신 살구와 앵두, 자두나무... 등먼저 살구를 따라고 하셔서 비닐을 들고 비탈길을올라 오라버니와 손놀림을 빨리해 보며 모기들이달려들어 마구 찔렀으나 수확의 기쁨을 누려보았다. 무슨 꽃이냐고 물었던 밭 한쪽 구석의 접시꽃! 아버지 꽃밭에 흐드러진 능소화! 두 번째 일거리는 근대밭이었다.알맞게 이파리를 떼며 풀을 뽑는다 했지만 일주일 후면 무성하게 자라니 더 떼라 하셔서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재미가 나 농부 체질인가??? 다음은 상추잎을 수확하고 풀을 모조리 뽑았더니말끔하게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