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에 한 번 오라버니와 친정에 다녀오는데 지난달은 주말을 이용하여 동생이 온다고 연락이 와 예정에 없이 부모님을 뵙고 왔다. 다녀왔으니 얼마간은 전화나 드리리 했건만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오라버니가 부모님께 가자며 소식이 왔다. 내 할 일 했다고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약속을 정하고... "아버지, 추어탕 질리셨어요?" "아니, 오랜만에 좋지!" 예전에 같이 모여 살던 고향 같은 동네의 추어탕이다. 만날 때마다 먹는 특별식이 되어가는데... 요번에는 알맞게 사 올 것을 당부하셔서 자식 돈 들어간다는 생각 때문이신지, 아니면 여러 번 드시기 식상해서 그러시는지 딸이라도 재차 여쭙기가 어렵다. 가자마자 커다란 냄비에 추어탕을 데우며 상차림을 하는데 엄마는 퇴직을 앞둔 희끗희끗 머리의 오빠 손을 ..

집에 와 보따리를 풀어보다... 달래를 보고 눈이 커졌다. 그러고 보면 살면서 놀랄 일이 참 많다.^^ 달래가 이렇게 큰 모습은 처음 대했다. 뿌리가 동글동글 야무졌으며 손톱 한 마디만 했다. 이파리만 봤을 때는 파인가?^^ 작년에 몇 뿌리가 보여 가을에 씨를 주위에 흩뿌리셨다는데 생각보다 흡족하게 올라왔단다. 한 뿌리씩 들고 서서 다듬었다. 흰 뿌리에 작은 동그라미들이 달려있었다. 씨로도 번식되겠지만 뿌리로의 번식이 튼튼할 것 같았다. 껍질 벗기며 뽀얗게 엉덩이 드러날 때마다 개운하며 푸릇한 향이 은은하게 났다. 씻어서 채반에 올린 뒤 물기를 말리고... 달래전을 할까 달래장을 만들까 하다. 양이 많은 편이고 색이 누레지면 아까워 심심하게 간장 양념에 담가 두었다. (양조간장, 소주, 매실액, 식초 조..

명절에 동생과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첫 차를 사게 된 사연이었다...ㅎㅎ 그때는 내가 결혼을 하고 시댁에서 살 때라 사연을 통 몰랐었는데 천장에 뚜껑이 달려있었단 말에 아하 그 자동차? 군대를 제대한 남동생이 어느 날 엄마에게 자동차 좀 사 달라 했단다. 2주일이 지나자 엄마가 부르시며 만 원권으로 6묶음인 600만 원을 차 사라고 주셨단다. 몰래 모아둔 쌈짓돈이셨을 텐데... 엄마가 그런 면이 있으셨구나 싶었다. 동생의 일터가 잠실이어서 밖에 나가면 바로 자동차 매장이라 친구와 300만 원씩 옷 속에 넣고는 젊은 기운에 건들건들 슬리퍼 신고, 반바지에 티 하나씩 걸치고 매장에 들어섰는데 마침 직원 한 명만이 손님과 계약서를 쓰는지 책상에서 서류를 작성하며 한 눈을 판 사이..

살면서 육회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지만 만들 생각을 못 했는데 연말에 부모님께 다녀와 이제 구정에나 가야겠구나 하던 중 남동생이 일이 있어 못 가니 함께 가지 않겠냐고 올케에게 연락이 왔다. "점심을 준비할 테니 같이 드세요!" "난 뭐 할 것 없어요?" "함께 가주시기...ㅎㅎ" 도착하여 밥솥을 열어보니 적당량 있어서 하지 않아도 되었고 만들어 온 육회와 배추, 깻잎, 버섯과 고기를 켜켜이 넣고 육수를 부어 나베(?)를 후루룩 끓여서 김장김치와 상차림을 어렵지 않게 하였다. 아버지께서는 쉬지 않으시고 가끔 국물을 떠드시며 연신 육회에 손이 가셔서 소화가 걱정될 지경이라 천천히 드시라 할 정도였는데 그간에 밥맛이 없어 은근히 걱정이셨다가 모처럼 육회가 잘 들어가 걱정이 없어지셨단다.^..

일주일 전 오빠와 약속을 해서 아버지께 간다고 여쭈니 요즘 바쁘니까 연장하시잖다. 자식들이 오지 않아 궁금해하시는 부모님들이신데 오히려 튕기(?) 신다며 일주일이 지났다. "언제 날 정해서 오너라!" 오라버니는 당장 다음날이 좋단다. 나도 별일 없어서 약속을 하고 몇 시간이 흘렀을까! '아버지께서 밭에 계실 때 내일 간다고 말씀드려야 무엇을 챙기시려면 천천히 준비하시지.' 하지만 벌써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신 후였다. "아버지 내일 가기로 했어요!" "그래? 점심은 어떻게 할까?" "추어탕 사갖고 갈 테니 걱정하시지 마세요!" 오빠가 재난지원금을 못 받았다고 해서...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기도 했는데 나는 받았으니 이럴 때 한턱내야겠어서...ㅎㅎ 간식과 과일 추어탕 5인분을 준비해 떠났다. 막히기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