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에는 처음 온 듯하다. 연말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마음도 한몫하였다. 작은 연못가에 백일홍이 세 그루 있었는데 사방으로 뻗어 의젓한 것이 지긋한 고목이었다. 푸릇푸릇할 때는 몇 그루였는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가지마다 짚으로 싸준 풍경이 꽃 필 때처럼 근사하였고 발 시리다 치마를 입혀주었네! 어쩌다 지하철 연결이 좋아서 30분 먼저 왔다. 기온이 내려갔지만 햇볕이 있으면 외출할만하다. 눈 덮인 걸 보면 '거울못'이 얼었다는 뜻인데... 벌써 얼다니 쪼금 시시하였다.^^ 반면에 연못 양지쪽에는 담쟁이덩굴을 타고 철없는 아이비가 힘차게 오르고 있었다. 때로는 이처럼 철들지 않아도 좋으리!^^ 합스부르크 전시가 있어서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요번에는 고려청자를 보러 왔고 한글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아 또 발걸..

지하철에서 박물관으로 향하는 전용 길이다. 여기서부터 어깨가 으쓱해진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왕비가 된 느낌이 든다. 밖으로 나오니 산책로(나들길)가 이어졌다. 먼지가 없는 날이면 더욱 좋았을 것을... 있어도 뿌듯한 것이 주변 환경이 광활하며 아름다웠고 나라사랑 국립중앙박물관 아니겠나! 이왕이면 이런 곳에서 놀아야지 말이야.^^ 앞에 배롱나무 연못이 보인다. 서울은 100년 만에 봄이 가장 빨리 왔단다. 온갖 꽃들이 한꺼번에 화들짝 핀 것이다. 빌딩과 자동차와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에다 온난화와 더불어 기온이 갑작스럽게 올라간 것이다. 봄은 4일이 길어졌고 겨울은 8일이 짧아졌다나? 넓어서 한꺼번에 보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대각선을 그어 반절을 돌고 온 셈이었다. 나들길, 배롱나무못, 거울못을 반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