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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겉표지가 빨갛고 야한 책이 생겼습니다.

가게에서 손님들을 위해 잡지를 구입했는데

부록으로 나온 얇은 책 2권이었습니다.

여성월간지이니 그달이 지나면 책값에 비해

금방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 식구들도 돌려보고,

옆집도 보라고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가져왔는데요, 부록에 어쩌면 이런 부분을

실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내용이 야했습니다.

조선시대의 대가인 신윤복과 김홍도의

'춘화'가 여러 점 들어있었다지요.

 

 아하~~~

 화가들...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지요?

들여다보는 순간, 사실적으로 그렸음에

숨이 막히는 듯했습니다.

지난겨울 강원도 영월의 '민화박물관'에 갔을 때

성인들만 들어가게 하는 '춘화실'이 따로

있었는데요, 개인 박물관(?)이어서 그런지

호기심을 일으켜 입장료 수입이나마

늘리려 하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일본이나 다른 나라 그림들을 보고서

급하게 따라 그렸는지 영화로 치자면

어설픈 3류를 보는 듯했습니다.

재밌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색함에 말은 못 하고

슬며시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조선시대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할까요?

 

 문제는...

부록이 집으로 오긴 했지만 못 버리는데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집에 빌려주지도

못했지요. 더군다나 옆집 할아버지께서는

종이류를 내다놓으면 얼른 가져가셔서 고물상에

갖다 주시니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약봉지나 과일상자 등 살림을 들키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다가 춘화라니 화들짝?

아니 될 일....ㅎㅎ...

 

 그런데, 드디어 때가 왔나 봅니다.

재개발지역이라 조금씩 이사 갈 준비에 들어가

학습지들을 많이 버리게 되었어요.

참고서만 해도 많더라고요, 

하지만 또 버리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빨간 표지에 책의 크기가 작기도 해서...

섹시니 에로틱이란 단어가 금방 눈에

뜨일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야한 책만 빼고 대문 밖에 내놓자마자

옆집 할아버지께서 가져가십니다.

휴~~~

 

 이삿짐 나르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없애고 싶은

숙제였는데 마음속으로 작정을 해서 그런지......

저만 감춰놓고 실컷 본 셈이었다가 크고 작은

정리할 참고서들이 또다시 발견되어...

답안지들에 신문지 사이사이에 야한

부록 두 권을 솜이불에 싸듯 푹 숨겨서 모셨습니다.

 

 그리고는 비닐주머니에 챙겨서 재활용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가져가는 것이니...... 

조금 멀리까지 유배시켜 옮겨놓았더니만

오늘 아침 현장검증 결과 없어졌네요.

혹시나 옆집 할아버지께서 가져오셨을 수도

있지만, 설마 제가 버린 것은 모르실 테니,

뭐~~ 그야...ㅎㅎ...

 

 스파이가 위에서 내려온 지령을 말끔하게

소화시킨 것 마냥 개운함과 시원함이 일었습니다.

책이지만 참 버리기 힘들었어요.

허허허~~

 

 

 

2011년  10월  1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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