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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숲은 어떤 모습일까?

평소에는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다는 숲을......

이 날만 걷기대회를 열며 일반인에게 개방한다니 귀가 솔깃해지며 가보고 싶었다.

 

 걷는 길이가 4km 정도로 뒷산과 비교하여 그다지 길지 않길 레...

부담 없이 다녀온다며 밥을 차리면서도 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도시락반찬으로 만든 부침개 3개를 먹고는...

물은 그 곳에서 줄 테지~~하며 손수건 하나만 들고 나갔다.

 

 

 

 햐~~~

처음 가보는 동네의 주택가가 끝나며 갑자기 눈 앞에 숲이 나타나 어리둥절했다.

하긴, 서울에서 너른 벌판으로 시작될 땅이 어디 있겠나!

왕릉을 연상케 하는 오래된 소나무와 푸른 숲에 마음이 편안해지며 역시 오길 잘했구나!

경품도 있다했으니 접수하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물어봤지만 그런 곳이 없다고 해서 갸우뚱...

아파트 게시판을 보고 참가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놀라고...

그 아침에 어린 꼬마를 비롯하여 유모차들도 여럿 보여서 다들 부지런함에 웃음이 나왔다.   

 

 

 

 집결지인 듯 너른 마당이 보이고....

보건소가 앞장서 주최했는지 '대사증후군검사'와 바른 걷기에 대한 상담창구가 보였다.

 

 

 

 동네마다 걷기동아리가 있는가보았다. 깃발 앞에서 사는 곳을 들킨 것처럼 또 한 번 깜짝 놀랐으며......

예전에 동창이 '구중궁궐에서 사는 여인' 같다고 놀리더니만 한편으로는 인정을 해야 하나~~~ㅎ

 

 

 

 짧은 연설이 끝나고 출발!

비교적 대열의 앞쪽에 있었는데 빽빽하게 올라가는 모습에 적응이 안 되어 당장은 후회가 엄습했지만...

앞으로 펼쳐질 숲에 대한 기대에 비중을 두었으며 잠깐 서있다 움직이자 모기에 물렸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개방을 하지 않던 숲이라 아무래도 방제에 소홀했을 것이고 긴바지와 긴팔이 필수 같았다.

 

 

 

 20분쯤 걸으니 대열이 분산되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숲은 가꾸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상큼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으며 사람사이의 간격은 넓어졌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속도가 느리지 않았음에 평소의 내걸음보다 빨랐다.

오호~~~

 

 

 

 뒷산에 작년까지만 해도 아주 건강했던 참나무가 갈색으로 변해있어서 무슨 일일까 했는데....

요즘 참나무시듦병으로 10그루 중 7그루가 피해를 보고 있다니 여러 군데 이런 모습이 보였다.

'광릉긴나무좀'이란 해충이 나무에 구멍을 뚫고 자라며 곰팡이를 옮기면 물과 양분이 올라가는 통로가 막히게 되어 말라죽는단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도 있다하며 암컷 벌레의 길이가 고작 4.4mm 라는데 작은 벌레들이 참 대단하단 생각이다.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니 이것도 자연스러움이라며 그냥 두라는 사람도 있고...

천적을 이용하여 죽이자는 사람도 있는데 도토리가 없어지면 또 먹이사슬이 끊어져 생태계의 파괴도 온다니 어쩌나!

 

 

 

 반환점을 돌 때쯤 그 사이 잊었던 경품권을 나눠주었으며,

그곳에서 조금 벗어나자 아침에 먹은 부침개 3개가 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끝마쳤는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뱃살과 등이 붙으려는 듯 지방이 쏙쏙 빠져나가며 바짝바짝 허리가 조여옴을 느낄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 느낌이 가볍고 좋더니만...점점 힘이 빠지고...눈이 퀭~~~해지는 느낌에...

앞서 가는 여인이 물병을 두 개나 들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자 혹시 물이 부족해서 그런가?

'아줌마'라고 부르려던 것을 기왕이면 언니가 좋지 않을까하여 찰라에 물 마시려고 신경을 좀 썼다. 

미지근한 물이었다만 금세 몸이 편안해지는 것으로 보아 톡톡히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일찍 내려왔으니 바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가의 상담에 간단한 건강검진까지 하고 마당을 내려다보니,

경품 당첨번호가 1000이 넘는 것으로 보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구나 싶었다.

 

 '홍릉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으로 연구중심의 수목원이기 때문에 주말에만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이번에 갔던 '시험림길'은 '홍릉수목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으며 ...

생각지도 못한 이런 숲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그동안 숨쉬기를 도와주고 있던 셈이었다.

연구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종 개방하여 사람과 나무와 흙의 만남을 갖는 것도 의미가 깊을 것이다.

 

 

 

 

2013년   8월    2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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