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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갈 山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지 않았다.

2시간이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다기에 높지 않다 여기고 아침 9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가기 전날에서야 가벼운 마음으로 山을 찾아보니 해발 923m에 산행시간이 5시간 넘는다 해서 부담이 되었다.

오며가며 왕복 4시간쯤 차를 타야하고 날이 일찍 저물어 서둘러야 할 텐데...?

이제 와서 어쩌나!

약속시간을 바꾸자니 이미 밤 10시가 넘어서 늦었단 생각이었고...

山을 바꿀까?

억새만 보고 내려올까...

 

 

 

 일단, 가기로 했다...ㅎㅎㅎ...

가다가 벅차면 돌아오면 되는 것이고~~~오~~~♬

마음과 다리가 맞는 여인 둘이서 길을 나섰으니 걱정이라지만 뭔 일 있겠는가! 

억새축제가 끝나서 한적할까봐 조심스러웠는데 사람들이 아주 많아 곳곳에서 먼지가 날리기도 했다.

 

 

 

 빨간 단풍에 질세라 노란 생강나무가 햇살에 고아서...

여기까지 오를 때만해도 단풍이 절정이라며 날을 잘 잡았다 싶었지만 높이 오를수록 나뭇잎들이 말라...

요모조모를 살펴 가장 아름다운 날을 축제날로 정했겠지~~~싶었다. 

 

 

 

 등룡폭포까지 왔다.

수량은 많지 않았으나 아주 수려했다. 사람들의 크기와 비교해보시라!

바로 위쪽으로 이런 웅덩이가 하나 더 연결되었으며 널따란 통 바위가 급하게 떨어져 내려오는 길이가 꽤 길었다.

용(龍)이 올라가는 모습을 닮았다하여 등룡일 것이다.

 

 

 

 짐작보다 더 걸었다 싶었을 때 저만치 하얀 솜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보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地形으로 낮은 언덕들이 너울져 억새들이 자손을 퍼뜨리며 살고 있었다.

누군가가 山에 올라 발견하기 전까지는 깊은 산골이었을 것으로 보였는데,

四方이 높은 山으로 둘러싸여 분지를 이루었으니 바람이 적어 비교적 따뜻한 곳이었으며,

예전에 화전민들이 살았다네!

 

 

 

 쉬지 않고 천천히 걸었지만 은근히 빠르기도 해서 우리를 앞서간 사람은 없었다.

1코스로 올라 억새꽃군락지를 지나고 팔각정에 도착했는데...

억새단지를 마음대로 다니게 하면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일정하게 올라가는 길을 만들어 놓아서...

키보다 큰 억새들을 넓게 보려면 점점 높아지는 언덕을 뛰어넘어야만 했다.

 

 

 

 오른쪽으로 팔각정의 지붕이 보인다.

억새를 보러 올라온 사람들은 이곳까지도 올라오지 않았다.

계속 높아져 힘이 들고 밑에서만 보고 가도 되었기 때문이며 여기까지만 해도 왕복 4시간의 산행길이라 그럴 것이다.

조금만 가면 억새군락지가 나온다는 말만 믿고 연세 있으신 분들이 오르면 안 된다 싶었다.

 

 

 

 모조리 담을 수 없었다.

길이 휘어지기도 하고 강원도와 인접해있어 높다란 산에 가리기도 했으니...

신라의 마의태자나 후고구려의 궁예가 나라를 잃고 이곳에서 하염없이 울었을 때 억새도 따라 울었다하여...

울음산이라고도 불린다는데 이를 漢字로 표기하니 명성산(鳴聲山)이 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울명(鳴)에 소리성(聲)이다.

 

 

 

 이제 억새단지는 끝나고 능선으로 이어진 평탄한 곳을 걷는다.

이때가 오후 2시가 넘었을 텐데 오다가 차안에서 김밥 한 줄을 먹어서인지 배고프진 않았지만...

쉬지 않고 걸었으니 지치기도 해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오늘의 먹을거리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달콤한 매실차와 물렁물렁 넘기기 쉬운 홍시감이었다.

배를 채운 후 처음 시작은 또 힘이 들다가...

 

 

 

 햐~~~~~

점점 높아지며 붉은 산 밑으로 호수가 보였다.

안개가 낀 상태여서 맑진 않았는데 기울어가던 햇빛에 비친 호수가 신비스러웠다.

 

 

 

 이후로는 계속 능선으로 이어져 어려운 길도 아니었고 정상이 눈앞에 보였으나...

출발이 늦었으니 삼각봉까지 갔을 때 정상을 30여분을 앞두고 뒤돌아와 몹시 아쉬웠다.

가는데 30분이면 오는데도 그 시간이 걸려 결국 한 시간을 걸어야 지금 서있는 지점에 오게 되므로 고민했었다.

이 시간에 올라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린 여인들이고 날이 어두워지면 대책도 없어서 안전을 택했으니 잘한 일이리라!

 

 

 

 내려올 때는 팔각정에서 호수의 북쪽 앞에 위치한 자인사로 향했다.

올라오며 억새밭에 새삼스러웠지만 사람들이 많아 차분함 없이 웅성거렸던 반면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조붓한 숲길에 들어서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발도 편안하고 오늘의 수고로움이 녹아나는 듯싶었다.

 

 

 

 허나, 이 길은 처음 몇 걸음 빼고는 다소 험했다.

길이가 짧은 대신 평지에서 급하게 기울어지며 돌과 계단이 많았고 발 디딜 자리에 긴장해야했으며,

무리가 없도록 신경 써야 했으니 평평한 호숫가에 닿을 무렵에는 행복함이 넘쳤다.

주차장까지 산정호수를 반 바퀴쯤 돌아 총 6시간을 걸었을까!

호수와 억새와 명성산이 그럴듯하게 어우러져 신선함을 준 곳으로 기억해본다.

 

 

 

 

2014년 10월   3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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