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백섬

 

 숙소가 해운대 앞에 있었으니까 저녁 먹기 전 동백섬에 들렀다가자고 했다.

여행이란 많이 돌아다닌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애초에는 동백섬을 느리게 둘러보고 옆에 있는 송림공원에...

해변을 거닐며 경치 좋은 곳에서 멍~~~하게 앉아있다 오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동백섬은 靑年期 이후로 처음 향하는 길이다.

학교 다닐 때 가본 동백섬은 숲이 우거졌으나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라 좀 음침했었다.

밤에는 여기저기 입맞춤 소리가 들린다 했었고...ㅎㅎㅎ

맨발의 청춘이었던 그 시절 우리일행 13명(여학생 6, 남학생 7)은 보름에 걸쳐 제주도를 한 바퀴 걷다시피 하고 집에 갈 차비만 남긴 채, 

여차하면 해운대 모래밭에서 하룻밤 자거나 밤기차를 타고 올라가자며 부산으로 방향을 틀었었는데...

마침 부산에 사는 同期가 집에 내려와 있어서 공중전화 몇 번 끝에 극적으로 만나 생각지도 않은 호강을 했었다.

별안간 13명의 혈기왕성한 손님은 맞은 그 아이집 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식사준비 하시느라 얼마나 어려우셨을까?

들통으로 매운탕을 해서 날라 오시고, 갖은 회에 맛깔스런 반찬에......^^

그동안 감자 양파 동동 띄우고 고추장 풀어 어쩌다 통조림 있는 날에나 왕거니 찾는다고 낚시질하다 모처럼 잔뜩 포식을 하고,

밤에는 남포동 나이트클럽까지 다녀오라며 돈까지 주셨던 아버지셨으니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진다.

 '똑같은 자식들이라 생각하셨겠지!'

 

 

 

 동백섬의 누리마루는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곳으로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새롭게 건물을 지은 듯했으며 각국 정상들이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에...전시물들이...둘러볼만했다.

당시에 잠수부들이 바다에서도 경호를 했기 때문에 전복을 다 따 먹어서 한동안 나지 않을 거란 소문이 있단다...ㅎㅎ...

 

 

 

 따뜻한 곳임을 알리는 이국적인 열대식물도 좋았고...

오후 들어 기온이 오르고 바람이 잔잔해져서 구경 다니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바다는 맑고 하늘은 푸르렀으니...^^

 

 

 

 동백꽃 한 송이 앞에 넣었으나 동백섬이니 아쉬워 동백섬의 동백을 다시 넣었다.

역시 내 눈에는 홑겹이 아름답다!

 

 

 

 우리나라 야생화 중 여름날엔 팔손이가 많다했는데 팔손이가 틀림없어보였다.

잎이 넓어 추위에 약할 듯하지만 푸릇하게 이겨냈으니 용감하구나!...^^

 

 

 

 동백섬 서쪽으로는 유람선을 탈수 있는 운촌항이 있었으며...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하늘을 찌를 듯한 멋진 디자인의 마천루가 세련된 모습으로 다가왔다.

 

 

 

 하룻밤 묵을 곳에 도착했다.

15층에 방이 있어서 해운대와 동백섬, 오륙도, 달맞이공원까지 훤히 보이는 곳이었으니 황송했어라!

저녁으로 근사한 한정식까지 예약해놔서 처음에는 다정하게 나눠먹다가 배가 꽉 차 남은 음식이 아깝기도 했다.

집이 근처였으면 굴비와, 해물파전, 떡갈비 등 싸갖고 왔을 텐데...ㅎㅎ...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친구 혼자 애 썼겠구나!'

 

 2시간에 걸쳐 먹었으니 그 밤에 배를 안고 걷지 않을 수 없었는데 동양화 한 폭 사오라 하네!

점당 100원짜리 노름을 하고 3700원 잃었지만 잠자리 좋았지 밥도 맛있게 먹었지...그저 넉넉한 마음이었으며...

광(光)팔다 밖을 내다보면 은은한 불빛의 해운대가 아름다웠고 남쪽하늘의 달님은 부러운 듯 우릴 엿보고 있었다.

놀다가 이야기하다 새벽 3시쯤 잠이 들었을 것이다.

 

 

 

 

2015년  3월  15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