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샛길로 접어들었더니 키가 커다란 소나무군락지가 나와서 성곽만 따라가서는 못 볼 뻔했던 경치를 대했다.

편백나무숲과 마찬가지로 가족단위로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산림향을 누리고 있었는데...

소나무 주인이 따로 있나, 멀리 가지 않고도 찾아서 누리는 사람이 주인이지!

 

 

 

 근처에 사는 또 다른 친구가 어머님 병원치료가 끝나서 집에 모셔다 드리고 산성으로 찾아왔다.

이 때가 오후 3시를 조금 넘었을 텐데 늦은 점심을 먹자며 마을로 내려오던 중 '만해 기념관'도 행궁도 보였지만,

밥 먹을 생각에 갑자기 무엇을 본다는 것도 시시해져서 그냥 지나쳤다.

 '다음에 볼 것을 남겨 두어야지...ㅎ'

 

 

 

 곤드레 나물밥과 맷돌 녹두전...^^

같은 서울이라도 멀리서 왔다고 건강한 밥상으로 손님대접을 융숭하게 받았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마을을 지나는데...

 

 

 

 세계문화유산이라 관리사무실이 새로 생겼는지 역사관도 보이고 각종 이정표에...

깨끗한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으며 이런 현수막을 보는 순간 모르고 왔으니 더욱 자랑스러워 으쓱으쓱 해졌다. 

 '요즘 문화유산이 곳곳에 보이는데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지정하진 않겠지...'

 

 

 

 가끔 산책하러 온다는 친구가 이끈 곳은 현절사였다.

병자호란 때 적에게 항복하기를 끝까지 반대했던 홍익한, 윤집, 오달제 등 삼학사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었다.

이들이 처형된 지 50년만인 숙종 14년에 지어졌으며 임금이 현절사란 이름을 내렸다한다.

 

 1636년(인조 14) 청나라가 사신을 보내 조선을 속국시하는 모욕적인 조건을 제시해오자,

윤집, 오달제, 홍익한은 왕명을 받고온 사신들을 죽여 모독을 씻자고 주장했는데,

이듬해에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던 인조가 청 태종에 항복하며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고 청과의 화의가 성립되자

청은 끝까지 전쟁을 주장했던 조선의 삼학사들은 물론 대신들과 봉림대군을 볼모로 데려갔다. 

청 태종은 이들을 회유하며 가족들과 함께 청나라에서 살기를 권했으나...

삼학사는 완강히 거절하여 결국 중국 심양에서 처형당했으며 그 후로 청에 항복하기를 거부했던

김상헌, 정온의 위폐도 이곳에 모셔져 해마다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제향을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절사 바로 앞은 단풍나무가 무리를 이루고 있어 가을에 볼만하다니 머릿속에 넣어 두었다.

성곽과는 달리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여인들 셋이서 초록길을 걸었다.

 

 후금을 세운 변방의 여진부락들은 우리나라에 조공을 바치며 살았는데...

그들이 조공을 바치면 조선은 대국의 체면상 그것의 몇 곱절을 하사해야 했으며,

나중에는 여진부족들이 이를 역이용하여 자주 조공하기를 청했다니 그 넘의 체면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더군다나 병자호란 이후에는 승리한 여진이 우리에게 도리어 조공을 바치라했으니 기가 막히고 통탄할 일이었지만

실리보다 명분을 앞세우는 것이 과연 현명했을까 의문이 선다.

 

 

 

 조금만 가면 예전에 우물이 있었던 곳으로 향한다기에 숲길을 헤치며 100m쯤 걸어 나갔을 때...

커다란 맷돌이 놓여 있는 곳을 발견했는데 과거 이곳이 옥정사터라 하였다.

절 뒤편에 우물이 있어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옥 같은 샘물이 솟아났다 해서 이름지었다하며...

남한산성의 북문을 지키던 승병들의 숙식과 훈련을 위해 옥정사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니,

이 맷돌은 아마 콩을 갈아서 승병들의 두부를 만들었을까.

 

 

 

 옥정사에서 북문으로 향하는 길인데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좁은 흙길에 소나무들도 근사했으니...

슬픈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외부에서야 높은 성벽이지만 안쪽은 이런 아담한 담으로 예쁜 궁궐의 한 부분 같지 않은가!

청나라의 속국으로써 조선은 1895년 4월 17일 청일전쟁 후 체결된 '시모노세키조약' 까지 258년간 이어졌으며

청일전쟁에서는 일본이 승리했으니 그 다음은 말해서 무엇 하리오!

 

 

 

 마침내 북문에 도착하였다.

서문과 마찬가지로 위에서는 그냥 직선으로 통과할 수 있는 지붕 밑의 길이었으나...

 

 

 

 아래로 내려오면 이런 늠름한 모습이었다.

병자호란 때는 군사 300여명이 이곳 북문을 열고 나가 청나라를 공격했지만 전멸했던 곳이라니...

아픈 상처가 보이지 않을 만큼 말끔하게 생겼지만 모조리 지켜봤겠네!

 

 

 

 

 그리고는 역사공부고 뭐고 집에 가기 전에 茶 한 잔씩 하자며 빨간 우산 밑에 앉았다...ㅎ...

남한산성이 아무리 우긴다 해도 친구들 보는 것이 더 반가운 일인 것을 말해서 뭐하겠나!

얼굴 맞대며 밥도 먹고 여러 시간 함께 걸었으니 알게 모르게 끈끈한 정도 들었고 고마웠다.

사진이 몇 장 필요하다니 몽땅 보내주었는데 저장을 여러 번했건만 찾질 못해서 한참을 헤맸고,

이참에 어디에 있는지 발견하게 되어 예전에 저장했던 사진들까지 정리했으니 다 친구 덕분이라 여긴다.

남한산성 남은 구간을 8월이나 9월쯤에 가자했는데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려나?

답 : 못 기다릴 것 같음...^^*

 

 

2015년 6월  14일   평산.


 

 

 

 

 

 

 

 

 

 

 

 

 

 

 

 

 

 

 

 

 

 

 

 

 

 

 

 

 

 

 

 

 

 

 

 

 

 

 

 

 

 

 

 

 

 

 

 

 

 

 

 

 

 

 

 

 

 

 

 

 

 

 

 

 

 

 

 

 

 

 

 

 

 

 

 

 

 

 

 

 

 

 

 

 

 

 

 

 

 

 

 

 

 

 

 

 

 

 

 

 

 

 

 

 

 

 

 

 

 

 

 

 

 

 

 

 

 

 

 

 

 

 

 

 

 

 

 

 

 

 

 

 

 

 

 

 

 

 

 

 

 

 

 

 

 

 

 

 

 

 

 

 

 

 

 

 

 

 

 

 

 

 

 

 

 

 

 

 

 

 

 

 

 

 

 

 

 

 

 

 

 

 

 

 

 

 

 

 

 

 

 

 

 

 

 

 

 

 

 

 

 

 

 

 

 

 

 

 

 

 

 

 

 

 

 

 

 

 

 

 

 

 

 

 

 

 

 

 

 

 

 

 

 

 

 

 

 

 

 

 

 

 

 

 

 

 

 

 

 

 

 

 

 

 

 

 

 

 

 

 

 

 

 

 

 

 

 

 

 

 

 

 

 

 

 

 

 

 

 

 

 

 

 

 

 

 

 

 

 

 

 

 

 

 

 

 

 

 

 

 

 

 

 

 

 

 

 

 

 

 

 

 

 

 

 

 

 

 

 

 

 

 

 

 

 

 

 

 

 

 

 

 

 

 

 

 

 

 

 

 

 

 

 

 

 

 

 

 

 

 

 

 

 

 

 

 

 

 

 

 

 

 

 

 

 

 

 

 

 

 

 

 

 

 

 

 

 

 

 

 

 

 

 

 

 

 

 

 

 

 

 

 

 

 

 

 

 

 

 

 

 

 

 

 

 

 

 

 

 

 

 

 

 

'늘상에서떠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음대하는 선배님 댁 방문!  (0) 2015.07.25
비 오기 전에...  (0) 2015.07.12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 나들이 1  (0) 2015.06.11
'행복 동행길'을 걸었네!  (0) 2015.06.05
어쩌다 찾아간 봉선사!  (0) 2015.06.01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