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생활

모으다보면...

평산 2015. 8. 6. 09:02

 아버지께서 살구나무 묘목을 심으시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지 3년이 되었다.

더 되었을지 모르지만 살구를 맛보라고 주신지 3년째이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살구는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과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첫 해에 우리집에 온 모습은 이미 검은 점이 생기고 금이 가서 온전한 것이 없었다.

주셨으니 아까워서 골라 먹었지만 살구맛이 나는 것도 같고 어째 밋밋했다.

재미삼아 먹고 남은 씨앗 20개정도를 모아두었다.

 

 작년에는 어땠을까!

나무가 성숙해져서 수확량이 느셨다며 두 배가 전해졌는데...

제법 살구맛이 났지만 모양은 여전히 심란해서 얼른 먹어야할 상황이라

개운하게 잼을 만들어 친구와도 나누었다.

그리고는 2년 동안 모아둔 씨앗을 삶아서 말리며 계속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의 살구 모습이다.

근처에 오셨다 전해주셨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한참 피어나는 18살이 되었을지...

시중에서 보는 살구와는 다르게 빛깔이 곱고 모양도 온전해서 꺼내며 감동 받았다.

봄에서 여름까지 비가 적어 건조했으니 살구가 상처 없이 익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상온에서 말랑해지면 먹고 싶었으나 검은 점이 생기고 하루살이가 모여들어 냉장고에 두었는데...

꼭지부분을 가르면 씨가 말끔하게 분리 되어 물속에 담가두었다가 하루에 한번씩

깨끗한 물로 갈아주며 모았다.

 

 

 

 

 "아버지, 저 살구씨앗 모으고 있어요."

 "뭐하려고... 심으려고?..."

 "아니요, 모아서 베개 속 만들려고요."

 "그  걸 언제 모아?"

 "10년이면 되겠지요, 벌써 3년 모았는걸요?...ㅎㅎㅎ..."

 "아버지가 오래 살아야겠네!..."

 "그럼요, 아버지!"

 

 그렇다고 일부러 살구를 사서 먹진 않는다.

위의 씨앗은 첫해와 이듬해에 걸쳐 씨앗 모은 것을 삶아서 말려둔 것인데...

잠시 잊었다가 올해 먹은 씨앗을 삶으며 혹시 곰팡이가 났을까? 하고 찾아보니...

이렇게 말끔하여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버지께서 가꾸신 살구를 먹고 남은 씨앗으로 베개가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뿌듯할 것인가!

 

 

 

 

  2015년 8월 6일 평산.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찰 2  (0) 2015.08.12
관찰 1  (0) 2015.08.09
친구들 기다리며....  (0) 2015.08.01
[대학로] 라이어 2  (0) 2015.07.29
산마루 부대에서...  (0) 2015.07.21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