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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사가 밀려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버지께 다음날 간다는 약속을 했다.

밤늦게 뉴스를 보니 안 되겠기에 전화를 드리려다

주무실 시간이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드렸는데...

먼지가 밀려온 것을 아시고도 밭에 가셨을까

두 분 다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아침을 먹고 떠나야 하나 어쩌나...

옷을 입어.. 말아?.. 하면서

시계를 연신 들여다보다... 

이렇게 먼지가 심할 때는 나가본 적이 없어서

겁이 나고 가고 싶은 마음이 약해져...

웬만하면 다음 기회에 가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를 했었구나??"

 "아버지, 오늘 황사가 심해서 날 좋으면 갈까 생각하고 있어요."

 "바람이 좀 불긴하는데... 괜찮아, 차 타고 오는데... 뭘?"

 "오늘이 제일 심한 날이래요 수치가 겁나게 높은데요?

이런 날 나가본 적이 없어서 무섭기도 하고..."

 "야~야~ 그럼, 중국 사람들은 다 죽었겠다?"

 "네? ...ㅎㅎ.... 정말 그러네요...ㅎㅎㅎ..."

 

 아버지 말씀을 들으니 고비사막 옆 중국에 비하면

먼지가 먼 거리를 날아와 얼마나 약해진 모습일까 싶은 게...

망설일 필요가 없어져서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에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

거리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호들갑스러웠나?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듯했다.

 '다음에 오너라!' 하실 줄 알았는데 보고 싶으셨을까?

 

 

 

 

 출발이 늦어 오후 1시가 넘어 도착하여

어린 상추 쑥갓 무침에 뜨끈한 미역국

그리고 삼겹살을 구워 아주 맛나게 먹었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 살림집이 있으시지만

왔다 갔다 어려우시다며 겨울에나 가시고

옥상 컨테이너에 계시는데 부엌이 따로 없어

옹색하여도 바로 해 먹는 맛에 모처럼 밖으로

나온 사람은 소풍인 듯싶지만 언제나 편안하실까 싶어 

송구스럽기도 하며, 억지로 하시는 모습은

아니라 다행이라 여긴다.

 

 설거지라도 해드리는데 바람이

얼마나 불던지 호스에서 나오는 물의 방향이

휙리릭 바뀌기도 했으며,

문수산 꼭대기가 보이긴 했지만 누런 빛의

먼지들이 가벼운 것들을 일으켜 심란하게 날아다녔다.

그 사이 두 분께서는 속옷을 구경하신 모양이었다.

아버지께서 석 달 전에 엄마 속옷을 사 오셨다는데

몇 번 빨았더니 벌써 고무줄이 늘어났다고 하셔서

어버이날 겸사겸사 준비하게 되었다.

엄마는 이것저것 마음에 들어하시는데

아버지께서는 분명 95 사이즈면 

되시건만 허리가 조이는 듯 소화가 안되니,

번거롭더라도 제일 커다란 크기로 바꿔오라 하셨다.

자그마치 110으로...ㅎㅎ...

 '걸쳐지실까 심이 걱정일세!...'

 

 

 

 

 

 

 

 

  아버지 꽃밭은 모란이 한창이었으며

높다랗게 서있는 여러 그루의 겹벚꽃이

황사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모처럼 마늘도 한 줌 심으신 모습에

감나무 새싹이 시원찮아 파봤더니

뿌리가 한쪽으로 썩어서 잘라내고 보완해주셨단다

이제 막 능소화는 움트고 있었고 내가

아버지 꽃밭에 기증한 철쭉이

곳곳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새롭게 생긴 아버지 걱정거리에 대해서도

이러저러 이야기를 나눈 후...

 

 

 

 

 쑥갓과 아기 상추 그리고 시금치를

한 줌 비닐에 담아주셨는데

보따리가 작으니 행여 놓고 내리지 말라고

강조하셔서 버스에 올라 배낭에 모조리 들어갈까

정리해보다 시퍼런 돈을 몇 장 발견하게 되었다.

 '아니, 왜 돈을 넣으셨을까?

그래서 다른 날보다 당부하셨구나!'

 

 옆에서 사실 때는 엄마가 어린이날에

아이스크림과 바나나 한 송이라도 꼭 선물로

주셨는데 받기만 하고 그냥 지나가기

섭섭해서 그러셨단다. 하루 종일 얼마나

버신다고 용돈도 제대로 못 드리는데 말이야.

무엇이 줄 게 없으면 오지 말라 하셔서

딸이 삐짐 할 때가 있고...무엇을 주시고 싶어도

왔다 갔다 차비가 더 나갈 것 같으면 부르지

못할 때가 있다는 말씀에...

부모와 자식 간에도 하찮은 듯하지만

줄다리기가 내내 이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신문을 읽어보자니 요즘 효도에 대한 생각이...

부모님은 돈을 제일 좋아하시는 듯해도 자식이 자주

찾아오는 것을 최고로 치시는 반면,

자식은 살아가기가 바빠 멀리서 선물이나

돈으로 보내드려도 당연히 이해하셔야 한다는 입장이라니...

'우리가 이러하니 그런 줄 아세요' 라면 좀 건방지고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바 자주 찾아뵙는 것이 도리리라!

먼지가 많은 날이라 신경 쓰였지만 아버지 한 말씀에

튕겨지듯 나왔고 별거 아닌 일이 되었네?

주신 돈으로 조만간에 맛있는

빵 사 갖고 찾아뵈야겠다...^^*

 

 

 

 

 

 2017년   5월   1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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