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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잠시 소강상태(小康狀態) 일 때 뒷산에 올랐더니,

나뭇잎들이 비바람에 떨어져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하였다.

잎들이 소복해서 사람이 다니는 길처럼 보이지 않았다.

정상에 올라 가끔 누군가가 쓰는 기다란 빗자루를 들고 한 계단씩 내려오며 쓸었다.

한 번은 경험하고 싶은 그날이 온 것이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하고

바람도 잠시 쉬는 고요함 속에... 

회색빛으로 칠해진 계단에는 한동안 노란 소나무 잎이 떨어져 있어

이렇게 소나무가 많았나 고개 한번 들어보고...

쓱쓱 싹싹 이쪽저쪽으로 공중에 떠있는 계단이라 양옆으로 던졌다.

땀 방울이 송골송골 얼굴에서 목으로 흘렀다.

수행자가 된 느낌이었다.

 

 

 

 

 

 

 

 

 나처럼 산책길이 궁금해 나온 사람 두 명이 있었다.

적당한 비질에 마당 한 편에서 이렇게 생잘긴 알맹이를 만났으니,

화려한 꽃이 필 때와 갈색의 열매가 매달린 것은 보았으나 속 알맹이는 처음이었다.

이제 막 껍질에서 나온 것은 유난히 반질반질하고 예뻐서 몇 개 줍는데,

 "밤이 아닙니다, 독이 들어 있어요!"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듯 이야기하신다.

 

 잎이 일곱개로 나뉘는 칠엽수(마로니에) 열매다.

단백질과 전분이 많아 위장장애 때문에 타닌을 제거한 후에나 식용 가능하다는데,

여름 지나면 열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혹시 먹는 것인가 궁금했었다.

비가 많이 온 덕에 한적한 오늘에서야 속 알맹이를 보게 되었네!

갖고 놀다 이 또한 화단에 심어봐야겠다...^^*

 

 

 

 

  2018년 8월  3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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