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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연극, 뷰티풀 라이프!

평산 2018. 12. 11. 21:51


 진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어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았다 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연극을 찾았다.

둘째 며느리까지 맞이한 부부라 아마도 65세 정도 되었을 듯한데...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몸짓과 표정에 집중하며 빨려 들어가 보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뷰티풀 라이프일까?

주인공 순옥은 후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 이제 익숙해진 듯 외출까지 하는 할머니로,

남편 춘식과 평범한 노년을 지내며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남은 날들에 젊었을 때보다 한껏 대화가 오가는 다정한 부부로 보였다.


 바쁜 현대 생활을 반영한 듯 큰 아들은 외국에서 살아 얼굴 보기가 힘들고...

아내가 생일을 맞이했어도 일이 있다며 오지 못하는 둘째 아들이기에 며느리조차 안절부절하며

돈만 안기고 일찍 돌아가는데 이런 아내를 대신해서 꽃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여태껏 표현 못하고 살아와 선뜻 내밀지도 못하고 저녁 산책하자며 손을 잡고 나선다.


 자식들에게 거는 기대는 없다.

다만 둘 중 누군가가 앞서서 무지개다리를 건너갈 텐데 걱정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춘식은 협심증이 있는지 가끔 가슴을 쥐어뜯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시하는데,

젊었을 때 아내가 눈이 아파 이야기라도 나눌라치면 등한시 했음이 미안함으로 남아서인가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살면서 장인 장모에게 가는 것은 선택이고

본가에 며느리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던 시절이니 알게 모르게 의견 차이가 많았는데

이제서야 무엇이 중요하지를 깨달은 사람처럼 보였다. 


  "나랑 살아줘가 너무너무 고맙데이!"

 세월이 흘러 아내가 고맙고 못 해줘서 안쓰럽고 앞이 보이지 않아 딱하고...

남겨두고 먼저 가려니 안심이 안되어 작은 것이라도 고장이 나면 얼른 고쳐주는데,

하루에 세 마디만 한다는 경상도 사나이의 말에 관객들은 금세 공감 되어 훌쩍이기 시작하였다.

당시에 유행했던 음악들이 깔리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고...

마침 무대가 어두워져 마음 놓고 누구나 반성하는 시간이 주워졌었다.



 

 부모님을 떠올려보는 젊은이가 있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기 전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함께 해야겠구나!라는 교훈에... 

그동안 들키지 않고 바람피운 일 때문에 미안해진 사람도 있었을 테고...ㅎㅎ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에게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잘해주리라 결심하던 바로 그 때!!! 

분위기가 갑자기 싹 바뀌어 밝은 웃음을 줘서 참 고맙기도 했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너무 슬프지!!!


 젊었을 때 부산에서 살며 순옥의 이모가 조촐한 탁주집을 운영하는 곳에서 처음 만났던 둘은,

춘식씨가 서울로 대학을 가며 졸업 후 잘나가고 있다는 소리에 몇 년간 헤어지게 되었는데...

사실 부산에 남았던 순옥은 자존심도 조금 상했지만 주소를 잘못 적어 편지 연락이 끊어졌던 이유로

서로가 멀어졌으나 쾌활한 이모가 잠깐 볼일이 있어 가게를 봐주던 차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춘식씨가 순옥이 생각이 나서 일부러 이모의 가게에 왔겠다 싶었다.


 이모가 무대에서 빠지고 둘이 등장하기까지는 어둠이 깔리며 시간이 좀 흘렀는데

빠글빠글 퍼머에 몸빼 바지의 이모가 옷을 바꿔 입고 처녀적 역할로 바뀌느라 걸린 시간이었다.

춘식씨는 뻗친 삼각형 가발을 쓰고 청년으로 나타나 얼마나 웃음을 주었는지 모른다.

말하자면 이야기의 전개가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순이었다.

무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명으로 순옥은 할머니, 젊은 처자, 탁주집 이모로...ㅎㅎ

춘식씨는 할아버지, 철없는 중학교 아들 역에서 젊은 청년까지 멋지게 소화시켰는데...

연기가 맛깔스럽고 줄거리가 탄탄하여 관객들을 울렸다 웃겼다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시각 장애인의 설정이 다소 과했을지라도 일상적 이야기를 풀어가며...

행복은 바로 옆에 있음을 잔잔한 감동과 따스함으로 보여주어 연말 연극으로 아주 좋았다.  

퇴직해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때이니 작은 상차림에 수저라도 놓으며 눈치 보기 없기!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란 말들 아끼지 말고 무엇이 먹고 싶다 장바구니 들어주기! 

아프면 병원 가보란 말보다 같이 움직여주려는 마음으로 실천해보기!

부부가 함께 보면 더욱 좋겠을 연극으로 추천합니다...^^*


 



  2018년  12월  1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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