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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 북'이란 흑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로 그들이 가능한 식당과 숙소를 정리한 책이다.

영화의 배경은 1962년, 그 시절 미국은 '짐크로 법'이라 하여, 공립학교나 대중교통,

군대에서 흑인들은 화장실, 식당, 식수대를 따로 써야 했다.

당시 금지 시설에 들어오면 죽을 만큼 맞았고 구금당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입담과 주먹만 갖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와




 교양과 품격을 지닌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박사의 이야기다.

'그린 북'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셜리역의 마허샬라 알리!

흑인 배우로 일단 목소리가 멋있었고 모델 같은 체구에 우아함이 드러난 연기자였다.




 두 사람은 카네기홀 2층에 살고 있는 돈 셜리의 집에서 면접을 보는 관계로 처음 마주친다.

백악관에도 초청되었다는 셜리는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요청을 받던 중 위험하기로 소문난

남부로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크리스마스이브까지 2달간 머물 예정이었는데, 

보디가드 겸 운전사가 필요해서 발레롱가 부인의 허락까지 받고 채용하게 되었다.

첫 장면에 황금색 옷을 입고 있어서 분위기가 묘했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발레롱가는 아내에게 (마지못해...ㅎㅎ) 편지 쓰겠다는 약속을 하며,

뉴욕에서 출발하여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켄터키, 테네시 등

미국의 동부 해안 지역을 따라 내려가 남부로 향하는 긴 여정을 출발하였다.


 운전사와 모시는 분으로 만난 두 사람이 영화를 재밌게 이끌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생각, 행동, 말투, 취향 등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최소의 자존심은 지키면서 조금씩 양보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쨘하며 아름다웠다.




 이렇게 작은 규모로 남부의 부유한 가정에서 음악회가 열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는데,

가는 곳마다 운전사가 점검해야 할 것에는 꼭 '스타인웨이 피아노'(이 피아노 처음 알았음)'와

무슨 술인지 기억나지 않으나 술 한 병을 준비해 놓는 것으로...

앙상블이라 했던가, 연주는 항상 셋이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빠듯하게 짜여진 일정 때문에 기상이변이나 어떠한 어려움에도 도착해야 했는데,

가는 도중 우여곡절이 어디 한 두 가지였겠는가! 여기서 웃음과 서러움, 안타까움이 겹치고,

운전수가 백인이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어 다행스럽기도 했다. 


 시간이 모자라면 길에서 실례를 하고 가자는데 모범생이라 숙소까지 다녀와야 하고...

주마다 법이 달라 몇 시 이후에 흑인이 지나가면 안 되는 곳도 있어서 무조건 맞고, 갇히고,

(다음 연주회 때문에 케네디 대통령 백(?)을 이 때 한번 사용하며 폐를 끼쳤다고 괴로워한다.)

연주회장에 어렵게 도착했으나 흑인이라 밥을 함께 먹을 수 없다는 소리에 화가 나지만

살면서 숱하게 겪어왔던 피아니스트는 아주 훌륭한 인성으로 대처해 나간다.




 어릴 적 어머니께 피아노를 배웠다는 셜리는 정통 클래식으로 나가고 싶었으나,

음악계에서도 흑인 차별과 선호도로  재즈 쪽으로 기울어진 듯했는데

근사한 리듬에 흥이 나며 몸이 들썩 들썩거려 참아내느라 혼이 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이 해내는 영화래도 틀릴 것이 없었다.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도 이렇게 멋진 영화를 만들었다니!

당시의 의상을 준비하고, 배경을 선택하며 두 배우 역시 실존인물들과 가깝게 해보려고 노력했다는데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운전했던 발레롱가가 다소 침착해지고 셜리는 융통성이 조금 생긴 모습이었다.


 배경이 오래전이라 인기를 못 끌었을까?

서울에서도 몇 군데만 상영하고 있어 오랜만에 광화문으로 나갔다 왔다.

꼭 보고 싶다며 연락을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감동과 재미에 다시 보고 싶을 만큼 행복했고 권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2019년  4월  1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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