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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고 동창생 연극 보기 삼인조가 다시 만났다.

연극과 관련이 있어서 보러 갈 사람 손들라고 소식을 올리는 여인!

어느 장소에서 공연을 하던 동네의 地理를 잘 알아 마음에 드는 음식점과 찻집을 척척 데리고 가는 여인,

그저 가겠다고 대답을 잘하는 여인이 대학로에서 만난 것이다.

연극이 8시라 다소 늦었는데 그동안 저녁을 같이 먹고 차 한잔 마셨다.





 술의 神, 연극의 神이었던 '디오니소스'의 이름을 딴 술집에서 벌어지는 일이 줄거리였다.

짝사랑 하던 남자가 죽어 장례식에 다녀온 여인,

불우하게 자라 자주 카페에 들렀던 그 여인에게 관심이 있는 주인!

오갈 데 없어 카페 주인을 오랜만에 찾아온 이름뿐인 아버지,

연기가 아직은 애송이지만 작가를 꿈꾸는 아르바이트 학생!

우울증에 걸려 한강에 투신하려다 다리를 무사히(?) 건너 카페에 들어오게 된 사나이!


 그리스 神들을 많이 알았더라면 듣기가 수월했을 텐데 들리는 것들만 들었다.

 "봄이 와 목련 꽃이 피면?"

 "봄이 와 진달래가 피다면?" 하고

 질문을 던지면 "나는 어찌어찌하겠다." "어떠어떠한 생각이 지나간다."라고 

대답하는 대목이 싱그럽게 다가왔는데 그때마다 대답을 떠올렸으나 순발력이 부족함을 느꼈으며

친구들과 모인 장소에서 이런 놀이하는 것도 재밌을 거라 생각되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대화의 시간이 있다고 해서 늦었지만 지켜보았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연극보다 이 시간이 더 감동적이어서 흐뭇하였다.

 '극 중의 인물 표현이 실제의 나와 다를 때 어떻게 표현하려 애쓰는가.'

 '연극 영화과에 다니는데 방학을 맞이하여 어떤 점에 힘쓰는 것이 좋을까!'

 '무대에서 끝까지 살아남겠다란 생각이 있는가!'


 단순하게 요약하면 이런 질문이었지만 괜히 어려운 문장을 구사하여

마치 자신이 알고 있는바를 이론적으로 나타내는 시간인 양 질문의 요지가 답답했던 반면,

연기자들의 솔직한 대답은 살아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날마다 무대에 서기까지 빗쟁이들이 따라오고 독촉하는 문자가 날아들어도

무대에 오르면 일단 벗어날 수 있어 집중할 수 있다고 고백한 배우,

연기가 좋아도 배가 고파 끝까지 무대를 지키겠단 말은 할 수 없으며 중간에 노동시장에도 나가고...

장사도 해보다가 다시 기회가 되면 돌아오기도 한다는 배우,

미련 없이 당장 무대를 떠나고 싶다(?)는 배우도 있었다.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친화력은 역시 그 사람의 지위나 배움의 정도가 아니라

나이를 떠나 진솔함에 있음을 확인한 무대였다.





2020년  1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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