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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이사

평산 2020. 12. 8. 13:27

 아버지께서 이사를 하셨다.

그동안 일터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하시려니

내 집에서 사시질 못하고 연립이나 전원주택을

두루두루 옮겨 다니셨는데 거리가 좀 있지만 

당신 집으로 들어가신 것이다.

 

 이사할 집으로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떠났다.

사시던 곳에서 이삿짐은 10분 후에 떠나신다며 

엄마가 이미 이사 갈 집에 계시다고 해

마트에서 나오자마자 서둘렀다.

만나서 점심을 먹을 것이고 들고 있던 세제 무게가

만만치 않아 뭐 드실 거라도 사 올 것을~~~

마음에 걸렸지만 마트가 낯설고 미로형으로 복잡하여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밖에서 맥없이 기다려야 하나 했다가

엄마가 계신다니 얼마나 좋은지?

발걸음을 재촉해 9층으로 올라 띵동 눌렀건만

안에서 소식이 없었다.

 '어떻게 들어가나!'

다시 한번 벨을 누른 후 귀는 잘 들리시지만

걸음이 느리시니 기다려보자 했다. 안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소리에 넘어지실까 조마조마하였다.

 

 "엄마!"

 "어?... 이삿짐이... 온 줄 알았네!"

처음에는 마스크 쓴 딸을 못 알아보시더니 어딘가 

닮은 구석에 반가워하셨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몇 시간을 혼자 계셨으니 왜 아니셨겠나!

 

 

 

 

 조금 있으면 밀려올 이삿짐들이라

엄마와의 반가움은 짧은 이야기에 묻히고

붙박이장이나 선반, 화장실 청소, 신발장 닦기,

방방마다 비질에 침대 놓을 곳과

소파 들어올 곳을 먼저 닦았다.

입주청소를 하시자니까 집이 깨끗하여 그냥

돌아가게 생겼다며 거절하셨던 것이다.

 

 "아버지, 이사하시며 많이 버리셔야 해요!"

 "나도 그러려고 하는데 엄마가 못 버리게 한다."

 "그럼 이다음에 힘들어지는 사람이 있지요."

이 말을 하며 무척 마음이 아팠는데

눈치가 빠르셔서 이해를 하시는 듯했다.

 

 내가 이사할 때는 현장에 남아 있는 것을

무척 싫어한 이삿짐센터 사람들이었으나,

아버지, 엄마, 동생, 나, 제부 이렇게 다섯이 있어도

즐겁게 일했다. 밑에서 올라온 물품을 버리자며

다시 내려간 것들이 이어졌고, 부엌살림 중

커피잔은 없고 밑받침만 스무 개 넘게 버렸을

것이다. 쇠붙이 종류는 돈이 되는지 따로 모아

그들이 갖고 갔는데 40kg은 된 듯하다.

버렸으면 하는 의견에 군소리 없이 다시

내려다 준 그분들께 감사드린다.

 

 그 와중에 떡이 도착하여 저녁은 이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으나 밥을 먹지 않고 보내면 마음 아프다는

아버지 말씀에 김칫국을 서둘러 끓였다. 정리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서 나도 집으로 와도

되었지만 하룻밤 자고 가라는 엄마의 눈빛에

즉시 굴복되어 걸레질 3번 정도 하고 마무리할 즈음, 

낮시간 대부분을 쉬시며 보내시던 엄마가

하루 종일 얼마나 피곤하셨을지 이불을 깔자마자

누우셨는데 약을 미리 챙기질 않아 진통제를

찾으시는 바람에 이방 저 방 헤매자니,

나마저 집으로 왔으면 두 분이서 어찌 되셨을까 싶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공복에 맞으시는 당뇨 주삿바늘을

찾느라고 또 헤맸지 뭔가!

 

 넓은 집을 줄여 오시긴 했어도 붙박이장이나

공간이 짜임새 있어 정리하기 좋았으며 컹컹 개 짖는

소리로 주택에서는 깊은 잠을 못 주무셨다는데

조용하고 아늑해서 걱정을 덜게 되었다. 

엄마옷 한아름 버리고 쓰레기와 재활용할 것을

챙기고는 다음에 온다며 떠나려 하자 더 자주 오라고

엄마가 애원하는 얼굴로 말씀하셨다.

  "엄마, 알았어. 그래야지요."

 

 이제 더 이상 이사를 다니지 않으실 거라 참 좋다.  

우리 집과는 거리가 30분 정도 가까워져서

지하철을 타면 예전보다 차비 3000원이 줄겠다며

배웅하시는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즉시 셈을 하신다.

 

 "지금처럼 한 달에 한 번 온다고 치고~~~ ♬

일 년이면 40000원쯤 절약된다고 보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건강 지키며 살 테니까

10년 치 차비를 미리 아버지에게 주는 것은 어때?"

 "아고~~~ 못 말려....ㅎㅎㅎ"

 " 더 오래 사셔야지요, 아버지!"

 

 

 

 

 

      2020년 12월  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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