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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곳에 '열 너머 감감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열까지밖에 못 세었다.

그러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다.

짐승들이 새끼를 열 마리보다 많이 낳으면...

모두 몇 마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열 다음은 뭐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도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다.

 "이 사과가 몽땅 얼마요?"

 "열보다 많으니 알 수가 있나...!

 아무튼 한 개에  한 냥씩이니 사과 수만큼 돈을 주시오!" 

  "사과 하나에 돈 한 냥, 또 하나에 돈 한 냥......"

 사람들은 이렇게 답답하게 살아갔다.

 

 

하루는 임금에게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공주가 반지를 좋아해서 아주 많이 모아두었는데...

 "아버지, 제발 제 반지가 모두 몇 개인지 알려 주세요,

너무너무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요, 네?"

 "오냐, 오냐, 한번 세어 보마."

그런데 임금도 반지를 세다가 열만 넘으면...?

번번이 감감해지고 말았다.

 '열 너머 감감나라' 임금이니까.^^

 

 급기야 임금은 나라 안팎에 방을 붙이고...

공주의 반지를 세어주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했는데...

 

 

 '열보다 더 나라'의 '잘 세네'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하나, 둘, 셋,......열보다 하나 더, 열보다 둘 더,....."

임금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열보다 아홉 더, 열보다 열 더, 그다음에는,

그다음에는...... 휴! 그다음에는 모르겠습니다."

 '잘 세네'는 고개를 푹 숙이고 물러났다.

 '아~~~ 굴욕!'

 

그래서 그다음 사람이 나섰는데.....

 "저는 십하고 더 나라의 '더 잘세'입니다."

 "그래, 한번 세어 보아라!"

 "......십하고 일 더, 십하고 이 더......

 ......십하고 구 더, 십하고 십 더..... 그다음에는,

그다음에는......, 휴! 모르겠습니다!"

더 잘 세는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났으니...

임금의 실망이 매우 컸다.

 "반지를 다 셀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이냐?"

 

 그때, 한 소년이 나타났다.

  "제가 세어보겠습니다!"

  "오, 그래? 어느 나라에서 온 누구냐?"

  "바로 이 나라에서 사는 '묶어세' 이옵니다."

  "그래? 그럼, 너는 수를 몇까지 셀 수 있느냐?"

  "십까지 셀 수 있으나 방법이 있사옵니다."

임금은 그동안 실망이었기에 반지를 잘 세면...

상을 주겠지만 못 세면 벌을 내리겠다고 엄포했다.

 

 "임금님, 반지를 세려면 사람이 몇 명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시녀들 몇 명이 왔으며 소년은

열 손가락에 모두 반지를 끼라고 하고서......

 "반지는 모두 '십이 세 묶음, 나머지가 다섯 개'입니다.

사람의 손이 열 개라는 것을 이용하여

묶어서 센 것입니다."

 

 

 "호! 정말 대단하구나! 무슨 상을 받고 싶으냐?"

 "공주님과 혼인하고 싶습니다."

 임금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셈을 잘하는지 더 알아본 다음에 허락하겠다며

소년을 마을의 농부네 집으로 데리고 갔다.

 이곳에서 소년은 농장의 짐승들이

몇 마리인지 세어보라는 질문에 우리에 칸막이를

만든 다음 열 마리씩 넣어서, 돼지와 오리,

염소의 수를 다 세었으며.

 

 

시장에 가서도 모든 물건들을 각각 열개씩 모아

놓거나 쌓으라고 한 다음 차례로 세어 나갔다.

백성들이 수를 셀 줄 몰라 답답했던 임금은

마침내 소년을 사위로 맞았다.

 

 그 뒤, 열 너머 감감 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물건이 많아도 잘 셀 수 있게 되었다 하며,

나라 이름도 '열씩 묶어세 나라'로 바꾸었단다.

세월이 흘러 흘러.....

 '십이 세 묶음, 나머지가 다섯......'

 '십이 네 묶음, 나머지가 셋......'은

짧은 이름으로 바뀌어 오늘날처럼 되었다는 이야기로,

함박웃음을 주었기에 나누고자 합니다.^^

 

 

 

 2022년 11월  1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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