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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서 '세계색소폰연주회' 가 열린다고

남편분이 참석차 집을 비우는 사이에 청양 정산에 있는 

숙이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10시 30분 버스를 타고

2시간 여를 달려 내리니 어김없이 꽃님이가 마중 나와줘

반가운 얼굴을 대하고 변함없는 솜씨의 나물반찬에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어 밥을

덜었다가 다시 찾아 먹었는데 오후에 점심 먹은 것이

많은 힘이 되어줘서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나물의 재료는 직접 수확해서 말린 고사리, 가지, 부추.

단호박, 고구마줄거리, 개망초, 깻잎, 꽈리고추 등

조금씩 농사를 지어  시장 갔다 온 재료는 두부뿐이었다.

 

 우아하게 茶 한잔 마시고 날 더우니 집에서나 있다가

오려고 생각했지 어디 간다는 상상을 못 했는데

시원한 숲길이 있다며 우리를 이끌어주었다. 

 

 바로 칠갑산자락이었다.

칠갑산은 해발 561m로 주차장에서 내려 얼마 걷지

않았을 때 베적삼을 흠뻑 적시며 콩밭 매던 아낙네가

보여 느닷없이 반가웠다. 노래의 주인공 아니던가!

 

 능선을 타고 넓게 임도가 나있어 숲이 햇살을 막아주었고

바람이 살살 불어 정말이지 땀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언젠가 천문대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칠갑산 자락에도

천문대가 있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경사가 완만한 길을 30분쯤 걸었을 때...

 

 오늘의 목적지인 묵직한 모양의 칠각정이 나타났다.

 

 이때가 오후 4시 58분으로 이곳에서 정상이 

얼마나 걸릴까, 낮시간이 짧아졌으니까 어둡기 전에

다녀올 수 있을까? 심장이 마구 두근두근거렸다.

친구들은 가지 않는다는데 어쩐담?

 "계단 때문에 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혼자서 5시가 갓 넘어 출발하였다.

우리가 칠각정에 도착했을 때 어떤 청년이 정상으로 떠나는

것을 봤으니 쪼금은 안심을 하면서 서울서 샌들을 신고가 

친구 운동화를 빌렸는데 발을 꽉 붙들어주지 않아 끈을

다시 매고 싶었지만 그 시간도 아까워 앞만 보고 걸었다.

 "계단이 어디 있다는 걸까?"

 

 다녀와 시간을 계산해 보니 정자에서 15분쯤 걸어

계단이 나왔을 뿐이지만 당시에는 무척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어서 정신없이 계단을 올랐으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계단의 경사가 높아 "헉헉"

숨을 몰아쉬고 조금 쉬고 싶어도 날이 어두워져 호랑이가

나타나면 어쩌나 발을 멈추지 않았더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아 계단 난간을 잡고 5초간 쉬었다가

 "되돌아갈 수는 없다." 며 한 계단씩 다시 힘을 내었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았으면 즐겼을 텐데... ㅎㅎ

당시를 생각하니 지금도 꿈만 같네! 헉헉헉헉!

 

 힘겹게 올라와 정상에 아무도 없었으면 놀랐을 텐데

다행히 다섯 사람이 있었고 그중 앞서갔던 청년이

인증사진을 찍고 있어서 무척 안심이 되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어서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났으며

이때 시간이 오후 5시 23분이었다. 정상에는 등나무가

있어 신기하단 생각이었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풍경 대신

아마 산너울이 보였다 여겨지는데 자세히 구경하고

내려오진 못해서 아쉬움이 남으나 점심을 잘 먹어서

물도 없이 다녀왔다는 생각에 그저 감사하였다.

 

 백제시대에는 칠갑산을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했으며 만물생성의 7대 근원인

7(七) 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갑(甲) 자로 七甲山이 되었단다.

 

 애 먹였던 급경사의 마지막 계단을 내려오며...

정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 덕분에 여유를 갖으려 하였고 

친구들을 만났더니 정신없이 다녀온

흔적으로 얼굴이 빨갛다고 들... ㅎㅎ

그러니까 칠각정에서 정상까지는 약 1km로 왕복 2km를 

홀로 다녀온 셈이고 다시 주차장까지 내려왔을 때는

저녁 6시 25분쯤이어서 무척 다행스러웠다.

 '이런 모험도 결국 숙이 덕분이었네!'

 

 

 

 2024년 8월  2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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