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요즘은 중학생들도 커피를 마시던데

커피 향기를 모르고 스무 살이 넘어 시작되었지만

좋구나, 개운하다는 생각을 못한 채

점심으로 라면을 먹을까, 커피 한잔 할까?

그러며 청춘이 흘러갔었다.

두 가지 다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란 듯...

하루의 용돈을 생각하며 사치라 여겼을 것이다.

 

 한동안 믹스커피도 잘 마셨다.

산에 올랐다거나 사우나 다녀올 때는 지금도

달달함에 맛있게 마시는데 평범하게 밥 먹은 후에는

달달함이 지나쳐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커피에 대한 생각이 쪼금 달라지긴 했다.

 

 설탕, 프림, 커피를 각자 취향에 따라 넣어

마시는 것도 좋았다. 1: 1: 1.7 정도?

믹스커피보다는 개운하면서 간이 맞았다 할까?

즐거운 마음으로 한 잔이나 두 잔씩 먹다가 프림이

돼지기름이라 했던가, 건강에 나쁘다는 소식을 접한

후에는 설탕 없이 커피 알갱이만 넣어 마셨더니

카페의 아메리카노와는 달리 썩 당기지가 않았다.

 

 언니도 맛있게 내려마시라며 커피머신을 가져가라고 

동생이 이야기했어도 하루에 몇 잔을 마신다고...

그만큼 커피에 대해 조예가 깊지도 않아 부피가 작은

커터기만 가져오고 그럭저럭 지내던 중...

 

 대형마트에서 커피가루를 인스터트 커피보다

g당 싸게 팔고 있어 한번 여과지에 걸러 마셔볼까나?

산지에 따라 종류가 많아 막연히 과테말라산 커피가루와

거름종이를 사 왔었다. 거름종이를 올리는 도자기그릇도

옆에 있었지만 적당히 걸치면 될 것이라 생각했더니

그냥 컵으로는 밑이 허당이어서 거름종이가 구멍이

나고 손으로 누르고 있자니 뜨거워 어려움이 따랐다.

 

 그럼, 거르는 그릇을 사 와야 할까?

사 온 과테말라를 어느 정도 마셔보고서나 커피콩을 사 오든

가루를 사 오자며 살림 또한 늘어나는 게 마땅찮아

건너뛰자니 답이 없어서 사 와야 할까, 그래야 할까?

다녀와야 할까? 한 봉지 마시려고 또 그릇을 사 와?

그러다 문득 그물망이 걸려있는 작은 다기를

발견하고 무지 반가웠었다.

 

  '이렇게 하면 될 것을...ㅎㅎ'

인스턴트커피를 먹는 것보다 그릇을 데우는 등

절차가 있었어도 멋모르고 사 온 과테말라 커피가

한약처럼 색이 짙어 쓴맛이 날까 했더니 부드럽고 

화산지대에서 생산되어 그런가 약간 훈제(?)된 듯,

콩이 탄 듯(?)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

 

 결론적으로는 이런 방법으로 마셔도 좋겠다며 

나머지 할인했던 다른 나라 커피도 사 올 겸 다시 가봤더니,

와~~~ 사람들 입맛이 똑같을까 벌써 모조리 팔리고

며칠 사이에 가격이 올라 아쉬움에 돌아왔지 뭔가!

 

 봉지에 들어있던 커피는 이미 개봉되어서 

열소독한 후 말린 유리병에 넣어 마시고 있는데

다음에는 에티오피아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 커피(인스턴트커피에 비해 싸게 느껴졌음)도

음미해 보고 커터기가 있어 콩으로 사 와 갈아서도

맛볼까? 그러면 이것저것 마셔봐도 그냥 커피맛일 뿐

구별하지 못했던 미각이 좀 달라지려나?

 

 

 

 

   2025년  2월  28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