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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가고 싶으시다며 너는 내일 집으로 오라셨다.
"아버지, 그럼 저도 밭으로 가겠습니다."
"그럴래?"
농부의 아들이셨던 터라 몸은 어려우시면서도
봄밭이 궁금해서 가신다니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요즘은 아버지 보호자 겸 가고 싶어 진다...ㅎㅎ
밭은 멀어서 9시에 출발해도 3시간이 넘게 걸려
12시쯤 도착하므로 일찍 오신 아버지께서는 이미
지치셔서 내가 오자마자 금방 집에 가자 하시니
요번에는 청소를 다녀와서 하자며 8시에 집을 나서서
11시가 갓 너머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나마 밭 주변에
유동인구가 줄었다고 타고 온 버스가 내일부터 다니지
않는다니 왔다 갔다가 더 어렵게 생겼다.
대중교통 4번을 타야 올 수 있는 곳이라, 휴~~~
쪽파를 조금 뽑아 놓으셨고 건너편에서 달래를 캐고 계셨다.
예전에는 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으시면 수확기에나 부르셔서
집으로 옮기는 일만 했다면 지금도 비슷하지만 땅을
파보고 호미질을 해보는 것이 다르다 할까!
"왔구나, 먹을 만큼 캤으니 달래나 비닐에 넣어!"
지난번보다 불과 10일이 지난 듯한데 달래는 가느다란
실 같은 모습이었다가 뿌리가 동글동글 제법 크고 줄기가
새파랗게 자랐으며 실해져 놀라웠다. 대충 넣었더니 뿌리를
모아서 넣어야 씻기 편하다 하신다... ㅎㅎ
제법 양이 많아 기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챙긴 다음에는 괭이를 들고 체험으로 몇 뿌리를 캐보는데
먹을 만큼 캤으니 고만 캐라며 목소리가 커지셨다.
귀가 어두워 못 들으셨는지 자꾸 이야기하셔서 달래에 욕심이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일기를 쓰자면 생생하게 남기기 위해
해보는 것이라고 문자를 넣으니까 금세 이해하셨다.
소통이 안 되면 아버지와도 티격태격할 때가 있다.^^
힘차게 올라온 더덕 또한 올 때마다 몇 뿌리 캐 주시는데
아직은 어려 1년을 더 두고 보자 하셔서 금방 텃밭을
접을 듯(지난번에 대파와 케일 씨앗을 가져왔으나
일부러 심지 않으심) 하시다가도 가끔은 오고 싶다 하시니
나야 아버지 오시면 길은 멀어도 함께 호미질하며
자라는 모습들 지켜보고 수확하는 재미에 와야 하고 말고...^^
연하니까 껍질만 벗겨 초고추장 찍어 먹으면 훌륭하였다
풀이 자라 부추밭을 매 주었다.
백년손님인 사위도 주지 않는다는 초벌부추인데
치아가 시원찮으셔서 나만 한 줌 가져와 밭 주위에 마실 나온
갓 두 뿌리, 쪽파, 냉이는 뿌리 부분을 칼 끝으로 두드려서
쌈배추 한 통이랑 모조리 넣고 멸치액젓으로 절여
버무렸더니 우리 집만의 김치가 만들어졌다.
알뜰하게 먹으려면 냉장고에 봉지 봉지 정리만 할 께 아니라
싱싱할 때 염장이라도 해야 버리는 부분 없이 개운해지며
밭에서 오면 일거리는 많아도 식탁이 풍성해지고
재밌어서 무엇에 중독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25년 4월 2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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