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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 한번 갔으면 한다."
사시는 곳을 검색해 보니 가까운 곳에 두 곳이 있었다.
사진을 찍어 보내드리고 가실 때 같이 가자고 말씀드렸다.
집에서나 씻으셨지 목욕탕은 오랜만이라 어려워하실까 봐
그리 말씀드렸는데 일주일에 한 번 뵙는 날이 돌아와
"산책 가실까요?" 여쭈니...
"요번에는 목욕을 갔으면 싶구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아버지께서는 옷을 얇게 입으셔서
춥지 않으시냐니 목욕 가니까 덜 입고 와 춥다 하셔서
얼른 사우나로 발길을 옮겼다. 건물 7층에 있었는데
신도시라 시설이 깨끗해 보였지만 힘 없이 들어가시는
모습에서 어째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이럴 때 나는 남자였으면 싶다.
아버지를 따뜻한 물로 이끌어드리고 등도 밀어드리고
너무 오래 계신다 싶으면 의자에서 쉬시라 하고
사이사이에 후다닥 나도 씻으며 얼마든지 지켜드릴 수
있을 텐데 조심해서 움직이시란 말씀만 드렸다.
낭군 하고 사우나에 가면 2시간 후에 만나기로 하지만
1시간 30분 후에 만나기로 해 다른 때보다 서둘렀었다.
옷 입는 시간과 머리도 말려야 해서 30분쯤 남기고
마무리 하려던 중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빨리 하려고 문간 샤워기 옆에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모셔가려고 119가 왔어요."
"네?"
비누질을 하고 있었기에 대충 헹굼을 하고
머리 빗질도 못하고 정신없이 옷을 입고 나갔더니
소방대원이 따님이냐며 고질병이 있으신가 물었다.
아직 나오지 않으셔서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었다.
먼저 빨래 보따리가 전해졌다.
밖은 영하인데 뜨거운 물에 오래도록 계셔서 체온을
내려야 한다며 옷을 덜 입히셔 보따리가 생긴 것이다.
빨리 병원으로 이동하려는 119 그들과...
나오셨길래 병원에 가시는 것이 어떠냐 여쭈니
집에 가서 쉬시면 된다 하시는데 신발을 신으실 사이에
몇 번을 더 여쭌 다음 집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모자와
목도리를 둘러 드린 후 밖으로 나왔다. 나야 햇볕이 있어
머리가 젖었어도 춥진 않았는데 연세가 있으신
아버지께서는 어떠셨을까!
"어떻게 되신 거예요?"
버스 정류장에서 추우셨다가 온탕에 들어갔더니
너무 좋아서 30분을 계셨는데 옆으로 열탕이 보여 의심 없이
들어가셨다가 이곳 역시 좋아서 마냥 앉아 계시다
어느 순간 머리가 아프기 시작해 물에서 나오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으셨단다. 직원들이 도와 나오시자
당신 스스로도 놀라셨을까 구토증상이 있으셨다며...
길거리 의자에서 한번 앉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딸하고 같이 왔으니 점심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가스불을 켜시고 의자에 앉으셔서 눈을 감으셨을 때
따뜻하게 덮어드렸어야 했는데 깨실까 봐 그동안
나대로 방방 걸레질을 하고는 일어나셨길래 점심을 먹고,
갑자기 오한이 온다고 하셔서 열이 식었나 보다며
두꺼운 옷에 이불에 머리에는 모자도 쓰신 채로 누우셨다.
가져간 신문이라도 읽으며 소리 없이 아버지 상태를
지켜보고 싶었으나 신경이 쓰이신다니 집에 간다며
편치 않은 마음으로 밖으로 나왔다. 지병은 없으셨고
가족들이 부모님을 닮아 정상의 범위지만 혈압이
낮은 편으로 퇴근하고 들어 온 낭군의 말이,
밖에서 차갑게 혈관이 긴장해 있다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혈관이 넓어지며 혈압이 더욱 낮아져
기운이 없고 몸이 늘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하~~~ 그렇구나!!!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였어도 감을 못 잡았었지 뭔가!
병원에 가지 않으셔서 다행스러웠어도
감기기운이 있으셔서 약 드시고 누워계신다는데
연세가 있으시면 사우나도 조심해야겠구나 싶었고
삶에 자신감 잃으실까 봐 힘내시라 응원해 드렸어도
기운이 없으셔서 얼른 회복되시기를 빌어본다.
2025년 1월 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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