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종류가 들어갈 때쯤 레드향을 사 왔다. 그러니까 올봄 3월 말쯤이던가! 눈으로 봐도 시선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끝 무렵이라 아쉬움에 맛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씨앗이 없다가 몇 개 남았을 무렵에 나타났다. '어쩌나, 너도 생명인데 말이야.' 정말이지 이제 화분 늘리고 싶은 마음 없지만 (올해만 잎으로 씨앗으로 10개쯤 늘었음.) 어딘지 모르게 던져 놓았더니 풀보다는 귀하게 보이는 푸릇한 싹 3개가 올라왔다. '레드향인가?' 기대하지 않았으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아가는 다 예쁘다...ㅎㅎ 지금은 연둣빛이 사라지고 청년다운 짙은 녹색을 띠고 있으며 꿋꿋한 모습을 보자니 힘이 절로 나서 씨앗을 버리지 않고 심어준 것이 옳은 일 잘한 일 같다.^^ 2022년 11월 18일 평산.
일주일 전쯤 개기월식이 있었다. 아침 신문을 읽다가 머릿속에 기억해두자 했건만 저녁을 먹고 공기를 바꾸자며 창문을 여는 찰나 붉은 달이 보여 아차 했었다. 이때가 7시 20분쯤으로 우주의 신비를 엿보는 장면이라 늦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는데 달님과는 역시 기막힌 교류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속마음을 종종 나누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달이 뜨는 날에는 창가로 오게끔 만든다. 빨래를 걷으라든지... 꽃 물을 줘야 한다든지... 공기를 바꾸라든지... 그럼 난 하늘 살펴보는 일이 자연스럽다. 먹구름이 가득해 달이 보이지 않을 상황이어도 구름 속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 때... 그냥 서쪽으로 넘어가기 아쉬웠구나 한다. (사실은 그랬어요, 저랬어요 존댓말을 한다.) 식구들과 몇몇 분들께 소식을 전했다. 특히 전날 저녁에..
무엇보다 김장을 해놔야 계획을 세우기 좋다. 무청을 좋아해서 총각무부터 담갔다. 4단이면 통에 가득 차질 않으니... 옆에 돌산갓이 있길래 1단 넣었다...ㅎㅎ 딱 한 단 남아 있어서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양이기 때문이다. 미리 생강과 마늘을 찧어놓아 어렵지 않게 양념을 하고 갈수록 음식이 짜지는 경향이 있어 싱겁게 한다에 역점을 두었지만 기다려야 정확하게 알 듯하다.^^ 두 근의 생새우로 반절은 알타리와 갓김치에 나머지 반절은 멸치액젓을 넣어 냉동고에 이틀동안 넣었다가 배추김치 할 때 사용하였다. 양념으로 쓰고 남은 파도 버무려서 알타리 옆구리에 찔러 넣었다. 크기가 잘아 다듬기 어려웠어도 파김치로는 알맞은 크기였다. 더불어 갓과 파김치도 조금씩 맛보는 것이다. 알타리 ..
옛날 어느 곳에 '열 너머 감감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열까지밖에 못 세었다. 그러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다. 짐승들이 새끼를 열 마리보다 많이 낳으면... 모두 몇 마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열 다음은 뭐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도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다. "이 사과가 몽땅 얼마요?" "열보다 많으니 알 수가 있나...! 아무튼 한 개에 한 냥씩이니 사과 수만큼 돈을 주시오!" "사과 하나에 돈 한 냥, 또 하나에 돈 한 냥......" 사람들은 이렇게 답답하게 살아갔다. 하루는 임금에게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공주가 반지를 좋아해서 아주 많이 모아두었는데... "아버지, 제발 제 반지가 모두 몇 개인지 알려 주세요, 너무너무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요, 네?" "오냐, 오..
대성리에서 돌아와 삶을 물을 올리며 쑥과 냉이, 씀바귀를 옷도 갈아입지 않고 앞치마를 두른 후 씻기 시작했다. 다듬어 와서 일이 쉬웠는데 먼저 나물거리부터 삶고 그 물에 쑥도 삶았더니 아주 진한 갈색 물이 되었다. 삶은 물조차 아까워 식을까 뚜껑을 닫고서 주변을 정리하고 잠시 족욕을 하였다. 뜨끈뜨끈해서 발을 계속 담글 수도 없었는데 시원하며 몸이 노곤 노곤하였다. 다음 날 재료가 있어서 쑥 인절미를 만들어보았다. 점심 무렵에 찹쌀을 씻어 불리며 쑥을 잘게 썰었다. 가을 쑥이라 질길 수 있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다시 한번 익혀서 절구에 찧었다. 쟁반 두 개에 콩고물을 준비하고는... 고슬고슬한 찰밥에 쑥을 적당량 덜어 섞어주었다. 여름날은 더워서 송골송골 땀이 맺혔으나 날이 선선하며 요령이 생겨 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