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어릴 적 집에 감나무가 세 그루 있었다. 장독대옆, 아래채 부엌 앞, 그리고 뒤깐 옆! 대봉감은 아니었지만 모양이 동글지 않고 약간 네모 난 감이었는데 가을이면 넓은 인삼채반에 켜켜이 올려 뒤꼍으로 가는 모퉁이 창고에 보관했었다. 나무판자를 위에서 하나씩 틈으로 내려야 닫아지는 창고의 문은 지금 생각하면 불편했을 텐데 겉에서 보기에는 판자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보이므로 나름 멋스러웠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홍시감이 되었을까! 어느 날 판자들을 들어 올려 꺼낼 즈음엔 키에 맞게 높낮이가 되어야 비로소 감들이 보였고 이미 뭉그러져 흘러내리는 것, 여전히 딱딱한 것, 알맞게 익은 감이 있어서 골라골라 그릇에 가득 담아 내왔었다. 간식이 없던 시절이지만 형제들은 물크덩한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
끄적끄적
2022. 12. 29.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