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늙은 호박
아버지의 가을 선물이다.먹기보다는 겨울이 다 가도록 실컷 바라다보고 따스함과 넉넉함을 배우고 싶구나 한다.한동안 현관에 장식장 위에 진열해 놓는 것이다. 올봄에는 작년 것을 비로소 먹으려고 갈라보니 한쪽이 썩어 들어가 철렁했었다. 나머지 반쪽 또한 주홍빛 두툼한 살은 어디로 가고 가는 실들이 수없이 얽히며 그 사이사이에 빛을 잃은 호박씨가 매달려 있어 절정이 지나면 맛 대신 이상한 기운이 가득 차는 것 같았다. 들었을 때 전체적인 무게는 별 차이가 없었는데 그랬던 것이다. 그렇다면 요번에는 단단한 호박의 달콤함이 남아 있고 눈으로도 충분히 호강한 다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점을 찾아보려 하겠다. 내놓으신 것 차에 싣고 와 모두 이렇게 튼실한가 했더니 며칠 전 친정집 마루에 놓인 호박이 자잘한 것..
일상생활
2022. 12. 19.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