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시댁에서 김장을 해주셨는데 올해는 여의치 않으셨는지 일한다고 바쁜 동생이 김장을 못했단다. 봄이면 새롭게 담가 먹는 것을 좋아하고, 여름까지 갈수도 있는 김치이니......나눠먹을 좋은 기회라며 김치 가지러 오라했더니만......당장 먹을 것은 있다며 언제 올지 모르겠더니 이른 아침에 김치 갖으러 온다는 전화가 왔다. '일이 있어 나오는 김에 들러 가려는 거겠지.' 설거지를 끝내고 김치보따리를 싸야겠다며 수돗물 앞에 섰는데.....평소에 언니가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 했으면서 동생에게 좋은 언니 였나 되돌아보니 참 미안했다.무엇하나 세세하게 가르쳐 준 기억이 없고......시간적으로 조금 앞섰다고 길잡이가 되어주었나?얻어먹은 기억은 많은데 나눠준 무엇도 희미해서 이번에야말로 언니 노릇 해봐야겠..
명절에 즈음하여 어머니께서 참기름을 짜오셨다. 비싼 갈비, 황제 멸치에 금으로 만든 조기도 있다하지만 여전히 참기름은 매력적인 명절선물이다. 받는 사람들 입가에 고소한 웃음을 만들어주는...^^ 참깨를 얼 만큼 볶아서 짜셨을지 병으로 9개를 만드셨다는데...... 방앗간뿐 아니라 약국, 미용실까지 한번 단골이면 여간해서 바꾸기 어려우신 분이시기 때문에, 사시는 동네가 아닌 장위동 고개를 넘어서 다녀오셨단다. 이제 등도 굽으시고 힘이 드셨을 텐데 어떻게 병 9개를 등에 짊어지시고는...... 아니나 다를까 참기름 때문에 몸살기운이 있으셨단다. 기름 짜시는 날이면 젊은 시절 한동네서 아기 낳고 힘들 때 서로 도우셨던 친구 분들과 방앗간에서 만나 고소한 냄새에 파묻혀 네 집이 돌아가며 기름 짜질 동안에 이야기..
"예쁜 꽃들이 너 언제 오녜~~~~~" 아버지께서 꽃이 활짝 핀 봄날에 다녀가라는 말씀이셨는데 무엇이 바빴는지 꽃을 보러 가지도 못했다. 멋진 풍경이 눈에 보이면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신다. 서로 비슷한 성향임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앞산에서 드문드문 피어나는 고사리를 꺾어보게 해주신 분도 아버지. 문수산에 올라 멀리 북한도 바라다보고 임진강도 보고 문수 산성도 보여줬으면~~하시는 분도 아버지시다. 산나리, 산부추, 산마늘 각종 나무와 식물들...... 아버지는 원래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셨기 때문인지 무엇을 가꾸시는데 소질도 있으셔서~ 옆에서 똑같은 무엇을 심은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채소를 가꾸시고는 어김없이 거두어드릴 시간이 되어 우리를 부르셨다. 일주일에 한번 서울에 다니러 오시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