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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

그리워 여고에~

평산 2009. 5. 30. 00:26

 

 다시 여고시절로 돌아간다면 어찌하겠는가!

죽는 날까지 나의 삶이 무슨 일을 하며 지내면 가장 즐거울 것인지를 찾아보고 싶겠다.

지금 같아서는 숲에 대한 산림학을 해보고도 싶고, 시간이 나면 조경 쪽도 좀 넘보고......

그 옛날 여고시절 보다야 정신 차리고 공부해보고 싶지만,

언제나 미리미리가 아니라 닥치면 하는 습관이 있으니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하겠지.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어, 넓은 직업에 대한 세계라든지...

어떤 일을 하면 어울리겠다는 칭찬의 이야기라도 들으며 컸더라면 지금보다야 구체적으로 살지 않았을까 싶은데,

잔소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혜안(慧眼)을 지니고 있었다면야 더 바랄 것도 없겠지만......

 

 

  

 

 

 그다지 멀리 있지도 않은데 오랜만에 女高에 와봤구나!

우선 校門이 완전히 바뀌어 있어서 놀랐다. 이 門은 유관순 할머니 시절에 드나들던 문일 텐데.....

학교 다닐 때는 항상 닫혀져 있었고 마당 쓰는 빗자루들이 기대어 있어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누군가가 설명을 해준 적도 없었으니 학생들의 질문이 없었어도 역사 선생님께서 설명 좀 해

주시잖고...ㅉㅉ... 문 밖으로는 '말에서 내리라.'는 '下馬石'도 보였다.

 지금은 이 문을 살려서  '梨花100주년기념관'으로 이어져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려는 사람들......

미술전시갤러리....멋진 카페도 있어 사람들이 심심찮게 드나들고 있었는데 나로서는 처음 대해보는

건물이니....올해가 개교 123회라고 하니까~~~그 동안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는 말인가?

 '오호~~~맙소사소사소사~~!!'

 은행나무 너머로는 시청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노래에서 나오는 조그만 교회당 정동교회,

정동극장을 돌고 돌아 학교 앞까지 이어져 있는 추모행렬 사람들의 끝부분이 보인다.

 

 

        

 

 

 아~~~

여학교라서 그럴지 입구에서 부터 인동덩굴의 향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예쁜 학교라 여기기는 했었지만 향기까지 느낄 무엇은 없었던 것 같은데......

참으로 친숙한 붉은 벽돌 바닥......

 

 

 

  

 

 

 모퉁이를 돌면 2~3학년 때 보냈던 본관이 서있다.

외국인 선교사 '스크랜턴' 여사가 기독교를 바탕으로 학교를 세웠으니 십자가 모형도 보이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땅의 여성교육에 대해 처음으로 길을 터준 것에 대해서 선교사분들께 무척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종이 직접 '梨花'란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하며 시험을 쳐서가 아닌

연합고사를 통과해서 들어왔으니 설움도 있었지만 배정받던 날 좋아서 소리질렀던 기억이 난다.

 '야호~~'

 

 

  

 

 

 이 길 밑으로 내려가면 '유관순 빨래터' 가 있다.

그 시절 기숙사에 있으면서 학생들이 빨래를 했었던 우물이 아직도 놓여있고,

봄이면 배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곳...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의자들......

 

 

  

 

 

 꽃밭 너머로는 '배재학당'이 있었다.

나무로 듬성듬성 엮어놓은 담이 있어서 서로 학교가 들여다보이기도 했었는데......

첫눈이 오거나, 축제를 하는 날이면 몇몇 남학생들이 담을 넘어 오기도 했었다.

분명 모범생이 아닌 날라리(?) 들이라고 여겼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용감하고 낭만이

살아있었던 순수남들이었던 것 같다. 미팅을 할 때 옆 학교 학생들을 만나면 재미나겠다고 

기대를 했었지만 선배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못만나서 아쉽기도 했었던 ......

주변 곳곳의 유명한 고등학교들이 서울 중심부이니만큼 주변으로 이사들을 모두 갔으나~

유서 깊은 이 곳에 아직도 梨花가 존재하고 있음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지금은 '서울시립미술관' 이 뒤쪽에 있다.

 

  

  

 

 

 햐~~~좋아하는 풍경을 연출해 놓았네?

싱그럽게 피어오른 풀들 지나서 이 부분을 살짝 오르면???

넓게 펼쳐진 노천극장이 환하게~~보인다. 자유 사랑 평화가 어우러지는 곳~

 

 

  

 

 

 월요일에는 이곳 '노천극장'에 앉아서 아주 부드러운 분위기로 '조회'를 했었다.

햇빛 때문에 노랗게 얼굴이 변해서 쓰러지던 사람도 없었으며 조회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

오히려 즐겁기도 했었던 ....피아노를 잔디밭에 옮겨놓고 노래를 부르며......

 학교 다닐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중의 하나가 개교기념일 전날에 '촛불예배'를 보는 것이었는데

비록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온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하도 그리워 미리 알아보고 와보았다.

예쁜 후배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반말이 나오지 않더라니......

 

 

  

 

 

 일학년 때의 교실모습이다. 지금은 '梨花外高'가 탄생을 해서 쓰고 있다.

시청 쪽으로 다녔으니 교실까지 들어오려면 시간이 무척 걸렸었었는데......

梨花女高에는 덕수궁 쪽과 서소문 쪽...그리고 서대문 쪽으로 난 교문이 3개나 있다.

학교가 중구와 서대문구에 걸쳐서 있으며 웬만한 대학보다도 더 넓다는......

 

 

  

 

 

 학교 운동장.....

교련사열 연습이나 가끔 건강을 위한 '체육조회'를 했던 곳이다. 앞쪽의 왼쪽 건물이 기념관.

'유관순기념관'에서 공연이 있을 때면 연예인들이 와서 체육시간 모습을 들여다보기도 했었다.

'조용필 '아찌도 운동장에서 보았고...단골로 오시던 분은 '빠담빠담빠담' 공연의 윤복희 언냐~

 

 

  

 

 

 학교를 구경하던 사이에 날이 어두워져 촛불예배의 시작이 되었다.

의례적으로 하는 학교행사라지만 校門 밖 시청에서 커다란 행사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이 되었었다. 계단 아래로부터 서서히 빛이 전달되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촛불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알고 미처 준비 못했던 나는 앞에 앉아있던 후배에게서 촛불을 얻어

얼마나 뿌듯하며 행복했었는지...... 졸업한 선배들의 등장도 제법있었다지만,

나처럼 졸업을 한지 오래된(?)사람들은 없어보였으며 이제 갓 졸업해서 대학에 다니는 싱그럽고

아름다운 처녀 아이들이 많았다. 결혼해서 부부가 아이들과 같이 온 사람들도 더러 보였는데 .....

다들 잊지 못할 추억거리 때문일 것이었다. 낭군도 함께 가자고 했건만......

 

 

 

  

 

 

 가느다란 초승달이 서쪽하늘에 귀걸이처럼 걸려 아름다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의 촛불도 힘차게 타 올랐고....소원도 빌어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울컥해지기도 했다.

아~~나의 여고시절이여~~~~

 

 

 2009년 5월  2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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