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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가을 답사 2

평산 2009. 10. 23. 00:04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분홍빛 부분이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

물고기 모양의 구름이 멋진 자태로 동쪽이 어디인지를 입 부분으로 확실하게 밝혀주니 그 또한 고마웠다.

굳이 동쪽을 알아야 하는 무엇도 없었는데 말이다.

이제서야 생각인데, 동쪽으로 갔었으면 달마나 보물이나 귀인을 만났을지도???

 

 

 

 

 한밤중에 살며시 일어나 서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오리온 별자리 한번 더 바라다보고~~

다시 눈을 2시간쯤 붙인 후, 친구들 깰까봐서 이불을 느린 화면으로 개고 아침 산책을 했다.

하룻밤 신세진 곳이 덕숭산 뒷자락에 있었는데 산 쪽으로 오르다보니 얼마 못가서 입산금지가 되어있었다.

개인소유지가 있어서 출입을 금한다는 이야기......

밤이나 감을 따거나 주워가도 무슨 법,  몇 조에 걸리니 주의하라며......

 '시골인심이 이렇게 변하는 구나~'

 '어끄저께 서울에서도 꽃사과 서리를했었는데......히~'

할 수 없어 아래쪽으로 방향을 트니, 아기 소나무를 키우고 버섯을 재배한다는 집을 지나게 되었는데,

갑자기 컹컹 짖으며 개 3마리가 언덕 아래로 나를 향해 마구 달려서 내려왔다.

꽁꽁 얼어붙어 가만히 서 있었더니.....불쌍해서 봐준다며....꼬리를 흔들흔들~~~ㅎ

더 전진을 하려해도 커다란 도로가 금세 나타나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네?

 근처에 덕산 온천이 있어 아침 먹기 전 목욕을 했더니만 개운함에 상승기류를 타고 즐겁더니~

기대하던 해미읍성에 가는 날인데 이것저것 채취하는 즐거움 때문인지... 

모두들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해서 난감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딜 찾아가보는 즐거움도 크고, 한편에서는 산수유를 따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지만...

난, 해미읍성이 너무나 보고 싶었으니까 혼자라도 버스를 타고 다녀오려 했었다.

멀리 있는 것도 아니었고 차로는 10분 거리였으니까.

가을 햇볕은 보약이라고 하니 돈 들이지 않고 보약도 먹을 겸...

그러다보니 집안일은 하나도 거들지 않게 되어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는데,

아이처럼 억지를 쓰는 것은 아니었고,

이미 있었던 계획이었지만 친구들은 예전에 한번 씩 다녀갔었던

모양이어서 가고자 하는 마음이 나보다야 덜 하였을 것이었다.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이왕 가려고 결심을 하고서 왔었으니

다음에 가보면 된다는 생각이 나에겐 사치였다고나 할지......

 

아~~~

그나저나 길을 떠나니 다시 파란 하늘에 마음은 설레이고,

읍성을 보는 순간 펄럭이는 깃발 만큼이나 감동이 밀물처럼 몰려왔으니......

'그래, 섭섭함은 잊어버리고 멋지게 보고 가는 거야...!!'

 

 

 

 

 읍성으로 들어가는 정문인 진남문!

돌들을 더 유심히 보고 왔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밖으로는 돌로 담을 쌓고, 안쪽으로는 경사가 기울어지게 흙을 올려서 안정감과 평화로움이 느껴졌는데,

고창의 읍성은 높낮이가 있어서 한꺼번에 내부가 다~~보이지 않았었지만

해미읍성은 평야에 세워진 것이라서 한눈에 들어오는 형상이었으며 무릇 바다에 가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리 넓게 펼쳐진 곳이어서 그런지 바다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안쪽에 놓여있는 나무나 돌, 정자는 갖가지 물고기들.......

따스한 햇살과 여유로움, 넉넉한 행복감까지 함께였으니 흐믓함에 풍덩~~~빠져 버렸었다고 해야 할지.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초원과 하늘의 해맑음....이런 모습이 나는 참~~~ 좋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앉아서 멍~~하니 바라다보며 책을 읽었어도 즐거웠을 텐데......

 

 

 

 

 순교 장소였다는 회화나무!

천주교 신자들을 산채로 이 나무에 매달아 놓았었다니 얼마나 징~한 모습들을 지켜보았을지......

넓다란 돌(자리갯돌)에서 죽음을 당했다던 끔찍한 현장도 있었고~

선조 12년에는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훈련교관으로 10개월을 근무했다는 기록도 있단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마을 보다 이런 멋진 읍성이 남아 있으니 서산은 분명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도 받질 않아서 마음마저 가벼웠지만,

저녁 먹고서 바람부는 성곽 위를 한 바퀴 돌아보면 얼마나 좋겠을지......

자주 산책하고 싶은 곳이라 부러워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일고...ㅎ... 

  

 

 

 

 

 읍성에서 나와 8km 떨어진 곳에 예쁜 절이 있다 하여 찾아 본 개심사!

다른 것은 몰라도 부엌문을 이루는 나무들 모습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일부러 이렇게 구부러진 나무들을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나무가 없어서 그랬을지....구불구불 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개심사 범종에서도 이런 나무가 네 귀퉁이를 지탱하고 있어서 아슬아슬한 묘미를 보여주던데......

그냥 막연하게 어딜 다녀보는 것보다도 이렇게 설명을 듣고서 가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무엇이

선뜻 눈에 보이기도 하니......이런저런 도움을 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본다.

 망설이던 답사였지만 새로운 유적도 살펴보고 나름으로 후련함이 있었네?

 

 

  

2009년   10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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