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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온 뒤에는 숲도 궁금하다.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었으니 이제 숲으로 가보자!

하늘의 구름과 나뭇가지들, 그리고 갈색 빛 층층버섯......

 

 

 도선사로 올라가는 길과 나란하여 새로 난 길이

절까지 이어지는 줄 알고 따라갔으나 중간에 길은

끊어지고 다시 아스팔트로 이어지길레

그렇다면 왜 이 길을 만들었을까?

바로 위쪽에 아름다운 산길이 있는데......

 

 

 그 길을 찾으려고 흐릿한 발자국을 찾아 긴장하며

계속 올랐더니 비로소 하루재로 향하는 좁은 산길과

합류하게 되어 기뻤다. 늦게 오르는 길이여서

누군가를 만나면 같이 가자고 말 걸어볼까 했지만

앞에 나타난 아저씨가 비틀거려서 얼른 지나치고... 

 

 

 언뜻 올려다본 하늘에는 작은 봉우리가 빼꼼

내다보아 반가웠으며 9월이 되어 마음속으로는

가을이 왔다 여겼지만 숲은 한창 여름을 달리며 싱그러웠다.

 

 

 대신 물소리가 함께하자며 팔짱을 끼고...

주위는 호젓하지... 나뭇잎은 반짝이지......

그 때 커피 냄새가 훅 피어올랐다.

 "와, 향기 좋은데요?"

 "오늘 날이 너무 좋지요, 한 잔하시겠어요?"

하산하며 계곡에 발을 담구는 여인이 있었는데

산길을 걸은 사람답지 않게 얼굴이 상큼하여 피부가 좋다했더니

흐르는 계곡물이 빗물이라 온천에 다녀오는 효과가 있다며

머리도 감고 세수도 했단다. 그녀의 경험상 빗물일 때와

그냥 흐르는 물일 경우가 전혀 달랐다네?

 '내려오면서 나도 발 담가야지!'

 

 

 꾸준하게 쉬지 않고 걸어 이제 정상에 가까워졌다.

30분 정도면 태극기를 볼 것 같은데 다리가 아프진 않았지만

어느 순간 몸속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갔는지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아침을 좀 늦게 먹었고 점심때쯤 나왔으니 점을 찍진

않았는데 집 나오며 들고 온 포도송이가 있었어도

외줄로 올라가는 곳이고 바람이 불어 바위에 앉아서

먹을 자신은 없어서 아주 천천히 이후로는

아마 마음이 몸을 이끌고 올라갔을 것이다.

 

 

 평일이라 사람들의 정체도 없었고 느리게 걸었으니

그동안 못 봤던 풍경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바위의 오아시스...ㅎㅎ...

흙 한 줌으로 이루어놓은 풍경이 살뜰하여라!

 

 

 뭉게구름이 피어오른 사이로 높이 오른 누군가가 서있고....

이 바위만 지나면 쉴 수 있으니 침착하자며

바위에 골이 난 곳을 찾아 계속 걸었다.

밑에서는 과연 정상까지 오를 시간이 있을까 싶었지만

여기까지 올라 왔으니 이제 다 왔구나!

 

 

 해가 넘어가는 아름다운 봉우리들의 서쪽인데,

아~~~ 이 고요함이란! 마음이 살포시 내려앉으며

힘은 없었으되 평화로움이 찾아들고...

 

 

 천 명은 품을 수 있을 너럭바위에 드디어 도착했다.

사람들이 보이는 오른쪽으로 자리 잡고 앉아서 얼른 포도를 꺼냈다.

이때가 오후 4시 정도였으니 냉장고에서

山 따라 올라온 포도가 아직도 냉기를 품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껍질을 벗기며 먹다가 어느 순간에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하여 포도송이를 따서 그냥 넣었다.

오물오물오물오물 연신 입 운동을 하며 단물이

넘어갈 때마다 손으로 머리로 다리로 뿌리가 뻗어나갔다.

배가 고프면 혼자라도 잘 먹게 되는구나!

키다리 바람풍선이 손을 위로 뻗으며 앉았다 펄럭펄럭

뛰어오르는 것처럼 세포들이 기지개를 피며 꾸물꾸물에...

십 분쯤 지나자 눈이 사방팔방 잘 돌아가고 기운이 차려졌다...ㅎㅎ

이제 정상을 밟아야겠네!

 

 

 10m쯤 올라 바람이 세게 불어 펴지지 않는

태극기도 올려다보고, 잘 생긴 인수봉을 내려다보고...

 

 

 멋진 숨은벽능선도 한 줄로 이어보고...

 

 망설이다 올라왔지만 정상에 오를 수 있어

아직은 낮의 길이가 긴 것에 고마웠다.

여기저기서 올라온 사람들과 심심찮게 만났다가

하산하면서는 혁혁하게 줄어들어 간혹 한 두 명만이 힐끗 보였는데,

빗물이 흐른 바위인지라 미끄러워 발바닥에 정성을 들였으며...

어느 사이에 쥐가 나기 시작하여 오른발이 그치면

왼발이 시작되고 다시 반복되고... 휴~~~

어쩔 수 없이 무시하고 걸었더니 풀렸다가 다시

났다가 살아졌다가 茶 한 잔 마셨던 물가에 도착하였다.

어두워질 때까지는 내려갈 수 있겠다 싶어

다리를 쉬게 하려고 아까 그 찬물에 담갔는데

거짓말처럼 실타래가 풀어지며 쥐들은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물은 이렇게 착한 일도 한다했더니 양말을

신자마자 다시 쥐가...... ^^

 

 그렇다고 쥐가 무서워 山에 오르지 않을까?

한 시간 가까이 조용한 숲속을 지나 지상에 닿았는데

비가 선물해준 숲이라면 또 달려갈 것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014년   9월   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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