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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가을이 영글었네!

평산 2017. 9. 8. 14:24

 "언제 올 거니, 너 오기만 바라고 참외를 못 따고 있다."

 "다음 주에 갈게요!"

 "그럼 참외 곯아서 못 먹어...ㅎㅎ..."




 개똥참외가 밭에서도 아니고 옥상 화분에 싹이 텄는데 신통하게도 벌써 두 개를 따 드시고...

다시 세 개가 열려 내가 오면 탯줄을 끊어주신다 해서 얼른 달려갔다.

옥상에 오르자마자 인사드리고 참외부터 찾았다.

 '용케 자랐구나! 너 때문에 엄마 보러 왔어~~~ ㅎㅎㅎ'

아버지께서 커다란 것 따주셔서 물에 씻고...




 호박이 달다며 삶으셨는데 날씨만 가을인가 했더니 벌써 여물어 놀라웠어라!

겉절이와 점심을 한 그릇 먹은 후라 배불렀지만 달달한 호박 한 쪽에 반짝반짝 눈이 빛나고...

호박 삶은 물을 마셔보라는데 마치 호박엿을 먹는 것 같았다.




 참외 옆으로는 꽈리가 익어가며 얼마나 예쁘던지...ㅎㅎ

작년에 꽈리 가지가 보기 좋아 종로에서 사 오셔서는 아래층 가게들도 나눠줬다 하셨는데...

고추처럼 씨를 흩뿌려도 알맹이 채 심어도 번식이 잘 되어 풍년을 이루었단다.




 달달한 열매가 있어서일까?

가지를 들추니 몇 백 마리나 되는 노린재가 다닥다닥 붙어서 아름다운 꽈리를 음미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떨어뜨렸는데 꽈리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괴로움을 참고 도로 다소곳해졌다.

이 때 일하시다 성큼성큼 밑에서 올라오신 아버지는 내가 좋아할 거라며 가지를 뚝뚝 잘라 오셨으니,

벌레가 있다 하나 이렇게 예쁜 가을을 마다할 리 있겠는가!




 설거지 하는 동안 열무 한 줌 다듬어 놓으시고...

 '파뿌리도 소중하니 버리지 마세요.' 소리에 아버지가 기른 것은 모두 좋아하는 딸이라며 웃으신다.




 지난겨울 살짝 넘어지셔서 엉치뼈에 금이 간 엄마는 여태 누워계시다 아버지 일터로 오신지 이제 며칠이 되셨다.

넓은 옥상에서 내다보시며 걷기도 하시고 심심치 않으셨는지 눈이 한결 생생해지셔서 기분 좋았다.

나름 햇살에 기운을 얻으셔서 나에게 참외 탓을 하시며 오라고 하신 것이다.

 '역시 방에서 홀로 지내시면 슬픈 생각이 이어지고 혈액순환이 덜 되실거야!'


 거리가 있으니 몇 시간 소곤소곤하다 커다란 늙은호박 등에 짊어지고 집까지 오느라 끙끙 힘들었지만,

꽈리 씻어서 채반에 올려놓고 열무김치 담으며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느껴보았다.

가을이 영글었네!





 2017년   9월  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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