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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주말에 山에 가자는 문자가 왔다.

일 년에 몇 번 마주치면 말로만 가자던 동기인데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이다.

사실 여자였으면 진작에 가자고 했을 것이다만 남자 동기라 둘이 가기는 그러니까 그냥 흘렸었다.

둘이 간다고 누가 뭐랄까!

뭐라고 한들 신경 쓰일까?

그런데 신경이 쓰이니 여태껏 못 갔지!...ㅎㅎ


 다른 일행은 없냐 물어보고 이따금 가는 동기에게 연락해본 후 소식 주겠다 했더니...

냉큼 '오붓하게 갑시다!'라고 해서 하하하~~~ ♬ 웃음보따리가 터졌다.

 '음~~ 조촐한 것도 괜찮지!'

 나름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흔쾌히 응했는데...


 오후 들어 다음날 일기예보를 참조하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말에 망설여지고 있었다.

눈이 올 수 있고 겨울산은 1년 만이며 바람이 겁나게 불 텐데 어쩌나!

추워서 밥은 어떻게 먹고 갑자기 몇 백 미터를 어떻게 오르냐고...?




 날짜를 미루자니 구정이 가로막고 있어서 여차하면 둘레길 걷다가 온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는데,

어제보다 7도 이상은 떨어져 문 열자마자 훅~ 하고 들어오는 찬바람에 바짝 움츠러들었다.

 '넥 워머를 가져올 걸 그랬나?'


 벗으려면 머리가 헝클어져서 스탈이 구겨진다며 포기했는데 벌써부터 후회가 되고 있었다.

다행히 목도리와 모자를 챙겨 안심했으나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산에서 내려오는 칼바람에 멋이고 뭐고,

얼른 군밤장수 모자를 쓰고 목에 칭칭 감았다. 그 아이도 목도리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껴서

짐작으로 목소리로 서로를 알아보았고 얼굴 확인 없이 두리뭉실 만난 셈이다.

 "처음에 못 알아봤어!"

 "내리자마자 추워서 있는 것 다 사용한 거야...ㅎㅎ..."

 "그래도 추워 보인다?"




  "간단한 둘레길로 갈까, 아니면 산 위로 오를까?"

그 아이보다는 북한산에 자주 온 편이어서 오늘 산행은 내가 안내자가 될 형편이었다.

  '山 입구부터 눈밭이니 미끄러지면 어쩌나!'

둘레길은 모처럼 나와 시시한 듯하고 위로 오르자니 걱정스러워 마음이 오락가락했는데,

발걸음은 조심스럽게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영봉으로 향하고 있었다.


 주말이지만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그런가 사람들이 없었다.

그나마 앞서가는 사람이 있을 때는 거리를 두며 가자고 해서 고백할 것이라도 있나?

후훗~~~ 이제 생각하니 쉬었다 가자는 말 대신였던 것 같다.

앞사람과 30m는 차이를 두었으니 말이다.

 

 고개에서 커피 한잔하고 일어섰는데 위로 오를수록 눈이 많았으며 뽀드득 소리에 기분 좋았다.

아이젠은 착용하지 않았고 계단참이 눈 때문에 낮아지기도 해서 오히려 쉽다는 생각이 들며,

미끄러져 엉덩방아도 찧고 눈에 신경 쓰다 보니 머리가 나뭇가지에 부딪히기도 했다.

연약한 여자이고 싶지 않았으나 딱 한번 등을 밀어주었다.




 점차 시야가 좋아져 앞에 영봉과 인수봉이 나타나자 멋지다며 소리를 질렀다.

 "햐~~~ 겨울 북한산은 아마 처음일 듯한데 올만 하구나?"

 "아니, 꼭 와봐야겠구나! 눈이 오면 더욱 달려와야겠구나! "

 "오늘 너무 좋은데?...ㅎㅎㅎ"


 점점 자신감이 붙으며 어려운 바윗길은 아직 지나지 않았으니 침착하자 침착하자 했다.

사진을 찍으려면 장갑을 벗어야 해서 손이 겁나게 시려웠다.

초콜릿을 먹으려고 비닐을 벗기려는데 손이 곱아 뜯어지지 않았다.

따뜻한 바위에 기대어 서울시내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천천히 위험하겠는 바윗길을 지나 영봉(604m)에 도달하였다.

지난 4월에 오르고 거의 1년 만에 눈 쌓인 이곳에 와보니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오르고 또 오르면 어떤 뫼인들 못 오를까!...ㅎㅎ

걱정을 많이 해서 오히려 편안하게 왔구나!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인수봉을 바라보며 앞으로 몇 번이나 올 것인가!

햇볕에 앉아 한 시간도 좋았다만 오늘은 바람이 강해 10분쯤  앉았다 일어섰다.

인수봉 암벽 타는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 비닐을 쓰고 점심 먹는 일행이 부러웠다.


  "이제 아이젠 착용할까?"

올라오며 여러 번 물었는데 그때마다 아니 아니...

계속 오름이라 그냥 오르고 내려올 때 비로소 아이젠을 착용하자고 했다.

 "왼쪽으로 가,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해?"

 "왼쪽으로 가야 해!...ㅎㅎ"


 오늘은 내가 그 아이에게 산행대장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안내해줘서 고맙다며 연신 싱글벙글~~~ ♬

  "집에 있으면 뭐 하니, 덕분에 즐거웠어!"

  "네가 가자니 나도 왔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상쾌하다."


이리하여 겨울 북한산에 얼떨결에 다녀왔다.

둘이 가서 어땠냐면...  ?

아무렇지 않았다...ㅎㅎㅎ





 2018년  2월  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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