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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

오페라 나비부인

평산 2023. 3. 11. 14:29

 

 한 줌 남은 밤(栗)을 까며 오페라를 구경하게 되었다.

텔레비전 교양 다큐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보고 싶은

것을 선정할 수 있는데 '나비부인'이란 제목을

많이 들어왔어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니 알고 싶었다.

직접 가서 공연을 보면 좋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런 기회에 교양으로 알고나 넘어가자며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선택하였다.

 

 영국 로열 오페라단이 공연한 작품이었는데

시작을 하며 잠시 상품홍보하겠다고 해서 방에 있는

컴으로 돌아와 나비부인 줄거리를 대충 살펴보았다.

영어로 이야기할 것이며 노래를 부르는 공연이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였다. 재빠르게 돌아와

무릎에 신문지를 올려 밤 깔 준비를 마치고 집중해 보는데,

이런 이런, 한글자막이 나와 헛웃음이 나왔다.^^

전체적인 무대장치가 화려하지 않았고

등장인물 또한 10명으로 단출하였다. 

 

 19세기말 일본의 개항기에 15세의 게이샤 출신

쵸쵸상이 미국해군장교(핑거튼)를 만난다. 아마 술을

마시러 가서 만났겠다 싶은데 어린 소녀였으니 연약하여

나비라고 이름 붙은 듯하다. 해군장교는 미국에 부인이

있던 사람으로 말하자면 현지처를 구한 것이었지만 

나비부인은 '본국으로 돌아가면 오지 않을 것이다.'란

집안 삼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로 개종까지

하면서 결혼을 밀고 나갔다.

 

 일본 나가사키의 '구라바엔'이란 곳이 무대배경으로 

원작은 미국인 존 롱(John Luther Long, 1861~1927)이 

쓴 '나비부인'을 푸치니가 오페라로 곡을 써 

무대에 올렸다는데 익숙한 리듬이 들려오긴 했다.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미국으로 떠났어도

애초에 돌아올 생각은 없었으며 그 사이 그녀는 아이를

낳고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 과정에서 

동양적인 정서가 묻어나기도 했다.

 "그가 오면 금방 나가지 않을 거야."

 "마음은 달려가지만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3년 정도가 지나고 경제활동이 없자 형편이 어려워지고 

반대한 결혼이라 집안에서도 도와주질 않으니 중매쟁이가

돌아오기는 틀렸다며 몇 번 결혼을 한 부잣집 남자를

소개해주지만 인내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절을 지킨다.

(이 대목에서 춘향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음)

그사이 미국에 있던 남편에게 아이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아이를 데리러 오지만 미국부인과 함께여서 

나비부인은 모든 눈치를 채고 왕실가문 출신인 아버지가 

물려주신 도(刀)로 자결을 하고야 만다.

 

 시대가 1900년도 초입이라 그렇지...

요즘 같았으면 아이와 의지하며 살아가도 될 텐데,

우리나라도 그와 같은 일들이 번번하게 일어났던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나비는 어려서 남자의 속마음을 내다볼 수 없었을 것이고

욕심을 채운 그 남자는 기다리다 어떻게 되겠지란

무책임으로 믿고 의지했던 여인을 죽인 것과 다름없었다.

이런 트라우마로 남자 또한 남은 삶이 힘들었겠지!

 

 비극으로 끝나 명쾌하진 않았지만 보면서 밤 까기를 

마무리했고 오페라 한 편을 보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남자의 진실성 없는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말자.'

 다시 한번 얻은 교훈이다.^^

 

 

 

 2023년 3월  1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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