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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아이들

지하철역장님

평산 2020. 2. 8. 13:17

 

 지하철을 탔는데 무엇을 읽기는커녕

피로감이 몰려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여러 날 어머니 댁에나 왔다 갔다 했더니

마스크 쓰는 것도 잊고 나왔다.

설날 지나서 한번 보자는 친구였는데 정말 설날이

지나자 느긋하게 쉬려는 오후에 전화가 왔다.

가게 되면 문자를 주겠다 망설이니 

코로나바이러스 괜찮다며 약속을 바짝 서둘렀다.

 '추진력으로 결국 만나게 되네!...ㅎㅎ'

 

 

 

 

 지하철 역에서 근무하는 친구로

근무지가 바뀌었고 근처 맛집을 알아놨다나?

눈 뜨고 어디쯤 왔을까 보고 싶었으나

마음대로 안돼서 방송을 들으며 갔었다.

몇 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할 것을, 

그냥 오면 된다더니 본인도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 우왕좌왕했다.

 

 더군다나 만나자마자 사무실에 들어가자

해서 당황되었다. 내내 눈 감고 와 모습은 어떨지

점검할 시간도 없고 말이야...ㅎㅎ

환승역이어서 사람들은 복잡한데 뒤를 안 돌아보고

사무실로 들어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이 쳐다봐서 목례(目禮)를 나누며 불편하였다.

 '남자들은 암튼 일방통행이 많다니까?'

 

 손님을 모시는 곳인지 소파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서자 문을 닫아서, 열어놓는 게 좋을 걸?

어디서 배웠을까 예의라고 한 것이

스쳐 한 마디 던졌더니...ㅎㅎ

문 여는 소리는 들은 것 같은데 비몽사몽에

확인할 여력은 없었다.

 

 "차 한잔할래?"

속으로 늦은 오후라 커피가 아니면 좋겠다며

두 모금 정도 마셨을 때, 햐~~~

눈이 떠지고 피로감이 덜하여 무슨 茶인가

물어봤으나 못 들은 것 같았다.

커피는 아니었고 몸이 깨어나는 것 같아 좋다 했더니

자꾸만 따라줘서 세 잔을 마셨다.

본인도 처음 맞이한 여자 손님였을까

몸짓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문득 벽에 직원들 사진이 보여 이 친구는

어떤 줄에 있을까 구경하는데, 뒤에서 뭘 보냐는

소리가 들렸으나 점점 불안해지기도 했다.

네 줄인가 되는 직원들 중 후다닥 봤으나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력은 있을 테지만 중간에 학교를 중퇴했다는

소리를 들어서 혹시 청소를 담당하는 쪽인가?

그런데 이 친구 역장님 팻말이 붙은 책상에 잠시 앉더니

허리를 구부리고 무언가를 찾아서 역장님

오시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왜 사무실로 데려와 이런 일을 겪게 할까!

 "마스크 써, 직원들은 자주 나오거든!"

 

 마스크 찾은 것이라면 이해하실 거라며

잘못 보았나 직원들을 다시 훑어보고

형광등 빛에 반사된 하얀 곳을 응시했는데

맨 위에서 친구 이름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역장님이야?" "그런 거야?"

 "축하한다~~~ ㅎㅎㅎ"

 "말을 하지, 그럼 장미꽃이라도

한 송이 들고 왔을 텐데... 불안했잖아!"

 "괜히 역장님 자리에 앉고 서랍을 열어보니......???"

 

 부담 가질까 미리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역장인 곳을 구경시켜주고 싶었나 보다.

 "월급은 올랐어?...ㅎㅎ..."

월급도 오르고 무슨 비용도 나온다는데

직원들과 친해질 겸 돌아가며

점심을 먹었더니 좋아한단다.

 

 퇴근하여 근처의 문화유산지가 문을 닫아 밖으로

한 바퀴 돌고 작은 미술관도 구경하며 어깨가 으쓱하였다.

역장님과 함께 하니 마을 이장님 설명을 들으며 

낯선 동네 한 바퀴를 둘러보는 기분이었다.

주말 새벽에는 독거노인들 도시락 배달 봉사에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자신의 일에 열심인 친구라

이따금 대화를 나누며 많이 배우는데

다소 피로했지만 초대해줘서 고마웠다.^^

 

 

 

 

  2020년  2월  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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