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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아버지와 늙은호박

평산 2022. 12. 19. 14:07

 아버지의 가을 선물이다.

먹기보다는 겨울이 다 가도록 실컷 바라다보고 

따스함과 넉넉함을 배우고 싶구나 한다.

한동안 현관에 장식장 위에 진열해놓는 것이다.

 

 올봄에는 작년 것을 비로소 먹으려고 갈라보니

한쪽이 썩어 들어가 철렁했었다. 나머지 반쪽 또한 

주홍빛 두툼한 살은 어디로 가고 가는 실들이

수없이 얽히며 그 사이사이에 빛을 잃은 호박씨가

매달려 있어 절정이 지나면 맛 대신 이상한

기운이 가득 차는 것 같았다. 들었을 때 전체적인

무게는 별 차이가 없었는데 그랬던 것이다.

 

 

 그렇다면 요번에는 단단한 호박의 달콤함이

남아 있고 눈으로도 충분히 호강한 다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점을 찾아보려 하겠다.

 

 내놓으신 것 차에 싣고 와 모두 이렇게 튼실한가 했더니 

며칠 전 친정집 마루에 놓인 호박이 자잘한 것 몇 개

뿐이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농사지은 분이 제일

멋지고 튼실한 것을 가지셔야지 자식이 뭐 대순가?

이제라도 좀 챙기셨으면 하는 것이다.

작은 것 주셔도 충분히 감사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것저것 가을 수확 후 허리 아픔이

심해지셔서 내년 봄부터는 농사짓지 않기로 약속하시고

당신 스스로도 심각함을 아셨는지 행여 마음 변할까 

김밥집 아주머니에게 농사짓기를 인계하신 상태여서

어쩌면 이 호박이 아버지의 따스함이 묻은

결정체가 아닐까 소중해졌다.

 

 "아버지, 꽃밭이 있으니까요."

 "이제 꽃밭이나 가꾸세요."

 "그러마, 그러마" 

 하시는 일이 많으셔서 꽃밭은 사실 야생화나 나무라

풀들이 자라도 그대로였다가 추운 날씨에 저절로

사라졌는데 겨울동안 허리가 좋아지시면

가꾸시기로 하심사 또 빛날 것이다.

 

 아버지 일터가 멀다고 친정집에나 찾아갔지,

꽃밭에 관심 두기는 마음뿐 쉽지 않았은데...

농사지어 주시는 채소가 없더라도 전혀 서운하지

않을 것이며 가서 풀 뽑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늙은 호박 충분히 느끼고 맛있게 먹겠습니다."

 

 

 

 2022년 12월  1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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