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되니까 비로소 붓을 들어보았네! 당연히 커다란 붓만 사용했었는데 요번에는 글자 수가 많아 큰 붓으로는 어려워서 예전에 선생님이 주신 검은 붓을 사용해 보았다네! 당시에 선생님께서 참 예뻐해 주셨는데 나를 그냥 내버려 두셨으면 千字文이나 쓰면서 소박하게 흘러갔을 테지만 대회가 있으니 작품 하나 내라는 말씀에 이런저런 부담이 되어 하루아침에 그만두었었지! 하고 싶은 사람들만 작품 하라고 하시질 않고...^^ 난, 그냥 자유롭고 싶었는데 말이야! 글씨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 않겠어? 그래서 그만두었더니 사람들로부터 벗어나자 정작 온몸이 가벼워지며 맘껏 자유로워져서 참으로 이상하구나, 사람들이 무겁게 느껴졌을까? 나이 들어가며 더욱 사람들 사이에 있으라는데... 뜻밖에 고요하고 편안해서 자꾸 의문이 생..
1년여 만에 만난 친구가 있다. 맛있는 것 사준다며 직장 있는 곳으로 오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멀기도 해서 못 갔더니 중간쯤인 안국동에서 만나자 하였다. 맛집이라며 식당에 들러 예약을 하고 소식이 올 때까지 잠깐이나마 구경하자 해서 근처의 헌법재판소에 들렀다. 이곳에 백송(白松)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창경궁과 비슷할 거라며 작년에 전시회만 들렀다 나왔는데 중요기관인 만큼 층층마다 검사가 엄격하더니 마당만 구경하는데도 수위실에서 서명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는 건물 뒤쪽으로 돌아갔는데, 햐~~~ 구경하러 올만 했다...ㅎㅎ 멋스러워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으니 말이다.^^ 뿌리 부분을 구경하고 싶어 위로 올라가 보았다. 언덕에 심어지긴 했어도 오른쪽 재판소 건물과 비교해 보면 나무의 크기를 헤아릴 수 있을 ..
코다리를 사러 갔던 것은 아니었는데 5마리를 잘라 1팩으로 만들어 놓아서 쉽게 들고 왔다. 지느러미를 자르고 솔로 문질러 말끔하게 씻은 후 머리 부분은 육수 낼 때 쓰려고 냉동고에 넣었다. 감자와 대파, 양파 그리고 무를 넉넉하게 썰었다. 이즈음에는 무만 도톰하게 졸여도 단맛이 나며 매끄럽게 목으로 넘어가는데 코다리를 넣었으니 담백하며 맛은 좋을 수밖에 없겠다.^^ 멸치다시마육수 두 국자에 고춧가루, 생강청, 마늘, 양조간장과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추고 야채와 코다리를 넣어 조물조물하였다가 낮은 불에서 은근히 졸여주었다. 자주 해 먹을 것 같아도 1년에 두 번 정도일까? 코다리는 일단 비린내가 없어서 마음에 들고 무를 많이 넣었더니 시원하며 깊은 맛이 우러났다. 고기보다는 바다에서 나는 미역이나 물고기를 ..
거북이가 3일 동안 밥을 먹지 않으니, 무슨 일인가 식구들 4명이서 출동했다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 손자! "몇 군데 연락을 해봤는데 거북이는 치료하지 않는다 해서 애 먹었습니다." "아, 그래요? 어디 봅시다!" 거북이의 표정을 보니 심사(心思)가 괴로운 듯 까칠한 얼굴로 귀찮다며 뚱~~~ 밥을 먹지 않으니까 입 쪽이나 목 부분을 살펴보고 그다음은 소화기관이 딱딱한 껍질로 쌓여있어 볼 곳 없으니 냉큼 항문으로 향했다는데, 부드럽고 탄력성이 있어야 할 그곳에 어라? 역시 딱딱한 무엇이 자리 잡고 있더랍니다. "돌입니다." "돌이요? 어디 어디......" 식구들이 놀라 한 번씩 들여다보며 역시 의사는 다르다고들... ㅎㅎ "몸에 칼슘성분이 많아 돌이 생겨서 장으로 밀려 내려오다 항문에서 걸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모습이다. 수요일, 토요일 야간개장(오후 6~ 9시)은 무료관람이고 대학생 및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도 무료였다. 덕수궁 입장료 1000원, 미술관은 2000원을 내고 들어갔는데 아깝지 않았다. 장욱진(1917~1990)의 회고전은...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지속성'과 '일관성'이 그림의 주요한 특징이라는 그의 작품들은 현재 유화 730여 점, 먹그림 300여 점이 전해져서 전시관 아래 위층이 꽉 차 있었다. 작가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등과 함께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손꼽히는 2세대 서양화가이자 1세대 모더니스트라는데 그래서일까 이중섭의 그림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가족, 마을' 군더덕이 없이 단순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