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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글씨를 쓰던 중 점심을 먹고서 짧게 산책을 했었다.
山菊이 돌담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으며 향기가 바람에 솔솔 코 끝에 닿았다.
山菊 茶......
들어만 왔었는데......
집에 가서 어떻게든 만들어 이 가을에 菊花 茶 한잔 마셔본다며 이 만큼의 꽃을 땄었다.
韓紙 사이에 꽃들을 조심스레 넣고서......
집으로 갈까 하다가 문득 찾아간 곳은 어머님이 계시는 병원이었다.
집에 들어가면 나오기가 싫어질 수도 있으니 운동도 할 겸, 어머니와 넘어가는 석양빛도 함께 바라다볼 겸!
요즘은 차도가 있으셔서 움직이시니 별다르게 해드리는 것이 없어 병간호랄 것도 없다.
그냥 하루에 한번을 찾아가 뵐 뿐...
한방에 다섯 분이 계시는데......
가을이 왔~ 는~ 지......
단풍이 물~드~는지도 모르시고 다들
허리가 편찮으셔서 '끙끙' 소리를 내며 누워만 계시는 척추병원~
어르신들로 골다공증이나, 추석에 애 쓰시며 삐끗하셨거나, 가을걷이에 몸을 아끼시지 않아 오신 분들이다.
맛있는 무엇을 사간 것은 아니었지만
언뜻 山菊 향기를 전해드리고 싶단 생각이 떠올랐다.
작은 한 묶음의 꽃을 들고~
한분씩 누워 계시는 코끝에 山菊을 살짝 대어 드리니.....
다들 어린아이 마냥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들 '흠~흠~' 향기를 맡으시는데
내가 다 가슴이 저려오도록~
아픈 허리만큼이나 살아오신 연륜들이 있으셔서 그런지 가을 향기를 깊게 들이시며 파르르 떠시는 눈매가 그윽하셨다.
스스로 가꾼 꽃도 아니었는데 생색을 냈음에도 오히려 고마워들 하시니 기분이 으쓱해지고......
몇 시간 지나 집에 오니 시들어서 누워있는 꽃들의 향기가 여전히 좋아서 그냥 말리기도 아까워
작은 그릇에 올려보았는데 세상에나!
물을 연거푸 마시며 이렇게 예쁘게 피어났지 뭔가!
어떻게, 어느 시점에 山菊 茶를 마셔야 할지 고민이 ......^^*
2010년 10월 24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