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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밤의 향연 (饗宴)

평산 2010. 11. 14. 17:57

 

 밤을 걸어보았어.

복잡할 것 같았지만 덕수궁 주변은 한가했었지.

돌담길에 한 줄로 늘어서있는 그림도 보기 좋았고 수채화로 물들어있는 가을밤 길~

노래를 하려니 문득 '광화문연가'가 생각나지 않았었지?

후렴부분이라 여겼던 곳이 바로 앞부분이었는데......

 

 서른이 넘어 시작했었던 아이들 가르치기를 거의 15년이 지나 그만두었으니 시간이 넉넉할 줄 알았는데......

때마침 아름다운 가을이 시작되는 바람에 훨훨 날아다니다보니 아침마다 일어나기 버겁긴 해도

요즘은, 멋진 풍경들에... 고마운 친구에...그저 감사하고픈 마음이야. 

 

 

 

 

 아~~~~

초승달이 조금 커진 그 밤에 바라다본 머리 위 그림!

말끔한 밤하늘의 멋진 풍경이었네?

피카소 그림...잘 모르지만...더 근사했다 말하고 싶어.

 

 스물 몇에 약혼식 끝나고 파란 잔디 한가운데에 사루비아가 붉게 피어 있었던 이곳에서 

사진 찍으려 서성였었던 그 자리가... 나무가 그대로 보이고......

 '풍류'라 이름 지어진 가야금소리...서도민요...한량舞... 茶 한잔과 더불어 보고 듣고 밤거리를 나오니,

고전가락으로 풍만해졌던 귀가에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재즈음악이 흘러 나왔었네? 

무엇하는 곳일까 신이 나서 시청 앞 넓은 잔디밭을 달려도 보고 달리다가 흥에 겨워 돌기도 해보았어.

아마 달님은 내가 어찌 되었는가.... 했을 거야.

 

 

 

 

 무엇에 이끌려 시청 앞을 지나 광화문에 다다르니......

어찌나 사람들이 많았던지 중국의 천안문 광장을 떠올리게 했었어.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는 것일지 궁금증이 일었는데 그들도 나와 같았던 거야.

아마 일 년분 입장료를 그 밤에 다~~~벌었을 듯?

 

 줄서서 많은 기다림 끝에 불 켜진 고궁의 모습을 눈으로 더듬고......

어디쯤일지 추측해보며 호수를 찾아가 보니 할 말을 잃어버리게 했었던  경회루!

아~~~잔잔한 물결 밑 장면들......

듬직하며 고운 곡선을 그대로 물 밑으로 투영했었던 마술에 걸려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못했었지.

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만 다다르면 웅성웅성 했다가도 그야말로 숨넘어가는 듯했었어.

말을 하지 못하게 했던 장면이야. 615년만이라? 오호~~~

 

 밤 깊은 줄도 모르고 이렇게 헤맸었으니......

집에 와서 쫓겨나는 줄 알았지 뭐야...ㅎ...

보따리 싸본 적도 없으니 어떻게 싸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무지 긴장했었네?

하여간에 내가 이렇게 늦은 밤까지 움직이도록 이끈 것은~

'밤의 饗宴'을 꼭 보여주고 싶어 했을 저물어가는 가을이와 마음이 탓이라 말하고 싶어!

 

 

 

 

 

2010년  11월  1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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