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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잠잘 때 추웠으니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추운 것도 그랬었지만 아무리 신사(?)들이라 해도 은근히 근접해올까 무섭기도 했으니까.

매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여자라는 사실만으로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며.....

두리뭉실 입고 있으니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말이야...ㅎㅎ...

사람은 참 상황에 따라서 달라짐을 느낀다. 집에서야 겨울 파커를 입고서 어찌 잠이 오겠는가?

감사드립니다....^^*

 창문 너머로 해가 떴는지 갑자기 노랗게 비춰져서 날이 밝았나? 

하지만 나가 보니 오징어를 잡는 배였을까, 한쪽 면을 온통 전구로 하얗게 도배한 배가 서있었다.

와~~~저런 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아마도 빛을 발해서 물고기를 유인하겠지....

시간을 보니 아직 6시가 되질 않아 다시 침실로 들어갔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며 다들 일어났다. 


 

 

 그렇다면 가게 문이 열렸을지... 물이라도 사오자며......

 침실에서 나오자마자 선장님 물통을 얼핏 바라다보니 물드신 흔적이 있네?  

'아무 거리낌 없이 혼자서 맛나게 드셨을까, 아니면~~~??'

우리도 물 마시러 가는 것이니 뭐~~~섬에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물이 없을라고? 

피곤하셔서 그만 당신도 모르게 그런 모습이 나타났겠지, 본래의 모습은 안 그러실 거야~~~ㅎㅎ

그렇지만, 아이~~~ 치사했어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구할 수 없는 무엇도 아니고 꼭 필요한 물인데 말이야.

하지만 화가 나진 않았다, 웃음이 나왔을 뿐....^^*

 

 막내와 가게에 가보니 육지보다 3배 정도는 비쌌지만  밤새 사막에서 헤매다 물을 대한 사람처럼 기뻤다.

이거 냉장고 물이 며칠만이야? 꿀/꺽/꿀/꺽/ 아하~~~~~~

그리고는 가게 앞쪽으로 수도가 나있길 레 양치질 대신 입 모금을 하고 고양이 세수까지 끝내게 되어 상큼했다.

씻지 않아도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내내 양치질 한번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별난 행동 같아 눈치까지 보였지만 햇볕에 크림이라도 바르려면 그러고 싶었으니까~~~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을까? 아니아니, 내가 나를 아끼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어!


 

 

 어청도는 아주 조그마한 섬이었다.

보이는 곳이 마을의 제일 번화가이고 반대편에 민가가 이보다 조금 더 많을까한......

군산여객터미널에서 72km 서쪽으로 먼 바다에 있다는데.... 

섬으로 둘러싸인 중앙에 항구가 있어 배들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곳으로 보였다.

산불이 있었다고 하며 타다 남은 나무들이 쭈삣쭈삣 고사목처럼 서있는 모습에...산사태가 났다던 공사장에....

언뜻,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수선하며 시시하기도 했는데......


 

 

 해가 뜨기 직전 어제 저녁 배가 들어왔을 등대 있는 곳을 다가갔더니만....

배가 정박해있던 곳에서 100m 남짓의 거리였는데도 편안한 모습에 물이 엄청 깨끗하고 근사했다.


 

 

 섬을 떠나며 바라본 어청도 모습,

모처럼 아침을 식당에서 먹자고 했는데 선장님은 배 안에서 해결하시겠다며 오시질 않았다.

한편에서는 구두쇠라 돈을 지불하시기 싫어서 그러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배가 이동하는 중에 대가없이 얻어 타는 것이니 아침 한끼야 서로가 사도 되는 것인데 말이지.

모시조개국에 전어구이 백반이었지만 한 사람이 빠져서 그런지 먹었어도 허허로웠으며 안개에 가려서 못 봤을까?

건너편에 나무데크로 꾸며진 산책길이 보였는데 시간이 없어서 다녀오질 못해 아쉬웠다.

낮은 산 너머에는 소문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던데......

섬 구경하자고 온 것이 아니라서 출발을 서둘렀으니 다음 기회가 되면 돌아보리라!


 

 

 

 섬을 떠나 한 시간쯤 지났을까?

미끼 없이 가짜 물고기를 달고서 낚시를 하신다며 낚시 바늘을 반짝반짝 닦으라는 선장님 명령이 있었다.

별다른 도구 없이 낚시 줄을 길게 늘어뜨렸는데 얼마가 지났을까, 이게 꿈이야 생시야??? 삼치 한마리가 잡혔다.

오호~~이런 재미도 있구나! 파닥파닥......

하지만  잡아서 회를 만들기까지 피를 어찌나 많이 흘리던지...불쌍하기도 하고...ㅎㅎ

어쩌자고 가짜 물고기를 구별 못하는 것이니??? 앙?

초장을 아예 갖고 다니셨으며 마침 매운탕을 끓일지도 몰라 가져간 깻잎이 있어 쌈싸 먹었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라 내 눈에는 마냥 신기했으며 그 후로 한 마리를 더 잡았는데 배를 갈라서 햇볕에 말리며 가다가....

점심을 먹을 무렵 선장님이 칼로 쓱 얼 만큼을 베어 자른 다음 가스불로 즉석에서 그슬려 구워 드시던데 말이야.

한 점 먹어보라는 말씀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제... 그런 사람이구나...배려가 좀 서툰...ㅎㅎ...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시는 분은 아니지만 철저하게 혼자만 아시는 그런 분이신가보다~~~했다.

그 순간 선장님이 삼치보다도 불쌍해 보이는 것은 무엇일지......


 

 

 가다가 이건 또 무슨 일일까요?

마치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려고 바다가 연출하는 또 다른 깜짝 쇼에 눈이 휘둥그레졌으니.....

물감을 흩뿌리듯 ....처음에는 얕은 바다여서 흙탕물인 줄 알았지 뭔가!


 

 

 물이 맑게 보이지 않으며 느끼한 느낌이 돌고......

사진 찍으려고 덤벼들다가 바다에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려~~~~

성게나 홍합의 알이라 하시던데.....

섬에 도착해서 알아보니 성게가 알을 낳을 때랑 비슷한 모습인데 지금은 홍합일 것이라 하더란다.

햐~~~

세상에 이런 일이~~~누구는 福도 많아~~~ㅎㅎㅎ


 

 

급기야는 이런 紅海가......

참 알들도 대단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서해 안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인데... 가는 도중 잡혀먹기도 하겠지만......

멀리멀리 퍼져서 안전하게 자리 잡고 잘 자라 거라~~~

겨울에 홍합국물 일품이잖니!!!


 

 

 고마워!! 홍합들아~~~

난, 너희들 덕분에 자연의 위대함...근사함을 다시 대해보았구나!!!

생명의 바다여~~~주홍빛 물결이여~~~

경이로움 앞에 살아서 숨 쉬는 기쁨이여~~~~^^


 

 

그렇게 낚싯대를 드리우며 얼마를 더 갔건만 홍합 알도 점점 엷어지고 삼치는 더이상 가짜 물고기에 속지 않았다.

처음 잡히는 속도를 생각하면 10마리씩은 꼬들꼬들 말려서 가져가겠더라만...

꿈이 되었네...ㅎㅎ...


 

 

 그러다 그러다 어느 덧 오늘의 목적지에 다가오고 있었다. 안마도라~~~

안마도는 어청도에서 방향을 틀지 않고 줄곧 밑으로 내려오면 되는 곳에 위치해있으니 선장님도 어렵지 않으셨을 것이다.

저녁 무렵이라 바람이 불고 파도가 다소 솟기도 했는데 안마도는 요번이 두 번째라 친숙하게 다가왔다.

경험상 모퉁이만 돌면 항구이니 이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돌아가는 것이니 지도에서 지시하는 그대로를 가자!!

선장님과 캡틴이 벌써 몇 번째 실강이를 벌이고 언성은 하늘로 높아져 배가 山으로 오르려 하는데......

막내와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재밌어하며 이어지는 섬들 구경하면서 갔으니 天下太平이었구나!


 

 

 뜨겁던 태양이 멈짓멈짓 무엇이 부끄러운지 불그스레 분칠을 하더니만.......

수평선을 지나 그리운 님이 마중 나와 있다며 이제 안녕이라 하네!

그래, 나도 너의 사랑이 무엇인지 짐작을 해보련다.

왜, 뜨거운 만남을 갖지 그러니? 너를 보니 나도 몽롱해지는구나!


 

 

 아름다운 만남이 되길 바라며 또 다른 아침에 만나자!

 

 아마 이때쯤에서 바닷물을 펐을 것이다.

배의 속도가 아무리 느리더라도 두레박으로 물을 푸기가 쉽지 않았는데.....(바닷물을 퍼서 수시로 사용한다)

낮에는 모르겠더니만 어두워서 물을 푸니 무엇으로라도 물을 건드릴 때마다 야광처럼 빛이나는 무엇이 있었다.

손에 잡히지도 않을 듯...꼭 온도계가 깨졌을 때 움직이는 수은의 모습처럼 불빛이 동글동글 움직이며......

쓰고 남은 물을 일부러 바다에 부어봤는데 무엇이 빛을 내며 마구 쏟아졌으니.....

선장님은 태평양을 지나올 때도 그랬었다며 물속에 인(P)이 들어있어서 그럴 것이라 하셨는데......

혹시나 물이 오염되어 그런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으며....실제로 바닷물 성분에는 인(P)이 들어있다 하는데,

말이 나온 김에 검색을 해보니 야광충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곁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면 야광충이 오히려 놀래서 청록색으로 빛을 낸다는 ....

마치 터미네이터 3 에서 나오는 장면 중 무엇이든 녹아서 다시 형체로 변하기 전 움직이는 액체처럼 보였는데....

너무나 많으면 적조현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새우가 잡아 먹었을때는 뱃속에서 빛이 나서 새우도 발각되어 잡아먹힌다니....

세상은 참~~~아휴~~신기한 일도 많아 라~~~ㅎㅎ

 

 

 

 햐~~~~

너 정말 멋지다!


 

 

 항구가 보인다.

집으로 돌아오는 어선들의 속도가 빨라지고 오늘의 수고로움이 끝을 맺는가!

하지만...섬에서는 재미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지난 번 안마도에 왔었던 인연으로 꽃게 한 상자를 들고 나타난 사나이에 이어 등장했던 사람들 .....

그리고 인연..... 


 

 

 반가운 꽃게잡이 어선이다.

안마도는 여러 섬들이 무리를 지어 이어져있기 때문에 안마군도라 일컫는다는데.......

그 중 '행도'라는 섬에서 염소를 키우며 겨울을 지낸다는 아저씨는 서울 우리 옆동네에서 이사 간지 10년이 되셨단다.

서해에서 가장 바깥쪽으로 사람이 사는 섬이 '행도'이기 때문에 그 곳에서부터 12해리가 정해져 우리의 영해(領海)가 된다는 말씀이셨는데....

그 분이 그 곳에 사시기 때문에 12해리가 인정되는 것이어서 애국자가 달리 없다는 생각에 감동이 왔었다.

말하자면 독도와 같은 상황이었는데... 세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스승 한 사람은 있다더니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많은 것을 배우고 ...삶이란 무엇인지..소위 가방끈의 길이로 무엇을 잴 것이 결코 아니구나!

또 다시 겸손해져야한다며 머리를 숙여보았다 할지......

 

 저녁은 웬일인지 선장님이 사셨다. 황금빛 2장을 내 놓으셔서 기분은 또 차오르고......

저녁을 먹었으니 배는 부른데 꽃게를 한 솥 삶아 내와서 안주 삼아 술들 드시고, 잘라주는 꽃게 호강하며 먹고....

남자 분들은 다들 배에서 주무신다고 하는데 난 모처럼 민박을 하겠다며 깨끗하게 씻고...손수건도 빨아 널고.... 

홀로 베란다에 나가 밤공기도 마셔보고... 반짝이는 별들도 헤아려보고...가방 정리도 해보며...

그렇게 ... 집 떠난 지 3일째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2012년    10월   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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