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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고 주사도 맞으시고 병원 일을 다 보시자 엄마는 문득 생각이 나셨는지...

가꾸신 시금치를 싸놓고 그냥 오셨다며 집에 가시자네?

15분이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 반대방향인 친정집은 지하철로 한 시간을 가야하고,

가면 다시 한 시간을 넘게 돌아와야 할 것이니... 어쩐다...

요즘 2000원이면 시금치 세단을 살 수 있으니 시금치를 가지러 가는 것이 과연???

그러니까 말이야, 경제성이... 있을까?

더군다나 갈 때 올 때 차비는 2000원이 더 들어가는데.....음냐음냐@@...

 

 일단 점심을 먹으며 어떤 말씀을 드릴까하다가 결론은... 가기로 했다.

겉으로야 시금치 때문이지만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미리 할일을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으며...

엄마하고 나란히 지하철 타고 가는 것도 예쁜 풍경이겠기에 말이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금치를 내놓으시는데 속으로 '아이쿠!' 했다.

잎이 마르고 노랗게 되어서 먹을 부분이 과연 있을까할 만큼 시금치는 시들었으며...

겨울철에 길러 먹는 품종이라 막바지에 이르렀는지 꽃이 몽글몽글 피기도 했고,

줄기의 굵기는 통통한 열무의 두 배에 은근히 뼈대까지 생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착한 마음이.....'시금치는 덤이잖아!'

 나쁜 마음이 얼른 끼어들어.....' 이거 가지러 여기까지 온 거야?

 

  집에 오자마자 질긴 줄기는 잘라내고 꽃은 그대로 먹어보자며 세 번째 헹굼을 하자,

바짝 풀죽었던 시금치가 꿈틀꿈틀 일어나 윤기까지 흐르며 보시다시피 하늘을 찌를 듯 펄펄해졌다.

 '햐~~~~모를 일일세, 시들었다는 생각을 읽고 서운했는지 금세 밭에서 뜯어온 나물 같네.'

 

 

 

 

 반절은 시금치 된장국을 끓이고....

나머지는 삶았는데 보통 때보다 시간을 조금 더 두었다.

줄기가 두꺼우니  덜 삶아지면 갈색으로 변한 적이 있어서......^^

시들었다고 실망했다가 싱싱해졌으니 신이 나서 더 정성으로 조물조물에 맛을 봤더니?

그야말로 놀라운 '금치'였다. 시금치...ㅎㅎ...

 

 

 

 

 엄마하고 나란히 앉아 잠시 졸며 지하철 탄 것도 좋았지만 맛난 시금치나물에 흐뭇한 저녁시간을 갖고는...

그러잖아도 설거지를 하고서 전화를 드리려고 했건만 먼저 하셨네?

 

 "너 서운해서 전화도 없는 것 같아 엄마가 했다. 먼 길에 서운했지?"

 "왜 서운해요? 시금치 나물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데......"

 

 엄마는 먹이고 싶었으나 고작 시금치 가지러 집까지 가자고 하셨음에 미안하셨나보다.

혹시, 내 얼굴에 써 있었을까?

갈까 말까 두 마음이 티격태격했지만 금세 '가자'가 이겼는 걸? 

 

 

 

 

2013년    5월   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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