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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숯가마

평산 2016. 11. 13. 21:19

 친구들 따라 숯가마 찜질방에 가보았다.

좋은 일이 있다며 밥을 사고 숯가마에서 몸을 가볍게 하자는데...

어떤 곳인지 물어보니 여태껏 안 가봤냐며 그녀들이 놀랜다.

몸이 찌뿌둥할 때 지압이나 안마를 받기도 한다는 그녀들과는 달리...

낮잠을 잔다던가, 체조나 걷기, 스트레칭으로 풀어보려는 나이니 차이가 있긴 했다.

그저 동네 사우나나 가끔 가봤을 뿐인데...





 목욕탕과 똑같은 시설에 건물 밖으로 나가자 숯을 태우는 곳이 있었고...

벌겋게 달아오른 숯들을 이곳저곳으로 옮겨놓아 사람들이 둘러앉은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굴처럼 생긴 공간으로 들어가 나무의자에 앉았다.

불 기운이 얼굴로 다가와 건조해져서 수건을 앞으로 쓰고 등을 돌리기도 하였다.

황토를 이겨 바르고 시골 창고처럼 허름하게 보이는 건물들이 어릴 적 부엌을 닮아 낯설지 않았으며,

처음에는 어수선해보였으나 점점 이러저러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 군데 화덕에서는 가래떡이나 고구마를 굽는 사람들이 있었고..

숯가마와는 상관없이 넓은 찜질방에 누워있는 이들도 많았다.


 숯불 주위에 앉아있던 친구들이 쪼르르 어디론가 나간다.

난 더 느껴봐야겠기에 몸을 돌리며 앉아있었더니 조금 후에 데리러 왔다.

지치지 않게 쉬었다하라며 밖에 들마루가 있는 곳으로 이끌었는데, 뭐 감이 왔어야 쉬지...ㅎㅎ


 다음은 숯불로 데워진 中溫의 방으로 향하였다.

문이 겹겹이었는데 들어서는 순간 부드러운 기운이 온화하게 다가와 숯불 있는 곳보다 마음에 들었다.

벽쪽으로 머리를 두고 나란히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최대한 편안하게 있으려고 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까, 긴장 했을까, 안방에 누워있다고 생각하자, 오롯이 즐겨보자!

이번에도 친구들이 나가자는데 땀이 흠뻑 나오질 않고 어렵지 않아 계속 앉아 있었다.


 "이제 보니 네가 느긋하구나, 처음이라더니 잘 견디네?"

밖의 들마루로 나가 귤이나 냉커피를 마시며 찬바람을 쐬니 추위가 느껴졌다.

감기 들까봐 들어가야겠다며 다시 中溫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땀을 흠뻑 흘렸다.

고구마를 사러 간다는 소리가 들리고 이럴 때 먹는 것에는 관심이 덜해서 마루로 나가 하늘을 향해 누웠다.

추웠던 바람이 시원했으며 가끔 눈을 뜨면 먼 하늘에서 이파리들이 가물가물 흔들렸다.


 '얼마나 열 차이가 나는지 高溫으로 들어가보자!'

혼자서 들어 가봤으나 말만 高溫이지 中溫보다도 덜해서 실망이 되어 나왔더니,

바로 앞 화덕에서 고구마와 떡을 굽고 있던 친구들이 먹어보라며 건네는데...

아침 일찍 나왔다는 오늘의 주인공은 피로하다며 집에 가자해서 살포시 섭섭함이 일었다.

늦게 배운 뭐가 어떻다더니 이제 서야 불붙은 느낌인데, 가자고?

 "너 지금은 그렇지만 내일 아침에 힘들 수도 있어, 씻고서 가자!"


 숯가마 선배들 이야기에 혼자 버티기도 그래서 씻는 곳으로 이동하였는데...

친구들이지만 무엇이 부끄러운 지 다들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후닥닥하고서 나왔다...ㅎㅎ

땀을 흘렸으니 미끈거리며 비누질 한 번에 말끔해졌지만 다음에 가면 좀 느긋해지려나?

30분 일찍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별일 없이 개운하기만 했다.

숯가마 체질인가 봐!...^^*





2016년  11월  1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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